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주는 너무나 거대하다. 별들도 수없이 많다. 게다가 우주의 역사만 해도 138억 년에 이른다. 태양계와 지구가 탄생하고 지금의 인류 문명이 탄생하기까지 아무리 길게 잡아도 50억 년의 시간이 걸렸다. 우주의 나이는 그 두 배를 넘는다. 이렇게나 별과 행성이 많고, 우주의 시간도 충분히 길었다면 당연히 이 우주 어딘가 우리만큼 발전한 외계 문명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린 아직 단 하나의 신호도 포착하지 못했다. 대체 다 어디에 숨은 걸까? 이 질문은 유명한 ‘페르미 역설’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페르미 역설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더 놀라운 답을 찾게 된다. “왜 외계 문명이 보이지 않는가”가 아니라 “외계 문명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로 바라본다면, 지금의 현실은 꽤나 섬뜩한 결론을 가리킬 수 있다. 최근 페르미 역설에 놀라운 해답이 제시되었다. 어쩌면 우주에 존재한 모든 외계 문명은 채 5000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을지 모른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외계 문명의 가능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원래 칼 세이건이 대중화한 드레이크 방정식은 하나하나 다양한 변수를 따져가면서 꽤나 길고 복잡해 보이는데, 결국 간단하게 표현하면 이렇게 쓸 수 있다.
우리 은하에서 지구와 유사한 조건을 가진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의 수를 NEH라고 하면, 그 값은 우리 은하에 있는 모든 별의 수 N*에, 그런 별이 곁에 생명 거주 가능 행성을 거느릴 확률, 그리고 그런 행성들 중에서 지구와 유사한 조건을 가질 확률을 곱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중요하고, 가장 오묘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바로 시간이다. 여기까지 따진 건 결국 행성의 환경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그 위에 복잡한 기술 문명이 얼마나 자주, 쉽게 탄생할 수 있을지, 또 그렇게 탄생한 문명이 얼마나 오래 사라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를 따져야 한다. 지구와 유사하고 좋은 조건을 가진 행성에서 산업화에 이른 지적 문명이 탄생할 확률을 f라고 하자. 그러면 한 별이 태어나고 죽기까지, 별의 전체 생애 동안 그곳에 지적 문명이 탄생할 확률은 NEH에 f를 곱한 다음 별의 수명 Ls로 나눈 값, NEH*f/Ls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한 번 탄생한 문명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문명의 수명 L을 곱하면, 평균적으로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지적 문명의 수 N을 추정할 수 있다.
지구의 인류 문명은 본격적인 기술 사회에 접어든지 200년 정도가 흘렀다. 앞으로 인류 문명이 1000년을 더 살지, 1만 년을 더 살지는 알 수 없지만 간단하게 인간에게 허락된 수명을 10의 제곱수로 표현한다면 10^n년을 살게 될 거라 표현할 수 있다. 여기에 우리 은하에서 추정한 모든 별의 개수, 지난 20년간 외계행성 탐사를 통해 유추한 거주 가능 구역에 있는 지구형 외계행성의 빈도를 고려해 N 값을 n의 함수로 표현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 은하에서 찾을 수 있는 외계문명의 수를 인간을 비롯한 지적 문명의 평균적인 수명이 10의 몇 제곱인지를 나타내는 그 지수의 함수로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n에 따라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외계 문명의 수 N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이제 현실을 대입해보자. 우리는 아직 아무런 외계 문명도 찾지 못했다. 다시 말해 N 값은 1을 넘지 못했다. 이 현실을 적용한 결과는 상당히 섬뜩하다. N이 1을 넘지 않으려면, 당황스럽게도 기술 문명의 평균 수명 L은 5000년을 넘어서는 안 된다. n이 3.7이 될 때 N이 1을 넘어선다. 10의 3.7제곱은 대략 5000년이다. 다시 말해, 우리 은하 안에 존재할지 모르는 거의 모든 기술 문명이 채 5000년도 버티지 못한 채 사라지기 때문에 우리가 아직 그 어떤 문명의 신호도 포착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우리 은하 안에 서로 다른 기술 문명이 적어도 하나 이상 존재하지만, 여러 문명이 동시에 존재하지 못했다. 하나가 탄생하면 또 하나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결국 서로 다른 두 문명은 동시에 존재하며 서로의 존재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채 5000년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문명으로 가득 찬 우리 은하에서 이런 애틋한 타이밍의 장난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5000년이라는 수치는 상당히 섬뜩하다. 문자로 역사를 남기기 시작한 인류 역사의 전체 길이와 비슷하다. 마치 우리에게 주어진 수명의 최후가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문명일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을 준다. 하지만 당장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번 논문에서 수명을 계산하는 기간에 원시 농경 사회나 고대 문명을 포함하지 않는다. 우주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현대적 기술 문명을 갖춘 이후의 수명이기 때문이다. 이번 논문은 우리 인류가 그런 우주 문명의 초입에 진입한 지 고작 200년 정도 흘렀다고 본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우주의 시간으로 보면 이제 막 겨우 불을 켠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앞으로 4800년의 시간이 흐르면 그 불씨로 스스로 집을 홀라당 태워버리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이번 분석은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아마도 지적 문명들 사이에서는 빛, 전자기파를 통한 통신이 가장 빈번할 것이다. 우리 은하의 지름은 10만 광년이다. 전파가 우리 은하의 지름을 가로지르는 데 걸리는 시간도 10만 년이다. 어떤 기술 문명이 우리 은하의 어느 한 곳에서 지난 10만 년 동안 충분히 감지될 강력한 신호를 내보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원칙상 그 신호는 우리에게까지 충분히 닿을 수 있다. 즉, 만약 우리 은하에 충분히 오랜 시간, 망하지 않고 살아남아 안정적이고 강한 전파를 송출한 문명이 있었다면, 지금 우리가 마주한 우주의 침묵은 설명하기 어렵다. 전자기파에 기반한 우주 통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우주의 침묵은 더욱 섬뜩하게 느껴진다.
굳이 전파를 쏘기 전에 아예 직접 우주선을 타고 우리를 찾아오는 물리적인 탐사도 생각해볼 수 있다. 외계 문명이 직접 우주선을 보낸다고 가정해보자. 우주선 하나가 자신의 별에서 다른 별로 무작위로 이동하면서 은하를 탐색하고 있다면, 그 과정은 마치 기체 분자가 확산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퍼질 수 있는 최대 거리는 우주선이 이동하는 횟수의 제곱근에 비례해서 늘어난다. 계산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 우리 은하 속 별과 별 사이의 평균 거리를 1광년으로 두고, 우리 은하의 크기를 10만 광년으로 두자. 그러면 우주선 하나가 10^10번을 이동하면 우주선은 우리 은하 속 별 전체의 10%를 탐사할 수 있다. 문제는 속도다. 설령 그 우주선이 광속의 10%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인다 하더라도, 그런 수준의 탐사만으로는 우리 은하를 다 뒤져보는 데만 1000억 년이 걸린다. 우주의 나이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턱없이 긴 세월이다.
물론 성간 우주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한 외계 문명이 우주선을 겨우 하나만 보낼 리는 없다. 수많은 탐사선을 동시에 보낸다면 탐사 기간은 크게 줄어든다. 만약 극단적으로 아주 많은 우주선을 날려보내는, 상당히 공세적인 문명이 있다면 우리 은하 전체를 뒤져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만 년 정도까지 줄어든다. 따라서 물리적으로 은하를 직접 탐사하는 데 걸리는 세월의 규모는 최소 100만 년에서 최대 1000억 년 사이에 놓인다. 상당히 넓은 범위이지만 교훈은 분명하다. 은하를 실제로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탐사하기 위해서는 겨우 수천 년을 버티는 문명으로는 부족하다. 그 이상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지적 문명에게만, 은하계를 직접 누빌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된다. 고작 5000년은 은하계를 정복하기에 너무 짧다.
조금 극단적이지만 간단한 가정을 해보자. 우리 은하를 단순히 반지름이 D인 거대한 원반 모양의 은하계라고 가정하자. 그 안에 동시에 존재하는 기술 문명의 수를 N이라고 하면, 기술 문명의 밀도는 N을 은하 원반의 면적으로 나눈 값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이웃한 두 기술 문명 사이의 평균적인 거리는 은하 반지름을 문명의 수 N에 루트를 씌운 제곱근으로 나눈 값이 된다. 만약 우리 은하에 동시에 최소 두 개의 기술 문명이 공존한다는 희망 회로를 돌려보자. N이 2가 되는 것이다. 만약 서로 우주선을 광속의 10%까지 이동시킬 수 있다면, 두 문명이 서로의 존재를 알아차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만 년 정도가 된다. 즉 두 문명이 직접 서로를 방문하고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기술 문명의 수명은 적어도 수십만 년은 되어야 한다. 그 전에 한쪽이 먼저 사라진다면 두 문명은 만날 수 없다.
이 흥미로운 분석은 페르미 역설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보게 한다. “외계인이 있을까? 없을까?”만으로는 다른 외계 문명의 발견 가능성을 알려주지 못한다. 그들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이 우리와 같은 시대에 공존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가 충분히 오랫동안 살아남았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우리 은하는 어쩌면 한때 문명이 가득한 전성기를 보냈는지 모른다. 바다가 존재하고, 단세포 생명체가 탄생하고, 지능을 갖춘 생명체들이 도시를 이루어 살아가는 행성들이 가득 채워진 시절을 보냈을지 모른다. 심지어 그들은 다양한 전파를 고향 바깥으로 흘려보내고, 직접 우주선을 타고 용감한 항해를 떠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찬란한 문명이 고작 5000년도 안 되는 시간에 무너졌다면, 그 어떤 조우도 없었을 것이다. 은하 규모에서는 거의 찰나에 불과하다. 밤하늘 곳곳에 반딧불이가 살고 있지만 이들이 겨우 딱 한 번씩만 깜빡였다면, 서로가 서로의 빛을 알아채기 전에 모두 꺼져버리는 셈이다.
우주 문명이 5000년이라는 벽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섬뜩한 추측이 사실이라면,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왜 기술 문명은 더 오래 지속될 수 없을까? 소행성이 충돌하거나, 거대한 화산이 터지거나, 괜히 운 나쁘게 가까운 곳에서 감마선 폭발에 휩싸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자연적인 재난, 외부적 요인뿐 아니라 더 큰 위험은 문명 스스로가 만든 위험일 수 있다. 핵전쟁과 팬데믹, 통제할 수 없는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자원의 남용 등을 상상해볼 수 있다. 이미 지구 역사에서도 로마, 마야 등 다양한 문명이 스스로의 원인으로 인해 붕괴한 사례가 있다. 물론 그런 붕괴는 한 도시 국가의 붕괴였을 뿐, 인류 전체의 멸종까지 나아가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는 과거와 다르다. 경제, 에너지, 식량, 정보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도시 국가처럼 얽혀 있다. 이제 한 문명의 실패는 그 지역만의 문제로 머무르지 않는다.
물론 이번 분석에는 아주 중요한 낙관적인 전제가 깔려 있다. 지구와 유사한 조건을 갖춘 행성에서 거의 반드시 생명과 지적 문명이 탄생할 거라는 기대다. 반대로 그런 확률 자체가 상당히 낮다면, 즉 좋은 조건을 갖춘 행성이더라도 생명이 거의 탄생하지 못하거나, 생명이 탄생하더라도 지능이 탄생하는 일이 매우 드물거나, 심지어 지능이 있더라도 기술 문명으로 잘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이라면, 문명 하나하나에게 허락되는 수명은 더 길어진다. 만약 f가 1이 아니라 0.01이라면 기술 문명의 수명은 10^5.7년, 대략 50만 년까지 늘어난다. 물론 영원한 인류의 번영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꽤나 섬뜩한 시간이다.
마지막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외계 문명이 다행히 5000년, 50만 년의 벽을 넘어 오래 살아남았지만 우리와 달리 전파에 의존하지 않는 통신을 쓸 수도 있다. 또 그들이 너무 좁은 방향으로만 신호를 쏘는데, 우리가 음영 지역에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전혀 볼 수 없는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까발리는 것이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은 우주 문명들이 이제는 더 이상 의도적으로 자신의 흔적을 우주에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발전했을 수도 있다. 이처럼 만약 우주 문명들이 의도적으로 통신을 선택하지 않거나, 우리가 닿을 수 없는 방식의 통신을 하고 있다면, 5천 년이라는 너무나 짧은 제한 시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어쨌든 인류는 아직 5000년의 벽에 도달하지 않았다. 기술 문명으로 우리는 이제 겨우 200년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그 짧은 시기에 우리는 벌써 행성의 기후를 바꿀 힘을 지니게 되었고, 핵무리고 도시 하나쯤은 순식간에 날려버릴 수 있게 되었다. 유전자를 편집하고, 인공지능으로 지식과 권력의 구조를 바꾸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상당히 빠른 변화다. 200년 만에 한 종이 스스로의 행성에서 지질학적인 힘을 지니게 되었다. 문제는 과연 우리가 스스로 지닌 강력한 힘을 현명하게 다룰 수 있을 만큼 성숙했는지다.
드레이크 방정식을 유명하게 만든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를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인류가 마치 자신에게 상처를 낼지도 모르는 위험한 장난감을 갖고 겁 없이 놀고 있는 ‘기술적 사춘기’의 문명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여러 혼란과 현실을 보면, 인류 문명에게 허락된 시간을 최소 5000년으로 내다본 이번 분석의 가장 절망적인 계산조차 낙관적인 기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언젠가 우리가 사라진 이후, 뒤늦게 등장한 후배 문명이 우리 은하를 향해 귀를 기울일지 모른다. 그들도 지금의 우리처럼, 기대와 달리 너무나 조용한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되물을 것이다. “모두 어디에 있는 거지?” 그때까지 만약 우리가 존재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충분히 오래 살아남아 별과 별 사이에 우리의 흔적을 남겨 놓는다면, 그 질문의 답은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침묵은 우주의 법칙이 아니라 아직 깨지지 않은 한때의 역사일 뿐이길 바란다. 어쩌면 페르미 역설의 답은 외계 문명에 달려있지 않다. 답은 우리에게 있다. 우리 은하가 조용한 이유를 밝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리가 조용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참고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548/3/stag405/8499605?login=false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UFO’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천문학자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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