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붉은 말의 해’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디지털 자산 시장의 성장이라는 흐름 속에서 전통 금융의 위기감은 크다. 국내 4대 금융그룹(KB·신한·우리·하나금융)을 이끄는 수장의 신년사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서 혁신하고 생존하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엿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금융 정책 핵심인 생산적·포용 금융을 그룹 신년 전략에 모두 반영한 것도 눈에 띈다.
KB금융그룹은 ‘전환과 확장’을 새해 경영 전략으로 세웠다. 사업 방식을 전환하고 고객과 시장을 확장한다는 것이 골자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2026년 신년사에서 “전환은 익숙한 것과의 이별이며, 확장은 익숙하지 않은 것과의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전환’에 관해서는 △생산적 금융 강화 △자본 효율적 IB 비즈니스로의 체질 전환을 제시했다. 생산적 금융은 전문적인 사업성 평가와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하고, IB 비즈니스는 자문·상담 중심의 영업으로 종합 자산·부채 솔루션을 제공한다. ‘확장’과 관련해서는 청년·시니어·중소법인·고액 자산가 등 전략 고객에 대한 지배력을 넓히고 새로운 시장인 디지털 자산, AI 비즈니스 시장에서 고객과 사업 기회를 선점할 것을 당부했다.
소비자 권익과 신뢰 강화도 강조했다. 양 회장은 누구나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포용적 금융을 본연의 업무로 여기고, 서비스 전반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금융 소비자 보호 체계를 정착할 것을 주문했다. 양종희 회장은 “금융의 핵심은 신뢰이고 신뢰는 곧 실력에서 나온다”며 “고객 정보·자산 보호, AI 혁신 기술에 기반한 최적의 상품·솔루션 제시,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 경영을 통해 고객과 시장의 믿음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2026년 경영 슬로건으로 ‘그레이트 챌린지 2030, 미래 금융을 향한 대담한 실행’을 내걸었다. 2026년 그룹 경영 추진 전략은 △인공지능 전환(AX)·디지털 전환(DX) 가속화 △미래 전략사업 선도 △생산적 금융 △금융 소비자 보호 크게 네 가지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기술이 금융의 질서를 바꾸는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디지털 자산, 웹3 월렛, 에이전틱 AI(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차세대 AI)의 확장이 현실화하고 있다”라며 “예금, 대출, 송금 등에서 기존 금융사의 영향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방식에 머물러서 레거시 금융그룹으로 사라질지, 웹2.0과 웹3.0을 넘나들며 신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것인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진 회장은 경영 전략 중 첫 번째로 내건 AX·DX 가속화를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꼽았다. 일하는 방식과 고객 접점 전반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AX를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우고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짚었다. 미래 전략사업 선도는 은행과 증권의 자산관리 기능을 통합하는 ‘원 WM’ 전략과, 시니어 고객을 위한 차별점을 만들 것을 강조했다. 더불어 보험과 자산운용 분야의 시너지로 자산 수익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정부 기조에 맞춰 생산적 금융과 금융 소비자 보호도 신년 전략에 포함했다.
더불어 진 회장은 사자성어 ‘부진즉퇴(不進則退·나아가지 않으면 뒤처지게 됨)’를 제시하고 “기존의 관성에 멈춰 서 있으면 미래 금융의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라며 “금융인의 기본적인 의무와 혁신에 대한 절박감이 조직의 DNA이자 습관이 되도록 노력하라”라고 강조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금융의 패러다임 전환’을 들어 위기감을 가질 것을 요청했다. 함 회장은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물론 금융 산업 내부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자본시장 상품으로 옮겨가는 머니무브가 가속화한다”며 “부동산 등 안전 자산 중심의 운용으로 이뤄낸 성과보다 실물 경제와 혁신산업의 성장에 직접 기여할 수 있도록 금융이 좋은 자금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져간다”라고 짚었다.
함 회장은 은행, 비은행 부문 모두 엄격하게 진단했다. 함 회장은 “은행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증권사가 있다. 가계대출은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고, 기업 대출과 투자에서는 옥석 가리기를 위한 혜안이 필요하다. 은행의 위기”라며 △자산관리 역량 확보 △생산적 금융 추진을 위한 전환 △사전 예방적 소비자 보호 체계 강화 △내부통제 고도화 등을 요구했다. 비은행 부문에 대해서는 “증시 활황 등 우호적인 시장 상황에도 아쉬움이 지속된다”라며 본업 경쟁력 강화, 리테일 분야 확대 등의 과제에서 성과를 낼 것을 주문했다.
코인 발행에 대해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함 회장은 “그룹 안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코인 발행 및 준비금 관리, 보안 체계 확립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실생활 연계를 위한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제휴로 다양한 사용처를 확보해 코인 유통망을 완성하고, AI 기술 연계 및 통화, 외환 관련 정부 정책 공조를 통해 코인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2026년 경영 목표로 ‘미래 동반 성장을 주도하는 우리금융’으로 삼고 △생산적 금융 △AX 선도 △시너지 창출을 3대 중점 전략 방향으로 설정했다. 생산적 금융은 기업의 성장 단계 전반을 지원하면서 기업금융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위해 포용 금융에도 힘쓰는 것이 골자다.
또한 전사적 AX 추진으로 그룹 AI 역량을 고도화하고 디지털 자산 제도화에 맞춰 신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은행·보험·증권을 모두 갖춰 시작하는 첫해인 만큼 각 계열사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속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난 3년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기초 체력을 다진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그룹 목표 달성에서 그치지 않고 확고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생산적 금융, AX, 시너지라는 명확한 방향 아래 선도 금융 그룹으로 도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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