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1] 폴 킴-이것은 추상화가 아니다

[비즈한국] 오롯이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기획으로 시작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10년을 이어왔다. 처음 마음을 그대로 지키며 230여 명의 작가를 응원했다. 국내 어느 언론이나 문화단체, 국가기관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 10년의 뚝심이 하나의 가치로 21세기 한국미술계에 새겨졌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10년의 역사가 곧 한국현대미술 흐름을 관찰하는 하나의 시점’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이제 시즌11에서 한국미술의 또 하나의 길을 닦으려 한다.

본명이 김동석인 작가의 화명은 ‘폴 킴’이다. 그의 그림을 보면 체스판 같은 격자무늬 화면에 한정된 색채가 전부다. 그리고 작은 사각형 안에 연한 색채로 은은하게 그려 넣은 삼각, 원, 마름모와 같은 형태도 있다. 이런 폴 킴의 회화를 사람들은 추상화라고 말한다.

‘추상’은 구체적 형상을 빼버리는 것이다. 구체적 형상은 눈에 보이는 세계를 실감나게 재현해내는 그림이거나 신화나 역사적 사실 등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 표현하는 모양이나 모습을 말한다. 우리가 회화 하면 쉽게 떠올리는 형태가 분명한 그림이거나 일정한 내용을 읽어낼 수 있는 그림을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추상은 쉽게 알 수 있는 형상이나 이야기가 없는 것을 말한다. 무엇인가를 설명하지 않는 형태나 색채를 가지고 그린 것이거나 재료의 물질적 성질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회화를 추상화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추상화는 내용이 없는 회화다. 내용이 없는 그림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감상을 위한 미술이 아닌 셈이다. 서양미술사에서 추상화가 처음 나타난 것은 대략 1910년대로 본다.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이 만들어낸 그림들은 그 이전 회화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 이전까지의 미술에서는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따라서 추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 추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또 추상화를 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추상화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조형이나 표현 방법의 새로움 혹은 재료의 다양한 시도 등을 찾으면 된다. 즉 선이나 면, 색채의 배열에서 새로운 감각을 찾을 수 있는가. 혹은 어떤 재료나 기법으로 화면을 만들어냈는가를 보고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장황하게 앞머리를 늘어놓은 이유는 폴 킴의 작업을 추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1910년대 추상화에서 흔히 본 기하학적 구성을 하고 있다. 이렇게 단정하면 철 지난 패션 같은 ‘진부한’ 추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폴 킴은 정말로 한 세기가 지난 추상을 답습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그런데도 그런 오해의 소지가 다분해 보이는 이러한 작업에 왜 이처럼 몰두하고 있는 것인가. 

폴 킴의 작업은 엄밀히 따지면 추상화가 아니다. 추상화의 구성과 방법을 빌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추상 형식을 택하고 있는가. 그것은 작가가 그림에다 담으려는 생각 자체가 매우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일까.

존재의 유한함과 모든 것이 변한다는 세상의 이치다. 이를 재료의 물질적 성질과, 색채의 미묘한 변화 그리고 조각칼로 만들어낸 기하학적 선으로 담아내려고 한다. 추상적 생각을 추상적 방식으로 표현하는 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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