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에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절반을 미국으로 가져오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를 실현할 강력한 무기인 ‘전면적 반도체 관세’ 부과 시점을 전략적으로 저울질하고 있다. 당장의 관세 충격은 피했지만, 관세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 시설 투자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겠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청사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연준 의장 취임식에서도 튀어나온 트럼프의 '관세 사랑'과 반도체 패권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2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취임 선서식에서 경제 성장의 핵심 축으로 관세를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 안정과 고용 창출이라는 연준의 본연의 임무를 강조하고 워시 의장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미국 중심의 제조업 부흥을 강하게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덕분에 내가 퇴임할 때쯤이면 우리는 전 세계 50%의 칩 제조 능력을 갖게 될 것이고,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공장을 직접 예로 들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시설이 대만 등지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독립성이 생명인 중앙은행 수장의 취임식 자리에서도 자신의 핵심 경제 정책인 ‘관세’의 정당성을 알리고, 향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미국이 쥐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도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훔쳐 갔다고 거칠게 비판하며, 대만에 있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모두 미국으로 오기를 바란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아 왔다.
# ‘당장’은 아니지만 ‘반드시’ 온다… USTR의 관세 지렛대
트럼프 대통령이 거시적인 목표를 제시했다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실질적인 무역 정책의 실행 계획을 구체화했다. 그리어 대표는 같은 날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메모리 반도체 공장 확장 행사에서 “즉각적인 반도체 관세가 내일 또는 다음 주에 도입되는 것은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즉각적인 관세 부과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그는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전제하며,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국가안보 목적의 전면적 관세 도입 가능성을 여전히 유효한 카드로 남겨두었다. 그리어 대표는 마이크론과 같은 자국 내 핵심 시설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 가장 적절한 시점과 규모로 관세를 실행해 ‘리쇼어링(해외 사업장의 자국 복귀 및 이전)’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미국 행정부가 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방식 대신, 기업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적용할 뜻을 내비쳤다는 점이다. 그리어 대표는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이른바 ‘승수(multiplier)’ 효과를 적용하여, 생산 시설 구축(리쇼어링) 단계에서 일정한 양의 반도체를 무관세 또는 우대 조건으로 수입할 수 있도록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전면적인 관세 부과 시 미국의 AI 기업이나 IT 제조업체들이 겪을 수 있는 단기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과 비용 급등 부작용을 예방하는 동시에, 외국 기업들의 미국 내 직접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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