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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 평범한 일상을 돈 되는 콘텐츠로 '미라클 에디팅'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만 있어도 당신은 이미 에디터라는데?

2026.06.01(Mon) 14:59:16

[비즈한국] 퇴근길 지하철. 손에 쥔 스마트폰을 무심히 넘기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뭔가 만들어보고 싶은데.’ 매거진을 닮은 누군가의 피드를 보며, 멋들어진 뉴스레터를 받아보며,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린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 하면 어김없이 같은 말이 발목을 잡는다. ‘나 같은 사람이 뭘.’ 현대인의 3대 허언, “다이어트해야 되는데”, “영어 공부해야 되는데”, “유튜브 시작해야 되는데.” 그 언저리 어딘가에서 욕망은 늘 다음으로 미뤄진다.

 

‘미라클 에디팅’은 바로 그 미뤄둔 마음을 향해 손짓을 하는 책이다. ‘디에디트’를 창업하고 10년 넘게 콘텐츠 회사를 운영해온 세 명의 에디터가 썼다. 디에디트는 취향 기반 온라인 매거진에서 출발해 인스타그램, 뉴스레터, 유튜브까지 확장했고, 여러 채널의 총 팔로어 수는 130만 명에 이른다. 500만 원의 자본금과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한 회사는 연 매출 30억 원을 넘겼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그 숫자를 성공담처럼 으스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그 숫자 뒤에 있었던 망설임, 삽질, 불안, 돈 이야기, 플랫폼의 변덕, 그리고 계속 만들어야만 살아남는 사람들의 호흡을 꽤 솔직하게 펼쳐놓는다.

 

미라클 에디팅. 디에디트(H·M·B) 지음. 174쪽. 북스톤. 2026년 6월 출간 예정. 사진=디에디트 제공

 

책의 제목은 과감하다. ‘미라클’이라니. 요즘 서점에는 인생을 바꿔준다는 책이 너무 많고, 대개 그런 책들은 읽고 나면 인생보다 기분만 잠깐 바뀐다. 저자들도 이 민망함을 안다. 부록에서 이들은 ‘미라클 에디팅’이라는 제목을 두고 “너무 실용서 같지 않아?”라고 농담처럼 말한다. 하지만 곧 이런 결론에 이른다. “AI가 할 수 없는 걸 쓰면 실용적인 거야.”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거창한 성공 공식 대신, 자신들이 실제로 해본 것과 실패한 것과 고쳐본 것을 꺼내놓는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말하는 미라클은 번개처럼 찾아오는 기적이 아니다. 매일 올리고, 고치고, 반응을 보고, 또 만드는 사람에게 아주 가끔 허락되는, 말 그대로 기적 같은 ‘결과’다.

 

무엇보다 이 책은 ‘에디팅’을 직업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기술로 확장한다. 좋은 문장을 쓰는 법만 말하지 않는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판단하는 법, 나의 경험을 타인의 언어로 번역하는 법,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도 보고 싶게 만드는 법을 말한다. 저자들은 “편집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고르고 다듬어 더 낫게 만드는 행위”라고 쓴다. 그래서 원석이 없으면 마법도 없다고 말한다. 완벽주의 뒤에 숨지 말고, “꼴사나워도 좋으니 일단 쓰고, 찍고, 올려라.” 이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대개 재능이 아니라 초안이다. 세상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기획보다 조금 어설프게 올라온 첫 게시물에 더 너그럽다.

 

책은 네 개의 큰 흐름으로 이어진다. 발견, 시도, 성장, 확장, 지속. 처음에는 세 에디터가 어떻게 콘텐츠의 세계로 들어왔는지 말하고, 이후에는 소비자를 상상하는 법, 따라 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법, 캐릭터를 만드는 법, 알고리즘과 섬네일을 다루는 법, 좋은 콘텐츠를 돈이 되는 콘텐츠로 연결하는 법까지 다룬다. 실용서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속은 에세이에 가깝고, 에세이처럼 읽히지만 내용은 꽤 실무적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이상한 안도감이 든다. 콘텐츠를 만든다는 건 천재들의 일이 아니라, 계속 부끄러워하면서도 계속 내놓는 사람들의 일이라는 안도감.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나’를 중심에 두되 ‘나’에 갇히지 말라는 조언이다. 저자들은 콘텐츠가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맞지만, 종착점까지 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독자는 당신의 세계를 구경하러 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안에서 자기 자신에게 필요한 조각을 가져가고 싶어 한다.” 콘텐츠를 둘러싼 착각은 여기서 자주 발생한다. 우리는 내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독자는 자신에게 무엇이 남는지를 묻는다. 이 간극을 줄이는 일이 곧 에디팅이다. 자기표현과 전달 사이에서, 취향과 상품성 사이에서, 하고 싶은 말과 들리게 해야 할 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 말이다.

 

이 책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돈 이야기를 피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콘텐츠 책은 ‘잘 만들면 언젠가 알아봐준다’는 말로 독자를 달랜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월세는 좋은 말로 낼 수 없다. ‘미라클 에디팅’은 좋은 콘텐츠와 돈이 되는 콘텐츠를 대립항으로 놓지 않는다. “좋은 콘텐츠와 돈이 되는 콘텐츠는 대립항이 아니다. 둘을 동시에 성립시키는 설계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만이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다.” 이 문장이야말로 디에디트가 10년 동안 배운 가장 비싼 문장일 것이다. 콘텐츠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돈을 멀리해야 한다는 낭만도, 돈이 되면 다 된다는 냉소도 이 책에는 없다. 대신 좋은 것을 오래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구조까지 편집해야 한다고 말한다.

 

AI 시대에 대한 시선도 흥미롭다. 저자들은 AI가 글 쓰는 사람을 모두 대체할 것처럼 겁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낭만적으로 버티자고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AI가 없애준 것은 ‘쓴다는 두려움’이고, 인간에게 남겨준 것은 더 본질적인 삽질의 시간이라고 본다.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문장을 생산하는 능력보다 무엇을 질문하고, 무엇을 고르고, 어떤 맥락으로 묶고, 누구에게 어떤 언어로 건넬지 판단하는 능력이다. 도구가 바뀌어도 편집하는 인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저자들의 믿음은 여기서 나온다.

 

물론 이 책이 모든 사람을 콘텐츠 창업자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책 한 권 읽었다고 팔로어가 늘고, 뉴스레터가 팔리고, 광고 제안이 들어오는 일은 없다. 저자들도 그걸 안다. 그래서 이 책은 기적을 약속하는 책이라기보다, 기적이라는 말을 부끄러워하면서도 끝내 그 말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미라클 에디팅’이라는 제목을 두고 “확신 넘치고 오만한 제목을 방패 삼아, 책을 팔아보겠다는 일념으로 무장했다”고 고백한다. 이 솔직함이 좋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결국 자기확신과 자기의심 사이에서 버티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라클 에디팅’은 에디터가 되고 싶은 사람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회사 밖에서 자기 이름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사람, 인스타그램 계정을 조금 더 근사하게 운영하고 싶은 사람, 뉴스레터를 시작하고 싶지만 첫 문장을 못 쓰고 있는 사람, 혹은 매일 콘텐츠를 만들면서도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가끔 헷갈리는 사람에게 더 잘 맞는다. 이 책은 말한다. 당신의 일상은 이미 재료라고.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떻게 고르고, 덜어내고, 배열하고, 남에게 닿는 형태로 바꾸느냐라고.

 

결국 에디팅은 삶을 대하는 태도다. 매일 쏟아지는 정보와 경험과 감정 속에서 무엇을 붙잡을지 결정하는 일. 나만의 취향을 갖되, 그것을 타인의 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모양으로 바꾸는 일. 그러니 이 책을 덮고 나면 거창한 사업계획서보다 작은 계정 하나를 열고 싶어진다. 아직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아니, 완벽하지 않아서 시작할 수 있다. 기적은 대개 그런 얼굴로 온다. 어설픈 첫 게시물, 지워버리고 싶은 첫 문장, 민망한 첫 시도. 그리고 다음 날 또 하나를 만드는 사람에게.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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