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새만금개발청과 전북특별자치도가 새만금 신항만을 크루즈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키우려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크루즈는 여전히 대규모 탄소배출, 해양 생태계 교란, 항만 정박 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 등 환경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산업이다.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도시들이 이미 크루즈 입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내세운 새만금이 정작 ‘기후악당’으로 불리는 크루즈 유치에 나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만금, ‘서해 크루즈 허브’ 추진
새만금개발청은 10월 28일 ‘새만금 신항만 크루즈 관광산업 육성과 유치를 위한 기본구상 용역’ 최종 보고회를 개최했다. 전북도는 5일 ‘새만금 신항만 크루즈 활성화 및 국제 크루즈터미널 조성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여는 등 새만금 신항만에 크루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북도는 10월에 격포항과 2026년 개항 예정인 새만금 신항만을 신규 크루즈 기항지로 신청했다. 전국 8대 크루즈 기항지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새만금 신항만의 경쟁력에 대해 새만금개발청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새만금의 위치가 장점으로, 서해에 인접한 중국 대도시가 많고 인천과 제주도 사이의 중간 기항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전주 한옥마을, 군산, 익산, 고군산군도 등 관광자원이 주변에 인접해 있다”고 말했다.
#크루즈 산업, 탄소·대기오염·생태계 파괴 심각
크루즈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중유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 폐기물 발생 등으로 인해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여겨진다. 거대한 리조트를 띄우는 수준이기에 ‘떠다니는 작은 도시’에 비유되기도 한다. 놀이와 여가를 위한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어 에너지 소비도 막대하다.
탄소 배출을 살펴보면,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기차의 수십 배, 여객기의 약 3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한민 작가는 한 기고문에서 5박 크루즈 여행과 미국 내 비행 이동 + 4성급 호텔 숙박 여행을 비교했을 때 크루즈가 약 2배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분석했다.
중유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도 심각한 문제다. 크루즈 연료로 주로 사용되는 중유는 휘발유나 경유보다 훨씬 많은 유독가스를 내뿜는다. 크루즈선이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은 결국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미세먼지로 이어진다.
독일자연보호협회(NABU)는 승객 약 6000명을 태우는 대형 크루즈선이 하루에 10만 갤런(약 380톤)의 연료를 소비한다고 가정했을 때, 크루즈선 한 척이 하루 동안 8만 4000대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42만 1000대의 질소산화물, 100만 대 이상의 자동차와 맞먹는 미세먼지·이산화황을 배출한다고 주장했다.
크루즈는 정박해 있는 동안에도 내부 시설 가동을 위해 엔진을 계속 돌리므로 대기오염은 지속된다. 김도형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는 “크루즈에서 배출되는 다량의 질소산화물·황산화물·미세먼지가 인접 도시와 주변 환경을 파괴한다”며 “정박지의 엔진 소음도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 퇴적 위험과 안전성 문제 해결은?
정부는 2021년 국내 해역 선박의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을 강화했고, 2022년부터는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강화해 황 함유량 0.5% 이하의 저유황유 사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저유황유 역시 중유 기반 연료라는 점에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만금청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기항지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진다면 환경 파괴를 줄일 수 있고, 크루즈 산업도 친환경적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만에서 선박이 엔진 대신 육상 전력을 공급받는 ‘육상전원공급설비(AMP)’는 의무가 아니어서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비판이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2020년 국제여객부두에 AMP를 설치했지만, 올해까지도 접안하는 선박 9척 중 2척만 사용하는 실정이다.
AMP 사용이 의무화되지 않았고, 저유황유를 태워 자체 발전하는 것이 AMP 전기요금보다 더 저렴해 선박들이 사용을 기피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AMP 사용을 위해서는 선박 내부에 수전 설비를 설치해야 하므로 비용 부담과 공간 확보 문제도 따른다.
또한 새만금 신항만 인근 해역은 방조제 때문에 퇴적이 진행되어 수심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낮은 수심은 크루즈의 좌초 위험을 높이는 요소다. 유기만 새만금상시해수유통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고창 앞바다 어민들이 수심이 얕아지고 있다는 공통된 증언을 하고 있다”며 “퇴적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군산항처럼 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만금 신항만 건설을 담당하는 해수부 관계자는 “새만금은 군산항처럼 심한 퇴적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다고 판단한다”며 “14m 수심을 유지하도록 지속적인 준설 작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는 크루즈 막는데, 새만금은 왜?
세계 여러 도시에서는 크루즈로 인한 환경오염과 폐기물 배출, 그리고 저조한 경제적 효과 때문에 크루즈선 입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크루즈 관광객은 식사와 쇼핑을 선내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숙박·식당 등 지역 경제에 돈을 쓰는 비중이 낮다는 평가도 있다.
프랑스 남부의 유명 휴양지 니스는 2025년부터 크루즈선 입항을 전면 금지했다.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지 니스 시장은 “크루즈들은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돈은 거의 쓰지 않으면서 쓰레기만 버리는 저가 여행객을 쏟아붓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도 2021년부터 크루즈 입항을 금지했다. 대기오염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베네치아 석호 보호를 위한 조치다.
제주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된다. 항만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관광객이 버스를 타고 이동해 면세점이나 화장품 상점(올리브영 등)에만 들른다는 증언이 많다. 2017년에는 제주항에 정박한 크루즈선에서 관광객이 하선하지 않고 폐기물만 배출하고 떠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고권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공동대표는 “서귀포 전통시장에서는 크루즈 관광객이 시식만 하고 구매하지 않아 시식 코너를 치웠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매연은 내뿜으면서 지역 상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크루즈가 과연 유망한 산업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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