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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클러스트만 전국에 20곳" 선거 공약이 만든 묻지마식 난립

김영옥 K-바이오전략연구원 원장 "풀패키지형 모델은 송도가 유일"…컨트롤타워 통해 협업해야

2026.05.28(Thu) 10:25:33

[비즈한국]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국가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지자체마다 앞다퉈 바이오 클러스터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서울에만 6곳, 전국적으로 20여 곳에 달하는 바이오 클러스터가 형성됐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측면에서 ‘묻지마식 난립’이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난달 출범한 국가바이오위원회도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 생태계 구축을 공언한 가운데 각각의 클러스터가 고유의 강점을 특화하고 서로 협업함으로써 전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영옥 K-바이오전략연구원 원장이 지난27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한스바이오메드 대강당에서 열린 문정바이오CEO포럼에서 개별 바이오 클러스터가 특화된 분야를 중심으로 서로 협업함으로써 산업 생태계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약품안전국장, 바이오생약국장 등을 역임한 김영옥 K-바이오전략연구원 원장은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한스바이오메드 대강당에서 열린 문정바이오CEO포럼에서 연사로 나서 바이오 클러스터에 강력한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김 원장은 클러스터 간의 경쟁이 혁신 원동력이 되어야 함은 인정하면서도, 지금처럼 모든 바이오 클러스터가 똑같이 ‘풀패키지형’ 클러스터 모델을 지향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보이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풀패키지형 바이오 클러스터란 총괄 지원기관의 단계별 시스템 아래 밸류체인(가치사슬) 전 단계를 아우르는 산·학·연·병 인력과 설비를 한데 갖춘 모델을 의미한다.

 

그는 “선거 때마다 지자체장들이 풀패키지형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게 문제”라면서 “지방에 위치한 일부 바이오 클러스터는 입주 기업을 모으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 놓여 있을 정도로 운영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컨트롤타워를 둬 클러스터 간 낭비 요소가 없도록 조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송도를 가장 이상적인 풀패키지형 바이오 클러스터 모델로 꼽았다. 송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대형 바이오 기업이 입주해 있고, 연세대 국제캠퍼스·인천대·인천가톨릭대와 한국뉴욕주립대·한국조지메이슨대·유타대 아시아캠퍼스 등 산학 생태계가 탄탄하다. 여기에 2029년 송도 세브란스 병원이 개원하고 송도와 인접한 시흥에 서울대병원이 들어서면 대표적인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인 보스턴과 비견할 수 있을 정도의 산·학·연·병 생태계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전망이다. 그는 “보스턴은 MIT와 하버드 등 20여 개 명문대와 수많은 병원, 벤처, CRO(임상시험수탁기관), VC(벤처캐피털)가 집결해 양질의 인력이 계속 공급되는 구조”라면서 “우리나라 규모에서 송도 이외 지역에서 이 정도의 풀패키지형 클러스터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주요 바이오 기업과 대학·병원·연구기관이 집적된 송도는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풀패키지형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힌다. 사진=인천경제자유구역 홍보센터

 

지난달 범부처 컨트롤타워로서 출범한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도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고 있다. 통합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각 부처와 지자체가 개별 법령과 사업에 따라 경쟁적으로 예산을 유치하며 클러스터를 육성했고 그 결과 클러스터 간 시너지 효과가 저해됐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산·학·연·병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제대로 된 클러스터가 전무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에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는 바이오 클러스터 혁신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전국을 글로벌 수준의 허브클러스터와 거점·개별클러스터를 서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권역별로 기능적으로 특화된 거점클러스터를 육성하고 개별 클러스터와 연계하겠다는 전략이다. 위원회는 2028년까지 송도와 오송, 대전, 대구 등 주요 8개 거점을 연계한 뒤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전국에 있는 거점 및 개별 클러스터를 연결해 2030년 민간 생태계까지 확장할 수 있는 바이오 클러스터 정보 통합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결국 정책의 성패는 다시 현장에 달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정부에서 아무리 많은 정책들이 나오고 비전을 내놔도 산업계에서 체감하지 못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느냐”면서 “하반기에는 업계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고민하고 정책을 내놓겠다고 하니 다시 한번 정부를 믿어 보려고 한다”며 현장 밀착형 정책 실행을 주문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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