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2025년 공정거래 분야 판결 중 가장 큰 논쟁을 촉발한 사례를 하나 꼽는다면, N 사의 자사우대 행위를 적법하다고 본 대법원 판결일 것이다. 사안의 내용은 이렇다. 검색 서비스 시장과 온라인 비교쇼핑 서비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가진 N 사는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자사가 운영하는 오픈마켓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했다.
이는 전형적인 자사우대 사례다. 자사우대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플랫폼에서 자사의 상품·서비스를 경쟁 사업자의 상품·서비스 대비 유리하게 취급하는 행위를 말한다. N 사는 검색 서비스에서 자사의 오픈마켓 상품을 우선 노출함으로써 자사 상품·서비스를 유리하게 취급한 것이다.
자사우대는 여러 시장을 넘나들면서 독점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스스로 만든 플랫폼에서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사업자보다 유리하게 취급하는 것은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것과 같아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을 반영해 공정위는 관련 고시에서 자사우대로 인한 경쟁제한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 자사우대는 기존 시장 및 연관 시장의 특성, 거래 내용 등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영향력을 지렛대 삼아 연관 시장으로 지배력을 전이시켜 연관 시장의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
· 연관 시장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력이 강화되면 이는 다시 기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해 독과점적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1월 N 사가 검색 및 비교쇼핑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지위를 이용해 직접 계약관계는 없으나 실질적 거래관계가 존재하는 오픈마켓 입점 사업자의 거래조건을 차별했고, 그 결과 오픈마켓 시장에서 경쟁자를 배제했다고 봤다. 이 같은 판단 아래 N 사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중 △사업활동 방해 및 차별적 취급 △기타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제재를 부과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5년 10월 16일 선고한 2023두32709 판결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했다. 위 판결은 자사우대가 원칙적으로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즉, ‘N 사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타사와의 거래조건을 설정할 때, N 사가 제공하는 상품 또는 용역과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N 사에 요구할 법령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대법원은 N 사의 검색 알고리즘 조정이 부당하다고 보기 위해서는 ①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하고 ② 경쟁제한의 의도가 인정돼야 하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두 요건이 모두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첫째, N 사의 검색 알고리즘 조정이 있었던 기간에도 경쟁 오픈마켓의 거래액과 입점업체는 꾸준히 증가했고, 신규 사업자가 오픈마켓 시장에 진입하는 등 유효한 경쟁을 계속했으므로 경쟁제한 효과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둘째, 알고리즘 조정은 N 사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속한다. 그러한 노력 자체로 경쟁제한의 의도나 목적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 오히려 성과 경쟁을 위한 행위로서 바람직하게 보일 수도 있다. 또한 검색 알고리즘 변경은 수십 차례 이뤄졌는데, 그중 일부만을 선별해 문제 삼을 수 없다. 알고리즘 개선 과정에서 다소 편향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 판결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찬성하는 측은 위 판결이 자사우대에 대한 법률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단하고, 알고리즘 조정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임을 인정했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혁신과 경쟁 가능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반대하는 측은 자사우대가 적법하다고 판시한 것이 글로벌 규제 동향과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경쟁제한 효과에 대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의 결과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규제하라는 것과 같으므로, 사실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력 남용에 대한 사전 규제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봤다.
알고리즘 조정이 영업활동으로서 정당하다고 판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입점 사업자의 트래픽 의존도가 매우 높으므로 검색 순위는 단순한 노출의 문제가 아니라 매출과 폐업 여부로 직결되는 문제이며, 알고리즘 조작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판결은 논쟁을 종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사우대 규제의 기준과 방향에 관한 새로운 논의를 촉발한 계기가 됐다. 법원은 현행 법체계 내에서의 해석 가능성을 기준으로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쟁이 계속된다면, 향후 이 영역은 사법적 판단보다는 입법적 개입 여부에 의해 규율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향방은 여론 형성과 정책 집행 과정에 계속해서 중요한 쟁점으로 남을 것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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