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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 오뚝이 언론인의 60년 기록 '내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심상기 서울미디어그룹 회장, 초짜 기자 시절부터 매체 창간 이르기까지 언론 인생 회고

2026.03.18(Wed) 16:40:52

[비즈한국] 60년을 한국의 언론인으로 살아온 이는 그 세월을 무엇이라 회고할까. 더욱이 신문사 신입기자로 입사해 그 신문사의 대표를 역임하고, 유수 매체를 창간해 미디어그룹으로까지 키워냈다면? 삶이 성취와 업적으로 가득할 듯하나 뜻밖에도 당사자는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다고 고백한다. 

 

다만 그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뛰었다. “나는 뛰면서 넘어지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또 뛰었다. 넘어지면서 생긴 마음의 상처가 작지 않았지만 또한 시련을 이겨내려는 나름대로의 의지도 그에 못지않았다.”

 

내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 뜨거운 기록, 심상기 지음, 460쪽, 서울문화사 펴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심상기 서울미디어그룹 회장이다. 심 회장은 최근 자전적 기록을 담은 책 ‘내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를 냈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4·19 혁명 직후인 1961년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가 몸으로 겪은 현대사가 책 속에서 펼쳐진다. 저자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격랑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5·16 쿠데타, 유신체제와 10·26, 그리고 6월항쟁. 특히 한일협정 비준 당시의 도쿄 현장 취재,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던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방북 관련 비화, 신군부의 언론 통제에 부딪혔던 좌절의 순간 같은 긴박한 장면을 생생하게 전한다. 이는 저자가 “역사의 현장에 가장 가까이 근접했던 목격자”로서 자신의 기록이 우리 현대사의 비어 있는 퍼즐을 맞추는 하나의 조각이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의 이름을 숨김없이 실명으로 기록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책을 읽다보면 좋은 기자란 어떤 사람인가, 좋은 기사는 어떤 기사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저자가 초짜 기자 시절 쓴 ‘맨발의 배구팀’, ‘경기고 명예 졸업장’, ‘강원도 산골 선혜학원’ 기사를 그 사례로 제시할 수 있을 듯싶다. 좋은 기사는 거대한 특종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작은 일에 관심을 거두지 않고 발로 뛰어 만들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기사는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도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는 것을, 이 기사들은 보여준다. 

 

정론직필은 언론인의 기본 사명이다.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앞에 모여앉은 기자들. 사진=박정훈 기자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어쩌면 ‘좌절’의 기록이다. 정치부 기자 시절 큰 낙종을 하고 징계 대상에 올랐던 일, 케이블방송에 진출했다가 너무 일찍 철수한 뒤 두고두고 아쉬워했던 기억, 일요신문 인수 후 정간 처분을 받은 뒤 뼈저리게 반성한 일 등 실패담까지 솔직하게 담은 건 다른 자서전에서 보기 힘든 면모다. 저자는 아예 ‘사죄’의 말로 책을 시작한다. 기자라면 이 말에 얼마나 깊은 진심이 담겼는지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궁형을 당한 이후 진실의 기록을 남기려 ‘사기’를 쓴 사마천처럼 기자는 왜곡되지 않은 진실을 캐내는 역사(役事)를 맡아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다. 진실을 캐내는 역사. 말은 쉽지만 실행에는 많은 고통이 따른다. 내 글로 인해 피해를 당하거나 상처를 받은 분들이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이분들에게 사죄한다. -머리글 중에서

 

저자는 중앙일보 편집국장과 경향신문 사장 시절, 정권의 압력에 맞서다가 물러났다. 이후 서울문화사를 세워 우먼센스와 아이큐점프 등 잡지를 창간해 대성공시켰고 일요신문, 시사저널을 인수해 서울미디어그룹을 완성했다. 언론 경영인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셈인데, 정론직필이라는 언론인의 사명을 지킨 덕분이 아닐까 싶다.

 

언론출판 활동에 있어서는 그 기조를 정의와 진실 탐구에 두어야 함은 물론이다. 언론자유를 향유하는 대신에 그에 따른 책임도 무겁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가야 한다. 정론직필은 언론인의 기본 사명이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잣대로서의 역할이 특히 강조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언론 기업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서도 더욱 사회적 규범을 지키며 스스로 바르게 처신하는 데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는 한 언론인의 회고록이자 ​실패하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난 한 인간의 치열한 삶의 연대기다.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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