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롯이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기획으로 시작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10년을 이어왔다. 처음 마음을 그대로 지키며 230여 명의 작가를 응원했다. 국내 어느 언론이나 문화단체, 국가기관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 10년의 뚝심이 하나의 가치로 21세기 한국미술계에 새겨졌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10년의 역사가 곧 한국현대미술 흐름을 관찰하는 하나의 시점’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이제 시즌11에서 한국미술의 또 하나의 길을 닦으려 한다.
회화에서 작가의 생각을 나타내는 방식에는 서술적 표현과 시적 표현이 있다. 서술적 표현은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명확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자신의 예술적 목표로 삼는 작가들이 즐겨 쓰는 방식이다.
회화에서는 신화나 종교적 이야기 혹은 왕이나 귀족의 업적, 정치적 이데올로기 등의 내용으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서술적 표현은 내용을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기록적인 성격을 우선시했다.
이에 비해 시적 표현에는 이야기로 엮을 만한 뚜렷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미지가 품고 있는 의미는 풍부하다.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적 표현을 가장 효과적으로 소화하는 예술 분야는 음악이다. 음악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표제 음악으로 불리는 음악에서는 분명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음악은 시적 표현 방식을 쓴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독특한 경험이나 추억과 연결되는 음악인 경우 구체적 이미지나 사건까지도 떠올릴 수 있다.
신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 인간의 두려움과 방황을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은 ‘안개 속의 풍경’에서 가출한 아버지를 찾아가는 어린 남매의 고난스런 여정으로 그린다. 이 영화에는 서정적 선율의 ‘아다지오’가 유명하다. 오보에로 연주되는 이 음악은 정말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은 몽롱함을 준다.
안개로 상징되는 불투명한 내일에 대한 불안함이 오보에 음색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여기서 오보에의 선율은 영화의 내용을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관객들은 이 음악 덕분에 감독의 심중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오보에 선율이 심어준 이미지는 오래도록 우리의 마음속에 남는다. 이게 시적 표현의 강점이다. 이야기로 이성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이미지로 감성을 울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홍단비의 작업 방식도 시적 표현을 따르고 있다. 그는 누구나 어린 시절 한번쯤 좋아했던 물건을 이미지화해서 시적 표현 효과를 보여준다. 흔히 ‘애착 인형’이라고 말하는 오브제를 작품화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무슨 생각일까.
세월이 지나면서 잊는 소중한 기억을 소환하려는 것이다. 이런 기억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에너지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캐릭터화된 애착 인형은 팝아트적 발랄함이 없다. 시간의 두께가 보이는 아련한 분위기다. 이를 위해 작가는 오일파스텔로 작업한다. 재료의 특성을 살려 추억 이미지를 강하게 보여준다. 이게 홍단비 작품의 매력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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