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와 키움증권이 실명 계좌 제휴를 중단한다. 키움증권은 2023년 8월부터 테사에서 계좌 연동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3년을 채우지 않고 종료하게 됐다. 미술품 조각투자가 제도권으로 들어온 직후부터 양측이 손을 잡았던 만큼 제휴 중단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테사는 최근 키움증권과의 계좌 연계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1월 8일 오전 9시 30분부터 테사 전용 키움증권 계좌의 신규 개설과 연결 기능을 중단하며, 9일 오후 3시부터는 테사 서비스 내 키움증권 계좌와 연동한 기능이 모두 비활성화된다. 서비스 종료 이후 테사 계좌에서 출금하지 못한 예치금은 키움증권 본 계좌로 자동 이체된다. 미술품 전시, 조각투자 매각 대금 정산, 신규 공모 청약 등의 서비스는 NH농협은행의 온라인 조각투자 API 서비스를 통해 유지한다.
테사는 공지를 통해 “서비스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자와 회사 모두에게 안정적인 운영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키움증권 계좌 연계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테사 측이 계좌 서비스 중단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김형준 테사 대표는 “기존 공모 청약 시 증거금 계좌로 농협은행과 키움증권 두 가지를 모두 제공했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며 “투자자 대다수가 농협 계좌를 이용하고 있다. 계좌를 농협은행으로 일원화해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과 테사는 3년 넘게 협업 관계를 이어왔다. 키움증권은 테사의 전략적 투자자(SI)이기도 하다. 두 회사는 2022년 7월 ‘조각투자 사업 상호 협력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손을 잡았다. 테사에서 키움증권의 실명 계좌를 연동한 것은 2023년 8월부터다. 테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투자계약증권(타인과의 공동 사업에 투자하고 손익을 받는 권리)’으로 분류된 후 사업을 중단했다가 제재 면제 판정을 받은 직후다.
양측의 결별은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의 업황 악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테사는 국내 조각투자 시장에서 초기에 진입한 업체 중 하나다. 2019년 3월 설립 후 데이비드 호크니, 쿠사마 야요이, 이우환 등 국내외 거장의 작품으로 공모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테사는 제재 면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증권 발행과 청약을 하지 않으니 증권사와도 적극 협업하기 어려웠다.
조각투자 업체들은 제도권 진입 과정에서 사업을 중단하는 등 인고의 시간을 거쳤다. 2022년 11월 증선위는 미술품·한우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조각투자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했다. 금융당국은 2023년 7월에야 미술품·한우 조각투자 업체들의 제재를 면제했다. 투자계약증권은 증권신고서를 공시하면 발행할 수 있다.
조각투자는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토큰증권과 결합했다. 토큰증권이란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연동해 발행하는 디지털 증권이다. 부동산, 저작권, 미술품, 가축 등 쉽게 투자하기 어려운 기초 자산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하면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새 먹거리로 주목받았다. 증권사가 조각투자 업체와 적극적으로 손잡기 시작한 것도 토큰증권이 부상하면서다. 키움증권은 토큰증권 시장 선점에 빠르게 나선 증권사로 꼽힌다.
제도권 내에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시장은 쉽게 개화하지 않았다. 투자계약증권의 정식 발행이 가능해진 후 2023년 12월 열매컴퍼니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으로 제1호 증권을 발행했으나 관심은 금방 사그라졌다. 이후 여러 조각투자 업체가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했지만 청약 미달인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술품 거래 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데다, 자산 매각 후 수익 실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흥행 부진의 이유로 꼽혔다.
토큰증권 발행(STO) 법제화가 지연된 것도 문제다.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증권을 투자자끼리 매매하는 2차 거래가 불가능하다. 환금성, 유동성이 떨어지자 투심이 줄었다. 이 때문에 업계선 STO를 통한 증권 거래를 기대하지만 STO 법제화를 담은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좀처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테사는 증권 공모 관리 솔루션과 대체 투자 전반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2024년 1월에는 기업용 대체 투자 증권화 IT 솔루션 ‘IXO(익소)’를 출시하고, 2025년 3월에는 미래 산업과 관련한 자산에 투자하는 서비스인 ‘NUMIT(뉴밋)’을 선보였다.
김형준 대표는 “미술품뿐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투자 분야를 확장하려 한다. 자산의 특성상 미술품은 매각을 통한 청산 가치가, 태양광 투자는 중간 매출 배당이 있다”며 “시장의 상황과 투자자의 니즈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려 한다. 미술품 신규 공모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사는 향후 대체 투자 공모를 고려해 다른 증권사와도 협의하고 있다. 통합 대체 투자 플랫폼의 정식 출시는 올해 하반기로 예상된다.
키움증권도 조각투자 사업을 정리한 것은 아니다. 현재 키움증권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에서는 음원 수익증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가 연동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서울옥션블루, 펀블과 마이데이터로 계좌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조각투자 업체인 뮤직카우와도 제휴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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