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늘 먼저 오르는 곳이 있다. 강남 3구와 용산, 그리고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핵심 지역들은 상승장의 서막을 열고, 나머지 지역은 그 뒤를 따라간다. 이 흐름은 너무 익숙해져서, 많은 사람들은 서울의 집값을 말할 때 곧바로 ‘상위권’의 표정을 떠올린다. 그러나 시장은 언제나 한 장면에만 머물지 않는다. 상위권이 달아오른 뒤, 한동안 조용했던 곳이 갑자기 치고 올라오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때야말로 서울 시장의 국면이 달라졌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번 주 관악구의 상승은 바로 그런 신호다. 관악구는 그동안 상위권이 오르는 동안 ‘덜 오르던 곳’이었다. 혹은 ‘올라도 제한적이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왜 갑자기 움직였는가. 관악구의 급등은 단순히 “싸서 샀다”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서울 시장의 자금 구조, 전세 시장의 붕괴, 규제의 의도치 않은 파급, 그리고 교통과 생활권의 재평가가 겹쳐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상승이 ‘우연히 찍힌 급등’이 아니라 ‘거래가 되는 단지’에 돈이 붙기 시작한 구조적 변화라는 점이다.
#관악구는 왜 ‘그동안’ 안 올랐나
관악구는 서울에서 독특한 위치에 놓인 지역이다. 강남과 가깝지만 강남은 아니고, 도심과 연결되지만 도심의 프리미엄을 모두 누리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관악구의 주택 시장은 아파트만으로 구성된 시장이 아니다. 원룸·다세대·빌라가 많고, 대학가와 직장인 수요가 섞여 있으며, 생활권의 결이 다양하다. 이 말은 곧, 상승장에서도 ‘프리미엄이 한 번에 붙는 방식’이 제한적이었다는 뜻이다.
상위권 지역이 빠르게 치고 올라갈 때 관악구가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상품성이 균질하지 않았다. 상위권이 ‘신축·준신축·브랜드·역세권’으로 깔끔하게 정렬되어 가격이 뛰는 동안, 관악은 단지 간 편차가 컸다. 언덕과 평지의 차이, 대로변 소음과 단지 내부의 차이, 역 접근성과 동선의 차이가 가격을 갈랐다. 같은 동네라도 ‘살 만한 라인’과 ‘피할 라인’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지역에서는 상승장이 와도 지수가 단번에 확 뛰기 어렵다. 시장은 늘 ‘가장 안전한 상품’부터 사고, 불편함이 있는 상품은 나중에 산다. 관악은 그 ‘나중’에 배치되기 쉬운 구조였다.
둘째, 상위권과의 ‘심리적 거리’가 멀었다. 서울은 가격이 아니라 ‘서열’로 움직인다. 학군, 직장 접근, 이미지, 수요의 질감이 계급처럼 작동한다. 관악은 실수요가 강하지만,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한 번에 몰리는 구간은 아니었다. 특히 시장이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더 확실한 곳으로 몰린다. 그래서 상위권이 오를 때 관악은 늘 “관망 리스트”에 오래 머물렀다.
셋째, 상승장의 에너지가 ‘관악까지 도달하기 전에’ 시장이 꺾인 적이 많았다. 상위권이 달리기 시작하면 중간권, 하위권으로 온기가 내려와야 한다. 그런데 금리, 규제, 심리 쇼크가 그 흐름을 중간에서 여러 번 끊었다. 그 결과 관악은 ‘충분히 달아오를 타이밍’을 놓친 채, ‘상위권만 오른 시장’의 그림자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관악이 그동안 조용했다면, 왜 하필 지금 움직이는가. 바로 그 이유가 중요하다. 지금 관악 상승은 ‘지연된 상승’이 아니라 ‘판이 바뀐 상승’이기 때문이다.
#관악이 오르는 진짜 이유: 돈이 가능한 곳으로 흐르는 시대
요즘 서울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단어는 ‘가능’이다. 오르고 내리는 논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살 수 있느냐’다. 예전에는 상승장이 오면 사람들의 욕망이 먼저 움직였다. 그러나 지금은 욕망보다 먼저 대출·현금·이자 부담이라는 현실이 움직인다. 즉, 시장은 ‘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 ‘갈 수 있는 곳’에서 먼저 거래가 붙는다.
관악구 급등의 첫 번째 이유는 자금이 상위권에서 중간권으로 ‘정상적으로’ 내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상위권이 너무 올라버린 뒤에는, 더 이상 거래가 활발하게 붙지 않는다. 가격이 높아질수록 매수자층이 얇아지고, 한두 건의 신고가가 시장을 대표하기 어려워진다. 반면 중간권은 매수자층이 두껍다. 가격대가 ‘살 수 있는 구간’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악은 그 ‘살 수 있는 구간’의 대표적 수혜지로 다시 떠올랐다.
두 번째 이유는 전세 시장이 매매 수요를 강제로 밀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가 안정적일 때는 사람들은 굳이 큰 결심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세가 흔들리면 선택지는 두 개로 좁혀진다. 계속 월세를 감당하며 기다리거나, 감당 가능한 선에서 매매로 넘어가는 것이다. 관악은 대학가와 직장 수요가 섞여 있어 전세 수요가 원래부터 강한데, 전세가 불안해질수록 ‘차라리 사자’는 결심이 빠르게 쌓이는 곳이다. 이 결심은 통계의 숫자가 아니라, 계약서에 찍히는 도장으로 나타난다. 이번 주 관악의 상승은 그 도장이 늘었다는 뜻이다.
세 번째 이유는 빌라·다세대 시장의 불신이 ‘아파트 선호’를 극단으로 밀어 올렸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다세대·빌라가 많은 지역일수록, 사람들은 ‘그럼에도 아파트’라는 선택을 한다. 관악은 그 구조가 강하다. 시장이 불안할 때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가 아니라 안전 자산이 된다. 그래서 관악에서는 거래가 늘어날 때 반드시 대단지·브랜드·검증된 단지로 쏠림이 나타난다. 관악드림타운, 관악푸르지오, 관악파크푸르지오 같은 단지들이 가격을 주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악 전체가 오른 것이 아니라, 거래가 되는 단지가 지수를 끌어올린 것이다.
네 번째 이유는 교통 기대감이 ‘현재 가치’가 아니라 ‘미래 가치’로 가격의 천장을 밀어 올렸기 때문이다. 관악은 이미 2호선이라는 강력한 축을 갖고 있다. 여기에 신림선 같은 변화가 붙고, 추가적인 교통 계획들이 시장에 ‘기대’로 작동한다. 교통은 완성됐을 때만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늘 ‘정말 될 것 같은 순간’에 먼저 반응한다. 관악구 급등은 그 기대가 한 번에 합쳐진 결과다.
마지막 이유는, 서울의 상승장이 이제 ‘한 단계 더 내려오며 확산’되는 국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상승장은 전염된다. 전염의 속도와 순서가 다를 뿐이다. 상위권이 먼저 달리고, 그 다음에는 ‘상대적으로 덜 오른 곳’이 움직인다. 관악의 급등은 시장이 확산 국면에 들어왔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이 확산이 아무 곳에나 퍼지는 것이 아니라 ‘거래가 가능한 실거주 선호 단지’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이번 상승을 가볍게 보면 안 되는 이유다.
#관악 급등이 던지는 진짜 메시지
관악구 급등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서울 시장은 지금 ‘한쪽만 오르는 시장’에서 ‘확산하는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확산은 무작정 퍼지는 것이 아니라 실거주 선호 단지, 거래가 가능한 가격대, 환금성이 있는 상품을 따라 움직인다.
그렇다면 우리의 결론은 이렇다. 관악이 오른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작은 모든 관악이 아니라 좋은 관악의 시작이다. 즉, 관악 상승을 보며 무조건 흥분하는 것도 위험하고, 무조건 무시하는 것도 위험하다.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관악이 올랐다’가 아니라, ‘어떤 관악이 올랐는지’를 분해해서 보는 것. 그 분해가 곧 생존이고, 그 분해가 곧 수익이다.
관악은 지금 서울 시장의 ‘다음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장면을 기회로 만들지, 공포로 만들지는 오로지 매수자의 태도에 달려 있다. 서울은 언제나 비싸다. 그러나 더 비싼 것은 ‘급하게 산 집’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결심이 아니라 판독이다. 그리고 관악구의 급등은 그 판독의 시험지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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