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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세금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공급 없는 부동산 대책은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더 큰 부작용을 남긴다

2026.02.23(Mon) 08:52:20

[비즈한국] 부동산 정책이 흔들릴 때마다 정부가 가장 먼저 꺼내 드는 카드가 있다. 세금이다. 취득세를 올리고, 양도세를 중과하고, 보유세를 강화하면 투기 수요가 꺾이고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다. 정치적으로도 설명이 쉽다. ‘투기 억제’라는 명분은 강하고, 세율 조정은 법과 시행령으로 비교적 빠르게 손댈 수 있다. 그래서 공급 대책보다 세금 대책이 더 자주, 더 크게 등장한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본령은 ‘세율 조정’이 아니라 ‘공급의 시간표를 앞당기는 것’이다. 일러스트=생성형 AI


그러나 세계 각국의 경험과 연구는 한 가지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세금은 특정 수요를 ‘부분적으로’ 누르거나 거래를 늦추는 데는 쓸 수 있어도, 구조적 공급 부족이 누적된 시장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키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오히려 공급 확충 없이 세금만 앞세우면 거래절벽, 임대료 상승, 시장 왜곡, 지역 양극화 같은 부작용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책 당국은 이제 인정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본령은 ‘세율 조정’이 아니라 ‘공급의 시간표를 앞당기는 것’이다. 세금은 보조수단일 뿐이다.

 

세금 정책이 반복해서 실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 가격은 단순히 투기심리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도시 주택시장은 직주근접, 학군, 교통, 재건축 기대, 금융 여건, 인구 이동, 소득, 임대시장 구조, 규제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작용한다. 이런 복합 시장에 세금 하나만 올려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접근은 정책 설계 자체가 지나치게 단선적이다.

 

더구나 조세의 효과는 세목마다 다르다. 거래세(취득세·양도세 등)는 거래 자체를 줄이는 쪽으로 작동하기 쉽고, 보유세는 장기 보유 비용을 높이지만 임대료 전가나 현금흐름 압박을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정부가 이 차이를 무시한 채 ‘세금을 올리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단순 프레임으로 접근해 왔다는 점이다.

 

OECD도 주택세제 보고서에서 거래 단계 과세가 경제 왜곡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거래세가 효율성 측면에서 비용이 큰 세목이라는 취지의 문제의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반복적·예측 가능한 방식의 보유 관련 과세는 상대적으로 덜 왜곡적일 수 있다는 논의가 함께 제시된다. 핵심은 ‘세금을 더 걷느냐’가 아니라 ‘어떤 세금을 어떤 목표로 설계하느냐’다.

 

즉, 세금은 정밀한 도구여야 한다. 그런데 현실의 정치에서는 정밀함보다 상징성이 앞선다. 결과는 대개 같다. 시장은 적응하고, 정책은 후행하며, 피해는 실수요자와 임차인이 떠안는다.

수요 억제 정책의 효과는 공급 탄력성에 달려 있다

 

IMF가 여러 국가 사례를 분석하며 반복해서 강조하는 요지는 명확하다. 수요 측 정책(세금 포함)의 효과는 결국 주택 공급 탄력성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공급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는 시장에서는 수요 관리가 상대적으로 더 잘 작동할 수 있지만, 공급이 막혀 있는 시장에서는 수요 억제의 부작용이 거래 위축과 임대료 상승으로 전이되기 쉽다.

 

이 말은 정책 당국에 불편한 진실이다. 세금은 당장 발표할 수 있지만, 공급은 시간이 걸린다. 인허가, 착공, PF, 분양, 공사, 준공까지 이어지는 긴 사슬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공급을 뒤로 미루면, 결국 더 큰 비용을 치른다. 몇 년 뒤 입주 물량 공백이 생기고, 그때 또 세금을 만지작거리며 시장을 탓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책의 시간축을 바꾸지 않으면 같은 실패는 계속된다.

 

#한국의 교훈: 세금 강화는 가격보다 거래와 전세시장, 지역 쏠림을 먼저 흔들었다

 

한국에서도 이 문제를 뒷받침하는 실증 연구가 이미 나와 있다. 국토연구원 보고서는 부동산세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취득세 인상이 거래량 감소를 유발하지만 가격 안정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고, 매매가격 하락과 함께 전세가격 상승을 유도할 가능성, 양도세의 동결 효과(lock-in)와 전세가격 상승 효과 등을 시사하는 결과를 제시했다. 즉, 세금 강화가 의도와 달리 임대시장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많은 정책이 ‘투기 억제’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거래를 잠그고 임차시장에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거래세·양도세가 과도하면 팔 사람도 팔지 않고, 살 사람도 사지 못해,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둔화된다. 그 사이 전월세 시장은 공급이 줄어 경직된다. 이것이 한국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목격된 메커니즘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최근 지적한 구조 변화까지 겹친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서울 등 선호지역으로의 수요 집중과 지역 간 인구 이동, 규제 강화 이후 선호지역 수요 강화가 시장 차별화의 배경 중 하나라고 진단한다. 동시에 비수도권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이 높고 착공 물량 감소로 건설경기 위축과 금융 리스크가 커지는 양상을 지적한다. 즉 한쪽은 과열 압력, 다른 쪽은 공급·건설·금융 취약성이라는 비대칭 구조가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시장에서 전국 단일 논리의 세금 처방은 더 위험하다. 서울 핵심지는 수요가 버티고, 비수도권은 거래만 마르는 일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세금은 ‘시장 안정’보다 ‘시장 분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공급을 늦춘 대가: 숫자는 결국 공급 부족의 후폭풍으로 돌아온다

 

세금 논쟁이 과열될수록 정작 더 중요한 숫자가 가려진다. 인허가, 착공, 준공이다. 주택시장은 오늘 세금을 바꿔도 내일 공급이 나오지 않는다. 몇 년 전의 인허가와 착공이 오늘의 입주량을 만든다.

 

국토교통부와 관련 보도를 보면, 2024년 주택 인허가·착공·준공 지표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착공 감소폭은 특히 컸다. 이는 시차를 두고 공급 부족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5년에도 공급 우려와 수도권 가격 압력을 배경으로 정부가 수요 억제와 함께 공급 확대 방안을 병행 발표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정책 당국조차 이제는 ‘수요만 눌러서는 안 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늘 순서다. 공급은 늦고, 세금은 빠르다. 그래서 정책은 단기 정치 일정에는 맞지만 시장의 시간에는 맞지 않는다. 그 결과 국민은 더 큰 변동성을 겪는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정말 ‘시장 안정’이라면, 해법은 생각보다 분명하다. 세금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세금의 역할을 정상화하고, 공급의 역할을 전면화해야 한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말은 쉬워도, 그 대가는 국민이 낸다

 

정책은 명분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세금 강화가 발표될 때마다 시장은 얼어붙고, 몇 달 뒤에는 전월세 부담과 공급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다. 그때 또 다른 세금 카드가 나온다. 이 악순환을 끝내지 못하면 부동산 정책은 안정화 정책이 아니라 변동성 증폭 정책이 된다.

 

세계 사례도, 한국의 경험도 같은 결론을 말한다. 세금은 특정 수요 억제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대개 제한적이고 일시적이다. 공급이 막혀 있으면 세금의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난다.

 

결국 시장 안정의 핵심은 공급의 속도와 예측 가능성이다. 정부가 정말로 집값 안정을 원한다면, 세금을 ‘정치적 선언’의 도구로 쓰는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 필요한 세금은 정밀하게, 예측 가능하게, 최소한의 왜곡으로 설계하고, 정책 역량의 대부분은 공급 확대와 사업 속도 개선에 투입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세율표가 아니라 공급 곡선으로 움직인다. 이 단순한 진실을 외면하는 한, 어떤 정부도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할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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