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 일가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호반건설에 부과한 608억 원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365억 원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공정위가 포착한 부당내부거래 행위 가운데 과징금 규모가 가장 컸던 공공택지 전매 행위와 입찰신청금 무상대여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취소되면서 호반건설 전체 과징금 규모는 크게 줄었다.
하지만 대출을 무상으로 지급보증하거나 기존 수주한 공사를 이관하는 행위에 대한 위법성이 여전히 법원에서 인정되면서 사회적 지탄과 잔여 과징금에 대한 부담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특별3부는 20일 호반건설과 8개 계열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과징금 608억 원 중 365억 원을 취소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호반건설과 8개 계열사는 공정위가 2023년 6월 총수 일가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과징금 608억 원을 부과하자 같은 해 9월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에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 과징금 608억 원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365억 원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양측은 판결에 불복해 각각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들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공정위는 2023년 6월 호반건설과 8개 계열사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총수 2세 등 특수관계인이 소유하던 회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판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608억 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렸다. 주로 김상열 전 회장이 지배하던 호반건설이 2013~2015년 무렵 장남 김대헌 소유 호반건설주택과 차남 김민성 소유 호반산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부당내부거래가 이뤄졌다고 봤다.
공정위가 지적한 호반건설과 8개 계열사의 부당내부거래는 크게 네 가지다. 총수 2세 개인회사들에 △공공택지 입찰에 필요한 신청금을 414회에 걸쳐 무상 대여하고 △계열사를 동원해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를 전매하는 한편 △40개 공공택지 사업에서 무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기존 수주 공사를 계약 해지한 뒤 이관하는 행위 등이다. 공정위는 이런 지원행위로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 등 2세 회사가 급격히 성장했고, 주거용 부동산 개발 및 종합건설업 시장에서 지위가 크게 강화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대헌 사장이 지배하던 호반건설주택은 공정위가 지적한 부당 지원 기간에 회사 규모를 키워 호반건설과 합병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주택의 분양 매출은 2014년 1559억 원 수준에서 2017년 2조 5790억 원으로 늘었고, 시공능력평가액은 2014년 506억 원에서 2018년 2조 1619억 원으로 뛰어 우리나라 13위 건설사 수준이 됐다. 호반건설은 2018년 12월 몸집을 키운 호반건설주택을 흡수합병했다. 합병 비율은 1대5.89로, 김대헌 총괄기획사장은 합병 이후 그룹 대표 회사인 호반건설 지분 54.73%를 확보하며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
호반건설과 8개 계열사는 앞서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앞선 공정위 행정명령에 불복해 2023년 9월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3월 이 소송에서 원고인 호반건설과 8개 계열사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 과징금 608억 원 중 △입찰신청금 무상대여(과징금 4억 6100만 원) △공공택지 전매행위(360억 원)에 대한 과징금 364억 6100만 원 부과를 취소했다. 나머지 △PF 대출 무상 지급보증(149억 7400만 원) △기존 수주 공사 이관 행위(93억 6700만 원)에 대한 과징금 243억 4100만 원 부과는 정당하다고 봤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앞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대상이 된 공공택지 전매행위에 대해 “공공택지를 공급가격을 초과하는 가격에 거래하는 것은 택지개발촉진법 상 허용되지 않는 것이므로, 호반건설이 이 사건 공공택지를 공급가격에 전매한 것 자체를 이 사건 9개사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행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호반건설이 지원객체인 이 사건 9개사에게 이 사건 공공택지를 전매함으로써 현저한 또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로 이 사건 9개사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호반건설 측은 “소송 핵심 쟁점인 공공택지 명의 변경(전매)을 통한 2세 승계 지원 논란은 대법원 공정위 과징금 취소 확정 판결에 따라 해소됐다. 복수청약(벌떼입찰) 관련해서도 지난 5월 검찰 무혐의 처분으로 수사를 종결한 바 있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의혹을 완전히 벗었다”며 “공정과 원칙을 기반으로 한 경영 활동을 통해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행위에 대한 비판도 업계 차원의 논의 거쳐 필요한 제도적 정비를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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