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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왜 게임처럼 재미있을 수 없을까

플레이어언노운스:배틀그라운드 대상 수상…산업 육성 관점 심사에 유저는 외면

2017.11.16(Thu) 06:24:44

[비즈한국]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시상식 특유의 긴장감도 재미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의 예상을 조금도 빗나가지 않고 블루홀스튜디오 자회사 펍지주식회사가 개발한 ‘플레이어언노운스: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가 대상을 받았다.

 

15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대통령상인 대상에 배틀그라운드, 최우수상에 넷마블네오의 ‘리니지2 레볼루션’, 우수상에 넥슨레드의 ‘엑스(AxE)’가 각각 선정됐다.

 

배틀그라운드는 대상 이외에도 인기게임상(국내), 우수개발자상 프로그래밍 부문과 기획·디자인 부문, 게임비즈니스혁신상, 기술창작상 사운드 부문 등에서도 상을 휩쓸었다. 이미 부문 시상을 통해 대상 가능성이 한층 더 굳어진 상황. 예상대로 대상까지 거머쥐며 6관왕에 올랐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게임업계 및 미디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받을 만한 게임이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만약 배틀그라운드가 못 받았더라면 뒷말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야외무대에서 치러졌다. 사진=봉성창 기자

 

# 배틀그라운드 수상의 ‘세 가지 의미’

 

배틀그라운드의 대상 수상은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4년 만에 PC온라인게임이 대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게임 산업의 중심이 모바일게임으로 기운 상황에서 상당한 흥행 기록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배틀그라운드의 등장은 의미가 남다르다.

 

둘째는 배틀그라운드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게임이라는 점이다. 일인칭 슈팅(FPS) 장르를 기반으로 100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생존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두고 경쟁을 펼친다는 신선한 기획이 게이머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완벽하게 독창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사용자 정의 게임) 이었던 ‘도타’와 ‘카오스’가 ‘리그오브레전드’를 탄생시킨 것과 같다.

 

마지막은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흥행 성적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8개월 만에 전 세계 2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는 아직까지 우리 게임산업 역사에서 비교 대상을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다. 희대의 게임 ‘스타크래프트’조차 전 세계 판매량이 1200만 장에 그친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우리나라 게임사가 만든 게임만을 대상으로 게임산업 진흥 및 육성을 목표로 만들어진 시상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흥행 성적은 대단히 결정적인 수상 요인이 된다.

 

대상을 수상한 플레이어언노운스: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펍지주식회사 김창한 대표. 사진=봉성창 기자

 

# 긴장감 없는 시상식, 왜?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전 세계 유저들의 열광적인 반응과 비교하면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 여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정확히 말하면 게임대상 시상식 결과에 대해 일반 게임 애호가들의 관심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다음날 열리는 지스타 게임쇼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각 언론사의 수많은 기자들이 쏟아내는 기사와 케이블TV에서 중계를 해주는 점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시상식이라면 누가 상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 그래야 상을 받는 사람이나 회사도 더욱 기쁘고 영광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주목도는 영화나 가요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 게임이 다른 문화 장르와 비교해 즐기는 사람의 숫자나 산업 규모가 결코 적거나 작지 않음에도 그렇다.

 

이 같은 원인에 대해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이날 시상식에 참가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무엇보다 시상식 자체가 지나치게 정형화되고 재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상을 발표하고 수여하는 것 이외에 어떠한 콘텐츠나 기획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상을 받는 게임업체 관계자와 언론사 관계자만 자리를 지켰을 뿐, 일반 관중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로 11회째 치러지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은 매년 달라지는 것이 없다.

 

응모작도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시상식은 먼저 응모를 받고 그중에서 심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한민국 게임대상 역시 마찬가지. 매년 우리나라에서 개발되고 있는 게임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비교해도 적은 편이다. 실제 응모작은 수십 편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상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돼서 아예 응모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나 음악과 달리 게임은 플레이타임이 길기 때문에 심사위원이 전부 게임을 해볼 수 없다. 그래서 최종 후보작을 압축해 심사위원을 선정,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른 게임업체 관계자는 “게임 자체를 심사위원이 직접 해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얼마나 흥행에 성공했는지, 얼마나 많은 매출을 기록해 우리나라 게임 산업에 이바지 했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역대 수상작들을 보면 대부분 그렇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다시 시상식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한 해에 개발되는 게임은 많지만 눈에 띄게 흥행하는 게임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상이 유력한 특정 한 두 게임 중 누가 대상이냐 최우수상이냐를 두고 다투는 양상으로 흘러간다. 매년 개발 자원과 마케팅 자금이 풍부한 대형 게임사들이 돌아가며 상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 밖에 다른 시상식의 경우 발표에 앞서 응모작이 몇 편이며, 누가 심사를 맡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공개한다. 공신력에 있어 기반이 되는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게임대상 주최측은 시상식 당일은 물론 홈페이지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이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수상자와 시상자가 모두 무대에 올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봉성창 기자

 

# 우리 게임은 언제쯤 비평의 영역이 될까

 

영화나 음악과 달리 게임을 전부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점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와는 접근하는 방식이나 게임 유저들의 반응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해외에서는 각 게임 전문매체들이 발표하는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결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E3나 도쿄게임쇼와 함께 열리는 어워드 역시 관심이 집중된다. 별도의 성대한 시상식이나 국가 지도자 명의로 된 상이 주어지지 않음에도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일단 수십 시간이면 끝을 볼 수 있는 콘솔 게임 중심의 산업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일본이나 서구 게임 시장이 게임을 비평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사회문화적 풍토가 더 크다고 지적한다. 게임을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보고 이를 예술·문화적 관점에서 그 가치의 우위를 평가한다. 하지만 게임을 단순히 외화벌이를 위한 육성의 대상으로 바라보면 이러한 비평은 무색해진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지나치게 산업적 관점에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시상식이라는 지적이다. 마치 21세기 ‘100만 불 수출의 탑’을 떠올리게 한다. 게임 유저들은 관심이 별로 없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일부 대형 게임사들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시상식에 참석한 한 게임 개발자는 “대상 받은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뿐”이라며 “수상 기념 이벤트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을 뽑을 수 있는 쿠폰을 뿌리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부산=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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