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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 악인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다크 팩터'

10년간 전 세계 250만 명 연구…우리 안에 숨은 악의 본성을 탐구한다

2026.05.15(Fri) 15:33:23

[비즈한국] 길 가던 여고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장윤기, 장모를 폭행하고 살해한 조재복…. 매일같이 중대범죄자를 마주하는 시대다. 종종 의문이 든다. 부모, 애인, 혹은 타인을 죽인 자들은 부모가 학대해서, 애인이 떠나서, 혹은 그냥 화가 나서 따위를 이유로 댄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누구나 살인자가 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고통을 이겨내는 반면 누군가는 폭력을 휘두른다. 양자의 차이는 뭘까? 어떤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걸까?

 

이런 질문에 답이 될 만한 책이 나왔다. 신간 ‘다크 팩터’는 독일 심리학자 벤야민 E. 힐비히, 모르텐 모스하겐, 잉고 제틀러가 10년간 전 세계 250만 명을 연구한 결과를 정리한 책이다. 최신 행동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악의 본성’을 탐구한다.

 

다크 팩터
벤야민 E. 힐비히·모르텐 모스하겐·​잉고 제틀러 지음, 박규호 옮김, 은행나무


독일에는 ‘기회가 도둑을 만든다’는 속담이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했다. 주사위를 던져 6이 나오면 돈을 주고, 다른 숫자가 나오면 돈을 안 주는 것. 참가자는 마음만 먹으면 거짓말을 해서 돈을 받을 수 있다. 실험 결과, 재미있게도 거짓말한 사람은 참가자의 20~35% 정도였다. 돈을 더 주거나 과제를 면제하는 식으로 이익을 바꿔도 비율은 비슷했다. 

 

특히 한 번 거짓말한 사람은 이후에도 반복한 가능성이 높았다. 기회가 있다고 해서 누구나 다 도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거짓말한 사람은 다시 거짓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처럼 악한 행동은 반복되고, 악한 성격은 여러 면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거짓말, 도둑질, 혐오 발언, 괴롭힘 등 ‘작은 악’에서 출발해 인간 본성 속 악의 핵심 ‘다크 팩터(dark factor)’를 파헤친다. 다크 팩터는 악한 행동을 저지르기 쉬운 성격 특성을 D-인자로 명명하고 수치화한 것이다. D-인자가 높은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남보다 우위에 두고, 타인의 고통은 부차적이거나 무의미하게 취급한다.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타인에게 피해를 초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성향은 내가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우월감’, 세상은 위험한 곳이라 믿는 ‘불신’, 생존을 둘러싼 경쟁에서 남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위계의식’과 같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신념으로 발현된다.

 

D-인자가 높은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남보다 우위에 두고, 타인의 고통은 부차적이거나 무의미하게 취급한다. 사진=pixabay


저자들은 D-인자를 어떻게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는지, 성별이나 학력, 지능 같은 다른 특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이것이 나이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유전적 요인이 있는지, 사회적 환경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도 다룬다. 근본적으로는, 악하게 사는 것이 과연 이득인지, 그것이 행복과 만족으로 이어지는지까지 탐구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불안정성과 불평등 같은 사회적 환경의 차이가 D-인자를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이를테면 식량과 물 같은 필수 자원이 부족해 타인이 희생해야만 내가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면 D-인자가 높을수록 생존에 유리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악한 행동은 유용하거나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되고, 사회 전체에 악이 만연해진다. 

 

거꾸로 보자면, 사회의 불안정성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그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면 사회 전체의 D-인자를 낮출 수 있는 것이다. 개개인의 성격과 행동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사회 제도와 안전망을 잘 구축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것이야말로 사회 전체의 악을 줄이는 강력하고 빠른 해결방법일 듯싶다.

 

거짓말하고, 남의 고통을 무시하고,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는 사람을 우리는 종종 본다. 때로는 그래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그들은 행복할까, 만족스러울까.

 

‘다행히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크 팩터가 높은 사람일수록 삶 전반에서 만족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다. 타인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얻는 이익은 길게 봤을 때 개인의 행복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악을 통해 얻은 성공은 곧장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착하게 성공하고, 다같이 행복해지자.

 

참, 본인의 다크 팩터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면 저자들의 설문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도전해보시길.​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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