[비즈한국] 현대차·두산·SK 등 국내 주요 그룹사들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현장에 투입해 실질적인 매출과 효율을 끌어올리는 ‘실전형 AI’ 전략으로 CES 2026 무대에 나선다. 단순히 기술력을 과시하는 단계를 넘어, 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보강하고 신규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솔루션으로서의 AI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구상이다.
#‘아틀라스·SDF’ 현대차의 ‘물리 AI’ 카드로
이번 CES의 주인공은 변함없이 AI다. 다만 지난 2년간 생성형 AI의 대중화와 AI의 산업별 적용이 본격화했다면 이제는 실전 AI가 화두다.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과 일상에서 성과를 보여주는 혁신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완성차·기계·로봇 등 제조사들은 AI를 중심에 둔 제품 및 서비스 구조 전환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오는 1월 6~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6’에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기술을 공개한다. AI·로보틱스·전동화·자율주행 기술을 통합해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한다는 구상이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행사에 참가한 이후 올해 초 CES 2025에 불참했다가 2년 만에 돌아온 현대차는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그룹 역량을 집결해 대규모 부스를 차린다.
이목이 집중되는 발표는 단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시연이다. 5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 미디어데이에서 그룹의 로봇 개발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가 실물로 첫선을 보인다. 아틀라스는 연구용을 넘어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에서 인간과 협업하는 실전 투입형 로봇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엔비디아 블랙웰 기반 AI 팩토리를 바탕으로 차량 내 AI, 자율주행, 생산 효율화를 단일 생태계로 통합하겠다는 전략이다.
‘파트너링 휴먼 프로그레스(Partnering Human Progress): 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라는 이번 현대차 전시 테마에 맞게 작업자 보조, 안전 관리, 물류 자동화 등 인간과 로봇의 협력 관계 구축 방안 등도 공개된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제조 혁신을 이끌 SDF 등 AI 로보틱스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도 함께 제시된다.
올 하반기 웨이모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생산을 시작한 아이오닉 5 자율주행 택시도 제조 플랫폼으로서의 진전을 증명하는 핵심 사례다. 차를 단순 이동 수단에서 데이터·서비스 플랫폼으로 바꾸는 SDV 전략 고도화 계획도 관전 포인트다. 완전자율주행(FSD)을 앞세운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 주도 흐름 속에서 ‘제조 역량과 AI의 결합’이라는 독자 노선을 공고히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두산, 건설 현장 효율화 ‘승부수’…SK는 불참
두산 그룹은 협동로봇과 산업 자동화 솔루션을 기존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 결합하는 실용적 접근을 택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와 두산 밥캣 양사의 시너지가 극대화된 AI 접목 건설·물류 장비가 전면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은 5일 미디어데이를 통해 레이더 기반 위험 인식 기술과 AI 정비 지원 솔루션이 탑재된 차세대 건설 장비 등 미래 건설현장 비전을 공개한다. 궁극적으로는 생산성과 안전에 방점을 찍은 솔루션이다. AI가 과거 정비 이력과 기술 지원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주변의 위험 요소를 실시간 감지, 충돌 경고 및 개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장비 제조자 협회(AEM)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건설업계에서 2031년까지 전체 인력의 약 40%가 은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건설업계가 직면한 숙련 인력 세대교체와 장비 가동중단으로 인한 효율 저하 등 과제에 해답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두산로보틱스는 항공기·건물 등 크고 복잡한 구조물의 표면을 분석해 다듬거나 갈아낼 수 있는 로봇 ‘스캔앤고’를 소개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과 회동 이후 자사 유리기판 모형을 들어 올리며 “방금 팔고 왔다”고 밝힌 장면은 CES 2025의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CES에서는 SK그룹의 참여 규모가 대폭 축소돼 분위기가 상이할 전망이다.
SK그룹은 이번 CES에서 그룹사 공동 부스를 운영하지 않고, SK하이닉스만 소규모의 전시 공간과 비즈니스 미팅룸을 운영한다. 이 같은 배경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과 해킹 사태, 구조조정 기조 속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려는 판단이 깔려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CES에는 힘을 뺐지만 SK하이닉스를 필두로 AI 메모리 시장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한편,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집중 투자해 수익화의 골든타임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SK는 최근 단행된 정기 인사를 통해 80년대생 젊은 리더를 전면에 배치하고 임원 조직을 10%가량 축소하며 ‘작고 강한 조직’으로의 체질 개선을 마쳤다.
올해 세 그룹은 AI와 로봇 분야에서 뚜렷한 기술 진전을 이뤘으나 실질적인 실적 성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전히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AI 시대 핵심 메모리반도체인 HBM3E(5세대) 수요 폭발로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수익을 기록 중이지만, 하이닉스를 제외한 주요 계열사들은 AI 투자가 수익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머물러 있다. 현대차와 두산도 상황은 비슷하다. 로보틱스를 통한 제조 효율화 등 간접 기여 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두산로보틱스 등 외형 성장이 두드러지는 곳조차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다.
결국 세 그룹사가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는 AI와 로봇이 비용 절감 단계를 넘어 신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가 AI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해였다면 내년은 기업들이 그 기술들의 실제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기”라며 “기업들은 ‘AI와 로봇 기술을 어떻게 돈으로 바꿀 것인가’라는 공통된 고민을 안고 있다. 비전 역시 수익화의 구체성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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