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 이사회 구성이 달라지고 있다. 대주주 ‘거수기’라는 평가를 받던 사외이사 자리에 실무형 전문가들이 전면 배치되는 추세다. 달라진 사외이사 라인업은 기업이 나아갈 방향과 위기를 보여주는 명확한 지표가 되고 있다. 비즈한국은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 라인업 변화를 살펴보고, 기업의 미래 설계도와 속내를 집중 분석한다.
#‘투명성’ 앞세운 교수진으로 사외이사 진용 물갈이
애경산업이 태광그룹 계열 편입과 동시에 사외이사 라인업을 전면 교체했다. 3월 26일 애경산업은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애경타워에서 제41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등의 주요 안건을 처리했고,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며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줬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는 모두 3명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송창준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윤여선 카이스트 경영대학장 등이 신규 선임됐다. 기존 사외이사였던 진인식, 남궁진 이사는 임기가 남았지만 일신상의 사유로 중도 퇴임했고, 박형명 사외이사는 임기 만료로 물러났다.
신규 선임된 김우철 사외이사는 조세·재정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조세분석심의관과 세수추계팀장을 지냈다. 현재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예금보험공사 사외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송창준 사외이사는 한양대 경영대학 회계학부 교수로,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버지니아공대와 성균관대학교 등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바이오 기업 프로젠의 사외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윤여선 사외이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장이자 마케팅 교수다. 미시간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효성중공업과 세아베스틸지주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브랜드 전략과 소비자 분석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된다.
새롭게 꾸려진 이사회가 전원 학계 인사로 채워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통상 이사회는 기업 실무 출신 중심으로 꾸려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데, 그만큼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객관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비교적 외부 영향에서 자유로운 학계 인사를 전면에 배치한 것은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변화는 태광그룹 편입 후 예상되는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태광그룹은 그동안 지배구조 관련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이사회 재편을 통해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향후 논란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제품 리콜 사태에 브랜드 신뢰 회복 과제, 마케팅 전문가 영입
애경산업은 3월 26일 태광그룹 계열사로 공식 편입됐다. 애경그룹은 지난해 3월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애경산업 매각에 나섰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유력 인수자로 떠올랐고, 지난해 10월 AK홀딩스는 보유 중이던 애경산업 지분 63.13%를 태광산업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거래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중국에서 생산된 애경산업의 ‘2080 치약’에서 사용금지 성분이 검출돼 제품이 전량 회수된 것이다. 브랜드 신뢰도 하락 우려가 제기되면서 태광산업은 향후 실적에 미칠 영향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양측은 거래 조건 재협상에 나섰고, 매각가는 약 4700억 원에서 4475억 원 수준으로 조정됐다.
태광그룹 편입을 계기로 애경산업의 이사회는 성격이 크게 바뀌었다. 애경산업은 그동안 공인회계사, 산업은행 출신 금융 전문가, 판사 출신 변호사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이사회 운영을 내부통제와 법률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기존 사외이사를 전원 교체하고 세무·회계·마케팅 분야 교수진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이사회가 전략 지원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이사회 구성에서 눈에 띄는 점은 마케팅 전문가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애경산업 이사회에 브랜드와 소비자 전략을 담당하는 사외이사 참여는 이례적이다. 애경산업은 최근 치약 성분 문제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으면서 시장 신뢰 회복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케팅 전문가를 이사회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애경산업은 이사회 재편과 함께 경영진과 조직 전반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애경그룹 오너 일가인 채동석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채 부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던 김상준 대표이사의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정인철 태광산업 미래사업총괄 부사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했다.
브랜드 연속성과 시장 신뢰도 등을 고려해 기존 상호는 유지하지만 조직 체계는 대대적으로 손질할 계획이다. 기존 화장품·생활용품 중심의 사업부는 메이크업·스킨케어·퍼스널뷰티·홈케어·덴탈케어 등으로 세분화했다. 마케팅 전문 조직을 신설하고, 연구개발·생산·물류 등 인프라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는 “태광그룹 계열사로서의 새 출발은 질적인 변화의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K뷰티를 대표하는 토털뷰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도전과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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