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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뚫었다 vs 막았다' 순항미사일 공방, 그리고 우리는

최첨단 미사일 시리아 공습 성공적이었지만 문제도 노출, 교훈 삼아야

2018.04.22(Sun) 23:00:32

[비즈한국]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가 시리아를 향해 발사된 모든 미사일을 격추하겠다고 하는데, 훌륭하고 새롭고 스마트한 미사일이 날아갈 것이니 준비를 단단히 하라’며 시리아 공습을 예고했다. 이틀 뒤인 14일 그의 말대로 시리아의 화학무기 관련 시설에 대한 순항(크루즈) 미사일 공습이 있었다.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미사일. 사진=Raytheon

 

공습이 끝나고 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이 성공적이었지만 가짜 뉴스들이 시리아 공습의 효과를 폄하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반면 시리아 시민, 혹은 시민으로 가장한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의 홍보부대는 SNS에 추락한 미사일들의 잔해를 계속 올리며 대부분 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며 폭격의 성과를 깎아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 내로라하는 최신 미사일들이 시리아를 폭격했다는데 실패했다니, 이게 사실일까?

 

폭격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의 화학무기 연구시설. 사진=DoD

 

현재 상황과 증거로는 시리아의 ‘허언’이 드러난 듯하다. 미 국방성은 폭격 이후 기자회견에서 폭격 목표가 된 시설물들의 위성사진을 공개했는데, 표적이 된 건물들이 잿더미가 된 사실이 너무나 명백하게 표시됐기 때문이다. 이때 미국, 프랑스, 영국은 두 곳의 화학무기 저장시설과 수도 다마스쿠스 근처의 바르자 연구개발센터에 총 105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니, 공습은 성공하지 않을 수 없었을 듯도 하다. 

 

사용된 미사일과 무기들도 최신무기들의 경연장이라고 보기에 손색이 없다. 미국은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과 원자력 잠수함에서 택티컬 토마호크 미사일을 66발 발사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1차 이라크전쟁 이래 30년 가까이 사용되었기에 이제는 최신 무기가 아닌 구식으로 볼 수 있지만 현재 미국 해군에서 사용 중인 최신형 택티컬 토마호크는 생산비용을 줄여 경제성을 확보한 동시에, 위성 데이터 링크를 갖춰 발사한 뒤 실시간으로 표적을 변경하거나 먼저 공격한 미사일이 추락할 경우 재공격을 명령할 수 있다.

 

시리아 공격에 사용된 JASSM 미사일. 사진=DoD

 

토마호크와 함께 미국이 19발을 발사한 AGM-158 JASSM(재즘·Joint Air to Surface Standoff Missile)은 미국이 이번에 실전에서 처음 사용한 순항미사일이다. 스텔스 기능을 갖추지 못한 전투기나 폭격기에 탑재하여 발사하는데, 이번 시리아 공격에서는 북한의 도발 위협이 높아질 때마다 한반도로 출격하는 B-1B 랜서 폭격기가 발사 플랫폼 역할을 맡았다. JASSM의 유도 방식 자체는 특별하지 않지만 신뢰성 높은 미국의 군용 GPS 신호를 수신하여 매우 정확하게 표적을 타격한다. 특히 레이더 전파 반사를 최소화시키는 스텔스 설계를 대폭 도입해 토마호크 미사일보다 적에게 발각될 확률을 줄였다. 

 

시리아 공격에 사용된 NdCN 미사일. 사진=MBDA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영국에서 사용된 미사일들도 서방 측의 최첨단 국방과학기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전투기에서 발사된 15발의 스톰 섀도(스칼프 EG) 미사일은 표적의 항공사진 혹은 위성사진을 입력하면 미사일이 지도를 읽어서 표적을 공격한다. 여기에 BROCH라는 이름의 특수한 탄두를 탑재해 견고하게 보호되는 지하벙커도 파괴할 수 있다. 프랑스의 구축함 역시 스칼프 EG를 함정에서 발사하도록 개조한 NdCN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실상 서방 측의 최신형 원거리 공격 미사일이 거의 다 동원된 셈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타스통신’은 두 발의 미사일이 온전한 상태로 추락했으며, 이 미사일을 러시아가 입수했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이를 부정했다는 보도를 했다. ‘타스통신’이 러시아 국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 미사일을 입수했다고 자랑을 한 셈이다. 

 

1개의 연구소와 1개의 창고, 1개의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데 100발이 넘는 미사일을 쏜 것 역시 문제다. 전면전 상황이었다면 한 발에 20억~40억 원에 달하는 미사일을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의 타격을 가하기 위해서 핵심 표적을, 파괴 정도에 따라 여러 번에 나누어 재공격을 실시하겠지만 이번에는 이른바 ‘가성비’ 효과를 생각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쏟아부은 셈이다. 즉 이번 시리아 미사일 공습은 원래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했지만, 군사작전으로서는 지나치게 낭비가 컸다. 또 신형 미사일에 대한 정보가 러시아에게 넘어갔으니, 그다지 효율적이지는 못한 셈이다.

 

시리아 폭격작전에 투입된 연합군의 전력. 사진=DoD

 

순항미사일이라는 것을 정확히 정의하기 어렵지만, 개략적인 특징을 모아서 설명하자면 ‘비행기와 한없이 닮은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은 로켓 엔진으로 높은 고도로 상승, 정점에 도달한 뒤 낙하하면서 표적에 명중하지만, 순항미사일은 제트엔진과 긴 날개를 가지고 있고, 대개 매우 정밀한 구조의 유도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탄도미사일이 빠르긴 하지만 고도가 높아서 발사 초기에 탐지되기 쉬운 단점이 있는 반면, 순항미사일은 제트기처럼 비행할 수 있어 유도장비를 활용해서 저공비행을 하고, 탄도미사일보다 느리지만 정확도가 높다. F-15K 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체험해 본 적이 있는데 발사된 SLAM-ER은 표적으로 지정된 X군단 사령부의 사령관이 있는 창문 속으로 미사일을 명중시켰다. 수백km 밖의 표적을 수m 이내의 오차로 명중할 수 있는, 현재로서는 인류가가 개발한 유일한 무기체계가 순항미사일인 셈이다.

 

구조가 비행기와 매우 유사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순항미사일은 미사일 중에서도 매우 복잡하고 정밀한 구조로 이루어진 무기체계다. 터보제트 엔진은 로켓과 달리 수많은 압축팬과 정밀한 연료공급장비가 사용된다. 비행을 제어하는 구조도 항공기와 동일하다. 위성항법 장비, 자이로, 적외선 카메라 역시 매우 정밀하기에, 고장이 날 가능성도 덩달아 높은 무기체계 중 하나다.

 

실제로 이번 공격에서 프랑스는 항공기로 7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원래는 8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자 했으나, 1발이 고장으로 발사 실패 혹은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함에서 발사된 NdCN 미사일도 발사에 애를 먹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군은 어떨까. 우리 군은 일찍부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응하기 위한 일명 ‘킬체인’의 핵심 전력으로 대량의 순항미사일을 운용 중이다. 우선 항공기에서 발사되는 순항미사일로 AGM-84H SLAM-ER과 KEPD-350 TAURUS를, 해군과 육군에서는 일명 ‘현무-3’(해성-2)로 알려진 국산 순항미사일을 운용 중인데 이 세 종류의 순항미사일을 합하면 수백 기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군은 킬체인 전력증강을 위해서 현무-2 탄도미사일과 현무-3 순항미사일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계획을 진행 중이기에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 중국, 러시아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순항미사일을 보유한 국가로 꼽기도 한다.

 

시리아 공습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의 순항미사일이 북한의 대공 방어망을 피해 무난하게 표적을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 시리아와 북한은 S-125, S-200 등 대량의 옛 소련제 방공무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통점이 많지만, 시리아는 최근 러시아의 지원으로 몇 가지 신형 방공무기를 보급 받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북한도 KN-06으로 불리는 신형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했지만, 종합적으로 우리의 순항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은 많지 않다.

 

폭격에 사용된 라팔 전투기. 사진=프랑스 국방부

 

하지만 이번 시리아 공습 작전에서 벌어진 순항미사일 발사 실패 혹은 추락 사건은 우리에게도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우리 군의 SLAM-ER 미사일은 2013년 시험사격에서 비정상적인 오차가 발견되어 수정하기도 했다. 연료 쪽 이상으로 16발의 미사일이 비행중단 조치를 겪기도 했다. 복잡한 구조인 만큼 고장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결국 우리 현무-3 미사일도 이왕 많이 생산하기로 결정한 이상, 지속적인 개량으로 신뢰성을 높이는 시도가 이어져야 한다. 미국의 경우 토마호크 미사일을 개량하면서 터보팬 엔진 대신 더 간단한 터보제트 엔진으로 변경하고, 내부 부품 수를 오히려 줄이는 시도를 했다. 단순해질수록 고장도 적어지고 단가도 낮아지는 셈이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NSM 미사일. 사진= Kongsberg

 

미사일의 ‘스텔스’화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과거 순항미사일은 비행기보다 훨씬 크기가 작고, 수십m 고도에서 저공비행을 하기 때문에 탐지하기 어려웠지만, 신형 레이더, 특히 조기경보기를 통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탐지에는 쉽게 포착될 가능성이 크다. 노르웨이 콩스버그사의 순항·대함 미사일인 NSM(Naval Strike Missile)은 지상, 공중, 해상에서 발사가 가능한데, 스텔스 설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여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을 크게 줄였다.

 

일본도 이 미사일을 본뜬 순항미사일을 개발 중인 만큼, 현무-3도 스텔스 기술을 도입하여 요격당할 확률을 줄이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런 개량은 외부의 도움 없이 충분히 우리 기술로 가능한 일이다. ​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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