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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주가·환율·금리 '동반 상승' 한국 경제에 무슨 일이?

호황과 불안 공존하는 비대칭적 국면…회복 흐름 맞지만 지표가 주는 착시 경계해야

2026.01.19(Mon) 15:30:57

[비즈한국] 요즘 한국 경제 지표를 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주가는 크게 오르고, 원·달러 환율도 함께 오른다. 금리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보통 경기가 좋아질 때는 주가가 오르고 원화는 강세를 보이지만, 지금처럼 세 가지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흔치 않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경기 회복’ 공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경제 전반이 고르게 좋아진 것이 아니라, 특정 산업의 호황 위에 불안 요소가 함께 쌓인 과도기적 모습에 가깝기 때문이다. 숫자는 분명 좋아 보이지만, 그 숫자가 만들어진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 경제는 주가 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 금리 고착이라는 이례적인 조합을 보이고 있다. 이는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소비·고용·건설 등 실물경제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가 공존하는 비대칭적 국면으로 해석된다. 사진=비즈한국 DB

 

정부는 16일 ‘1월 최근 경제동향’​ 발표에서 “소비 등 내수가 개선되고,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1.3% 늘며 오랜만에 의미 있는 증가세를 보였다. 12월 수출도 반도체 덕분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고, 무역수지는 11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취업자 수도 전년보다 16만 명 이상 늘었다. 지표만 놓고 보면 ‘바닥은 지났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다만 이 숫자들이 지금의 금융시장 분위기를 모두 설명해 주는지는 따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비는 분기 기준으로는 반등했지만, 월별 흐름은 여전히 들쭉날쭉하다. 지난해 11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3% 넘게 줄었고, 생활에 밀접한 품목들이 모두 감소했다. 정부 역시 기저효과나 긴 연휴 영향 등으로 월별 변동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는 보이지만, 아직 안정적인 회복이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주가 상승을 보면 이런 간극은 더 분명해진다. 최근 코스피 상승의 중심에는 내수 회복이 아니라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있다. 생성형 AI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도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반도체 확보에 나섰다. 경기 흐름과는 다소 떨어진 채, AI 인프라 수요가 독자적으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그 수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반도체 기업에 집중됐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서 지수 전체가 끌어올려졌고, 마치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가 나타났다.

 

환율은 이 이상한 구조의 또 다른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한국 경제가 갑자기 나빠졌기 때문이라기보다, 달러 강세와 지정학적 불안, 미국의 통상 정책 등 대외 요인의 영향이 크다. 원화 약세는 달러로 매출을 올리는 반도체 대기업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해 주가를 떠받친다. 환율이 불안 신호이면서도, 동시에 반도체 주가에는 힘을 실어주는 묘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효과는 일부 기업에 국한된다. 내수 기업과 소비자에게 환율 상승은 물가 부담으로 돌아온다.

 

금리는 또 다른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의 금리 수준은 경기가 너무 좋아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통화당국은 성장보다 안정에 더 신경 쓰고 있다. 금리를 낮추면 환율이 더 오를 수 있고, 이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 가계와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진다. 결국 지금의 금리는 “경기가 좋아서”라기보다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한 방어적인 선택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자산시장과 실물경제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반도체와 AI 산업은 세계 수요의 중심에 있지만, 많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가계가 느끼는 경제는 여전히 팍팍하다. 고용 지표도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실업자 수와 실업률이 함께 늘며 고용의 질적 불안은 남아 있다. 건설 투자는 소폭 회복됐지만,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주택이 29만 호를 넘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평가와 시장의 분석이 완전히 엇갈린 건 아니다. 다만 같은 현실을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최악의 국면을 벗어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시장은 이 회복이 얼마나 넓고 오래 이어질지를 고민한다. 주가·환율·금리가 동시에 오르는 모습은 이 두 시각이 함께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지금 한국 경제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회복’보다는 ‘비대칭’에 가깝다. 소비는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만 아직 불안하고, 수출은 반도체에 쏠려 있으며, 고용과 건설은 여전히 약한 부분을 안고 있다. 주가는 AI 반도체 호황을 앞서 반영하고 있지만, 환율과 금리는 그 낙관을 전부 믿지는 않는다. 숫자는 회복을 말하지만, 아직 갈 길이 여전히 멀고 험난한 이유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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