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재판부가 보기에도 산정할 수 없는 정도의 어마어마한 피해라 할 것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443일 만이다.
재판부의 양형 이유는 납득할 수 있는 것부터 없는 것까지 촘촘했다. 국헌 문란의 목적, 폭동의 성립, 민주주의 핵심 가치 훼손까지 법리적 판단이 이어졌다. 그 사이에 ‘경제’가 언급됐다. 군과 경찰의 대외 신뢰 하락, 국가 신인도 추락, 사회 갈등 심화, 그리고 국민이 겪은 고통. 재판부는 이를 묶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라고 표현했다.
법관이 판결문에서 사회적 비용을 직접 언급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만큼 이번 사태의 파장이 사법의 언어만으로는 담기 어려웠다는 뜻일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결국 이렇게 정리했다. “산정할 수 없다.”
이 표현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전혀 숫자로 말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비상계엄 직후 코스피는 4% 급락하며 시가총액 약 100조 원이 증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1402원에서 1430원대로 급등했고 이후 1500원 턱밑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은 성장률 전망을 낮추며 2024년 4분기와 2025년을 합친 실질 GDP 감소분을 약 6조 3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연간 GDP 손실이 20조 원을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코스피가 5000선을 넘어 6000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를 경제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유동성과 대형주 중심의 기술적 반등에 가깝다. 환율 충격을 겪은 가계, 투자를 미룬 중소기업, 소비를 줄인 자영업자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무겁다.
문제는 숫자로 잡히지 않는 비용이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위축됐고 기업들은 의사결정을 미뤘다. 수십 년 쌓아온 국가 브랜드도 흔들렸다. 계엄 소식이 전해진 그날 밤 해외 주요 방송들이 한국을 긴급 뉴스로 다룬 장면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동안 사회의 에너지는 생산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으로 흘러갔다. 국민 간 갈등으로 발생한 거래 비용은 GDP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사법적 판결은 책임을 가리고 형벌을 확정하는 일이다. 이번 무기징역 선고는 그 출발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경제적 판결’이 필요하다. 이 사건이 성장률에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 환율 충격은 누구에게 집중됐는지, 미뤄진 투자는 어떤 산업의 기회를 앗아갔는지를 따져 묻는 과정이다.
환율 급등의 부담은 달러 자산도 환헤지 수단도 없는 평범한 가계가 떠안았다. 투자를 미룬 기업들은 성장 기회를 잃었고 불확실성 속에서 문을 닫거나 버틴 자영업자의 손실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재판은 계속된다. 그러나 경제의 시계는 훨씬 빠르다. 잃어버린 성장 기회, 높아진 환율, 줄어든 투자, 미뤄진 소비는 판결문에 남지 않는다. 재판부는 “산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누군가는 그 숫자를 세어야 한다. 내란의 청구서가 얼마인지를 이제 우리 사회가 계산할 차례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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