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이 발표되었을 때, 음반은 물론 개별 곡을 두고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대중적인 곡이 없다는 지적이 함께 따랐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본래 실험적인 정신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 더욱 한국적인 색채가 들어간 것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보여준 K콘텐츠와 K컬처에 대한 팬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사실 개별 음반이나 곡에 초점을 맞추거나 집착하는 것은 K팝 음악을 오해해서다. K팝은 팬 문화 소산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감정에 합리적인 분석을 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스마트 모바일 환경에서 팬덤 경제가 더 조성되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음악 산업은 이런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과연 음악 시상식은 적응을 하고 있을까. 일부는 그렇지만 일부는 아직도 20세기 아날로그 마인드 속에 있다.
시장과 산업의 토대 위에 있다는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은 선정 방식이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철저한 데이터 기반 모델인데, 빌보드 뮤직 어워드가 그렇다. 음악 소비 데이터에는 음원, 음반 판매, 스트리밍 데이터가 들어가고, 방송 공연 데이터에는 라디오 방송 횟수와 투어 수익이 포함된다. 소셜미디어 참여와 반응도 중요하게 반영한다.
반대 지점에 있는 것이 그래미 어워드라고 할 수 있다. 심사위원단의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고전적인 방식이다. 다만 이론가나 평론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산업 현장 관계자들의 심사에 따른다.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음악의 흐름을 순발력 있게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보수적이라거나 경직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어쨌든 객관적 데이터보다는 심사위원들의 주관적인 평가가 중요하게 좌우한다.
이 두 모델의 중간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였다.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을 두되 전문 심사 위원단이 최종 수상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는 2006년부터 최종 결정을 팬의 의중에 따른다. 1차적으로는 음원/앨범 판매 데이터, 라디오 방송 횟수, SNS 참여와 언급량을 참조하고, 2차 최종 선정에서는 전문가의 판단은 배제하고 100% 음악 팬들의 투표에 따른다. 당연히 팬이 가장 많은 아티스트가 성적이 좋을 것인데, 방탄소년단이 2026년 대상격인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받아 이를 증명했다.
지난 10년간 테일러 스위프트, 저스틴 비버, 원 디렉션, 아리아나 그란데, 브루노 마스 등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받았다. 북미나 영어권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다. 3년간 수상했던 테일러 스위프트의 수상이 이번에는 불발됐다. 영어권에만 한정된 팬덤의 한계일까. 그에 비해 방탄소년단은 아시아는 물론 북미와 남미, 유럽까지 강력한 팬덤이 있다.
더구나 올해는 방탄소년단만이 아니라 K팝이 대거 수상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삽입곡 ‘골든’이 올해의 노래 등 방탄소년단과 마찬가지로 3관왕을 차지해 대중적 인기를 다시금 실감케 했다. ‘골든’은 미국 빌보드 ‘핫100’에서 여성 K팝 아티스트 최초로 8주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아울러 그래미 어워드에서 후보에 그친 한미 합작 그룹 캣츠아이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한 것도 의미가 있다.
이제 남은 것은 20세기 심사위원 모델을 운영하는 그래미 어워드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이후 3관왕을 기록한 2022년까지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12번이나 수상했다. 그래미 어워드가 상당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만약 방탄소년단이 이번에도 수상을 못한다면 공신력에 크게 문제가 생긴다. 현장 관계자 투표가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권위가 있다는 등식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에 공식 초청돼 본 시상식 ‘베스트 R&B 앨범’ 부문 시상자로 무대에 섰다. 2020년 1월에는 미국 래퍼 릴 나스 엑스를 주축으로 한 특별 무대인 ‘올드 타운 로드 올스타즈(Old Town Road All-Stars)’를 꾸몄다. 한국인 최초의 공연이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r)’로, 2023년에는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3년 연속 올랐다.
하지만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팬들의 원성은 물론이고 현지 언론 매체의 성토도 대단했다. 이번에도 방탄소년단을 공연자나 후보로만 이용한다면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방탄소년단을 넘어 K팝을 패싱한다면 공신력과 권위가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탄소년단은 아리랑 앨범과 개별곡 ‘스윔’, ‘보디 투 보디’에 미국 LA 기반 제작진을 대거 강화했다. 그래미 어워드를 심사하는 현장 전문가들도 산업적 네트워크와 이해관계 속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K팝 팬덤이 얼마나 확산, 심화됐는지를 생각하면 그들도 K팝 산업의 일원으로 들어올 운명이다. 팬심과 팬덤이 만드는 경제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음반협회만이 아니라 미국 음악계도 생존하기 위해 K팝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BTS만이 아니라 케데헌 골든, 캣츠아이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K팝 팬 문화가 만들어내는 음악 비즈니스 모델을 미국에서 거부한다면 이제는 미래가 없을 것이다. 음악이 음악 자체만이 아니라 연대와 소통의 문화로 소비되는 시대다. 전문가도 이러한 문화를 대변하는 존재다. K팝이 기획형이면서 자율형 아이돌을 지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K컬처 리포트] '오겜, 케데헌처럼…' 한드에도 IP 비즈니스가 필요해
·
[K컬처 리포트] 포켓몬 30주년 행사 중단, '팬심'을 간과했다
·
[K컬처 리포트] 영화 '살목지'가 '왕사남'과 같은 점, 다른 점
·
[K컬처 리포트] K팝 팬이 한국 팬, '맞춤 서비스'가 필요하다
·
[K컬처 리포트] 극장에서 망한 '휴민트'가 넷플릭스서 1위 한 이유
·
[K컬처 리포트]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효과 '그 너머'를 보라





















![[현장] 사진 훔쳐쓴 K팝 아이돌 비공식 굿즈, 명동서 버젓이 판매](/images/common/side0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