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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스타'로 본 요즘 세대가 게임을 즐기는 세 가지 방식

e스포츠·스트리밍 게임 문화 확산…대작 PC온라인게임 부활 움직임

2017.11.17(Fri) 14:15:04

[비즈한국] 포항 지진 여파로 수능마저 취소되는 등 불안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게임쇼 ‘지스타 2017’ 개막 첫 날은 당초 우려와 정반대로 기록적인 인파가 몰렸다. 부산교육청이 관내 모든 고등학교의 휴교를 결정한 것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열세 번째를 맞는 우리나라 대표 게임쇼 지스타가 16일부터 나흘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됐다. 전 세계 35개국 676개사가 참여했으며, 전년 대비 5.0% 증가한 2875개 부스가 설치돼 관람객을 맞았다.

 

특히 올해는 오래간만에 대형 신작게임 중심의 출품작이 풍성했다는 평가다. 게임산업의 축이 모바일게임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지난 몇 년간 지스타는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소위 ‘돈 되는’ 플랫폼에 개발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지스타는 2009년 개최 장소를 부산으로 옮기고 나서 매년 흥행에 성공하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게임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봉성창 기자

 

이러한 경향은 지난 3년 연속 모바일 게임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선정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올해는 온라인과 모바일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그 어느 해보다 알찬 분위기를 연출했다.


# 게임은 스포츠다

 

그간 지스타가 E3나 도쿄게임쇼와 차별화 요소를 꼽는다면 ‘PC 온라인게임’ 중심의 전시가 이뤄진 점이다. 한국 게임산업이 PC방으로 대표는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PC 온라인게임 시장은 소수의 인기 게임으로 편중되면서, 국산 신작게임 개발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등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PC온라인 게임의 공통점은 다른 게임 유저와 실력을 겨루는 치열한 경쟁이 재미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은 자연스럽게 e스포츠로 발전하며 과거 ‘스타크래프트’의 명성을 뛰어넘으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폭발적인 게임 인기에 힘입어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와 경쟁 가능한 국산 e스포츠 종목으로도 기대를 받고 있다. 사진=봉성창 기자

 

e스포츠가 다시 완전히 부활한 가운데 액토즈 소프트가 본격적인 e스포츠 비즈니스에 뛰어들면서 WEGL(World Esports Games & Leagues)를 출범시킨 점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관람객들은 직접 체험하기보다 오히려 유명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으로도 즐거워했다.

 

액토즈 소프트 관계자는 “이제 e스포츠는 단지 게임 프로모션용 이벤트가 아니라 그 자체로 게임 못지않은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며 “특정 게임사가 자사 리그를 운영하는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종목의 e스포츠 경기를 개최해 저변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지스타에서 게임사 못지않게 게임기기 회사들이 대거 참가한 점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이 스포츠화 되는 과정에서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프로게이머들이 고가의 전용장비를 쓰기 시작했고, 일반 유저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게이밍 기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지스타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VR에 대한 관심이 다소 수그러든 분위기다. 하지만 어트랙션과 결합을 통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사진=봉성창 기자

 

고성능 게임을 보다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CPU와 그래픽카드를 만드는 인텔과 엔비디아를 비롯해, 게이밍 노트북을 만드는 기가바이트, 에이수스 등이 다양한 형태로 행사에 참여해 관람객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단독 부스를 내지는 않았지만, 다른 게임사와 제휴를 맺고 다양한 게임 체험관에 게이밍 모니터를 비롯해 노트북, 데스크톱, 스마트폰 등을 전시하며 간접 홍보를 펼쳤다.

 

게임 전용 PC 주변기기 업체들도 다수 참여했다. 자유자재로 컨트롤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편안한 자세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용 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 게임은 방송이다

 

e스포츠 말고도 ‘보는 게임’을 즐기는 방식은 또 있다. 바로 게임을 소재로 한 인터넷 방송이다. 유튜브, 트위치TV, 아프리카TV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스트리머’들의 게임을 즐기는 또 다른 통로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넥슨은 대규모 ‘피파온라인4’ 체험관과 함께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유명 스트리머 ‘두치와뿌꾸’, ‘감스트’ 등을 초청해 현장에서 실시간 방송을 진행했다. 그간 스트리머들이 지스타를 방문해 각자 방송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게임사의 공식 초청은 이번이 최초다.

 

인기 게임스트리머 감스트가 넥슨의 공식 초청을 받아 현장에서 생방송을 진행했다. 사진=봉성창 기자

 

2년 연속 지스타에 참석한 트위치TV 부스도 관람객들이 대거 몰렸다. 게임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TV는 국내외 유명 스트리머들에게 지스타에서 보다 편안하게 방송을 할 수 있도록 PC를 비롯한 방송장비를 마련해, 지스타를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도록 했다. 그간 우리나라는 스트리밍 방송 시장이 아프리카TV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최근 트위치TV와 유튜브 등으로 인기 스트리머들이 자리를 옮기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트위치TV를 찾은 한 관람객은 “시간을 내서 꼭 즐기고 싶은 게임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게임이 아니라면 주로 개인방송을 통해 게임을 보는 편”이라며 “몇몇 게임은 직접 하는 것보다 지켜보는 것이 더 재미있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 게임은 추억이다

 

매년 지스타를 찾는 게임업체와 미디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올해 지스타에 대한 호평을 내놓고 있다. 오래간만에 유저들이 관심을 보이는 게임이 대거 출품됐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게임은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펍지주식회사의 ‘플레이어언노운스: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다. 경쟁 관계에 있는 게임사를 제외한 대다수 참가업체에서 시연용 게임으로 ‘배틀그라운드’를 채택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배틀그라운드는 이미 스팀과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서비스되는 게임인 만큼 굳이 행사장까지 방문해 줄을 서서 체험할 필요는 없는 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배틀그라운드를 시연하며 즐거워했다.

 

넥슨이 준비한 피파온라인4 체험존. 최소 1시간은 기다려야 게임을 시연해볼 수 있음에도 대기자가 끊이지 않았다. 사진=봉성창 기자

 

대작 PC 온라인게임이 풍성했다는 점도 주요 흥행 요인으로 분석된다. 국내 최대 게임개발사 넥슨은 피파온라인4를 비롯해 ‘니드포스피드 온라인’, ‘타이탄폴 온라인’, ‘천애명월도’ 등 오랫동안 준비한 신작 PC 온라인게임을 대거 쏟아내며 체험존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배틀그라운드로 탄력을 받은 블루홀스튜디오의 PC온라인게임 ‘에어’도 올해 지스타에서 높은 주목을 받는 신작 온라인게임이다. 아직까지 한국 온라인게임 역사상 공중전을 소재로 만들어 흥행에 성공한 MMORPG가 없다는 징크스를 과연 블루홀스튜디오가 끊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스타는 매년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등 이른바 VIP가 전시관을 방문할 때, 모든 부스의 여성 도우미들이 일렬로 도열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한 관람객은 “청소년이 많이 찾는 지스타에 이러한 모습은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사진=봉성창 기자

 

전시작 중에 M과 레볼루션으로 끝나는 게임이 많은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인기 온라인게임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식한 게임들이다. 올해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넷마블은 ‘테라M’, ‘이카루스M’,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으로 흥행 전선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여기에 기존 인기 모바일게임인 ‘세븐나이츠’의 후속작 ‘세븐나이츠2’까지 선보이며 기대감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1세대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의 모바일 이식작 ‘라그나로크M:영원한사랑’도 크게 반가운 이름이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뮤 오리진, 리니지2레볼루션, 리니지M 등 유명 PC온라인게임 IP를 기반으로 게임이 기록적인 흥행 여파가 올해 지스타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 같다”며 “올해 출품된 모바일 이식작이 전부 성공을 거둘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경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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