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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증여, 40대 앞질렀다 '부동산 정책의 역설'

"세금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준다" 지난해 서울 건물 수증인 25.5%가 30대​

2026.01.19(Mon) 11:05:40

[비즈한국] 서울 서초동에 거주하는 60대 중반 법조인 A 씨. 반포에도 아파트 한 채가 있는 그는 최근 30대 딸에게 전세로 임대한 사당동 아파트를 증여할까 고민 중이다. 당초 전세로 들어가 거주하다가 추후 증여하려 했지만,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상속세와 증여세를 미리 줄여야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A 씨는 “자산 가치가 상승할수록 세금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직장인인 딸 월급이 뻔하지 않냐”며 “어차피 물려줄 재산이라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넘겨줘야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지난해 서울 집합건물 수증인 9765명 중 30대가 25.5%로 가장 많았다. 통상 40대였던 것에서 30대로 넘어간 것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삼성전자에 재직 중인 29세 B 씨는 최근 부모로부터 결혼 자금 명목으로 1억 5000만 원을 빌려 용인 아파트를 매수했다. 아직 결혼 계획은 없지만 일단 1억 5000만 원에 대한 차용증을 쓰고 이자를 내다가, 향후 결혼하게 되면 공제 한도 내에서 증여로 전환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이 같은 계획을 부모님에게 얘기해 ‘허락’을 받았다.

 

이렇게 급하게 움직이게 된 것은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 B 씨는 3~4년 뒤 1억 5000만 원이 지금과 같은 가치가 아닐 것이라는 판단 하에 부모님을 설득했다. B 씨의 아버지는 “결혼할 때 1억 5000만 원까지 공제가 되기 때문에 증여를 하려 했는데, 아들이 모은 돈과 대출을 포함해 집을 산다고 하기에 이왕이면 조금 더 투자가치가 있는 것을 사라는 측면에서 준비한 돈을 빌려주기로 결정했다”며 “용인에도 매수세가 붙었는지 사고 싶었던 집이 가계약금을 보내기 하루 전에 팔리는 등 심상치 않더라. 1월 초 매수했는데 결혼 시점으로 생각했던 아들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고 털어놨다.

 

#30대 증여 열풍, 수증인 4명 중 1명은 MZ세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증여 지도가 바뀌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집합건물 수증인 9765명 중 30대가 25.5%로 가장 많았다. 통상적으로 증여의 핵심 주체는 40대였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그 바통이 30대로 넘어간 것이다. 

 

30대 수증인은 2024년 1402명에서 2025년 2489명으로 1000명 넘게 늘어났는데, 올해 연령대별로 40대 2389명(24.5%)보다 100명 더 많은 수치다. 50대 1734명(17.8%), 60대 1124명(11.5%), 20대 1113명(11.4%) 순으로 뒤를 이었다.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안내글이 붙어있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이러한 현상을 두고 ‘부의 대물림’이 과거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이 나온다. 부동산 가격이 저점을 찍고 다시 고개를 드는 시점에서 자산가들이 ‘지금이 증여 적기’라고 판단한 것. 특히 수도권의 신축 공급 부족이 향후 2~3년 이상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보니 자녀가 취업과 결혼 등으로 자리를 잡으면 30대임에도 ‘서울의 똘똘한 한 채’를 넘겨주는 게 트렌드가 된 것이다. 

 

#정부 ‘과세 정책’에 대한 불안감도 반영

 

시장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과세 의지가 자리한다.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보유 및 자산 이득에 대한 세금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김 실장은 20억, 30억, 40억 등 부동산 자산 구간별 세 부담을 달리하는 정책도 제시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고가의 부동산 소유자들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더 빠르게 자녀 세대로 이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매물을 내놓는 대신 ‘증여’라는 우회로를 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 앞선 A 씨는 “세금이 더 오르기 전에, 공시가격이 더 현실화되기 전에 증여를 마쳐야 100만 원이라도 세금을 덜 내더라”며 “정부가 강력한 증세 카드를 꺼낼수록 더 많은 이들이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자산을 증여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0대 수증인 비중이 40대를 앞질렀다는 통계는, 부모 지원 없이는 서울에서 자립적인 주거 마련이 불가능해진 현실을 보여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경기도 하남에 아파트를 매입한 4대 C 씨는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증여로 부동산을 받거나 살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뉠 것 같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조금 더 정교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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