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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 AI 시대, 철학의 의미를 묻다 '여성철학자의 철학 이야기'

국내 신진 중진 여성철학자 8명이 '철학'과 '철학하기'를 말하다

2026.02.26(Thu) 17:49:05

[비즈한국] 철학도 ‘쇼츠’로 보는 시대, AI(인공지능)가 생각마저 대신해주는 시대에 철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흔히 철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치부된다. 돈 많은 자의 취미생활이나 현실 부적응자의 도피쯤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진짜 철학은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와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사유하는 것. 그렇기에 한국에서, 여성이, 철학을, 한다는 것은 치열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매일매일 질문에 부딪히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발간된 책 ‘여성철학자의 철학 이야기’는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주목받고 있는 신진, 중진 여성철학자 8명이 ‘철학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

 

사유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철학’은 우리 삶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철학함’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여성철학자의 철학 이야기’​는 그 질문에 답한다. 사진=생성형 AI


강선형 김분선 김애령 김은주 노성숙 양창아 이선현 이솔은 각자 질 들뢰즈, 미셸 푸코, 폴 리쾨르, 로지 브라이도티, 테오도어 아도르노, 한나 아렌트, 주디스 버틀러, 장 폴 사르트르 등 20세기 이후 현대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를 연구한다. 이들은 어떻게 철학을 만났을까, 어떤 계기로 이 사상가들을 연구하게 됐을까, 우리에게 여전히 철학이 필요할까. ‘여성철학자의 철학 이야기’는 이들의 경험을 통해 철학의 의미를 다시 짚어낸다.

 

저자들은 철학은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시작되며, 철학자의 삶과 이론적 사유가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양창아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철학을 선택했다. ‘IMF 사태’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적지 않던 때, “죽음이 늘 가까이 있다고 느끼니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많다”고도 느꼈다. 그래서 대학 철학과에 진학했다. 

 

한나 아렌트를 선택한 건 공부보다 아르바이트로 더 바빴던 대학 수업시간에 들은 아렌트와 ‘악의 평범성’이란 문구가 머릿속에 각인됐기 때문이다. 아렌트는 자신이 겪은 일을 적극적으로 사유함으로써 사상을 일구어냈다. 당시 풀어야 할 문제가 있음에도 그것을 명료화하지 못해 갑갑했던 양창아는 그런 아렌트를 ‘동시대인’이라고 느꼈다. 이후 ‘강정’, ‘영도’, ‘밀양’, ‘만덕’으로 연대의 현장에 함께하면서 그간 배운 것들이 깨지거나 생생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을 통해 양창아는 아렌트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처럼 여성철학자들은 철학을 통해 연대, 공동, 이웃을 이야기한다. ​혹은 그 반대로 연대를 통해 철학하는 것이거나. 보통 철학자라고 하면 떠오르는 홀로 사색하는 모습과는 다르다. ​이들에게 철학은 고고한 지식이 아니고, 나와 타인의 현실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더 잘 살아나가기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여성철학자의 철학 이야기
강선형 김분선 김애령 김은주 노성숙 양창아 이선현 이솔 지음, 256쪽, 봄날의박씨

 

이제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우리에게 여전히 철학이 필요할까. 철학자 강선형은 이렇게 답한다. 

 

철학은 늘 과정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무엇이’ 되었다고 하면, ‘무엇이’보다는 ‘이런저런’에 관심을 두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철학은 정답을 동어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설명과정에 대한 끊임없는 발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철학과 함께 질문을 배우고, 질문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강선형은 철학의 즐거움이 인생의 즐거움을 닮았다고 말한다. “때로는 우리의 삶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무의미한 반복처럼 느껴지더라도 그 과정은 늘 새로운 배움의 과정인 것처럼, 무엇에 답하고자 했는지,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사유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철학의 과정을 통해 그 즐거움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유가 사라져 가는 시대에 ‘철학’이 우리 삶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철학함’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여성철학자의 철학 이야기’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철학자 8명의 인생 이야기와 함께 펼쳐낸다. 이들은 철학이 삶과 분리된 고급 지식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하나의 지속적인 과정임을 증명한다. ​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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