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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공포'가 바꾼 가전 시장, 뛰는 LG 쫓는 삼성

건조기, 공기청정기 필수품 급부상…삼성 의류관리기 출시 임박

2018.05.04(Fri) 18:17:42

[비즈한국] 공포는 소비를 낳는다. 전쟁 가능성이 높아질 때마다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지는 것이 좋은 예다. 남북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는 요즘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최대 공포는 전쟁 위협이 아니다. 바로 미세먼지다.

 

‘안티더스트(Anti-dust)’ 혹은 ‘안티 폴루션(Anti-pollution)’은 요즘 소비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다. 3일 통계청은 2018년 3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사상 최대인 9조 원을 돌파했다고 밝히며, 그 원인으로 미세먼지를 지목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아예 바깥 활동을 자제했다는 이야기다.

 

미세먼지는 가전 시장의 지형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동안 필수가 아닌 비주류 취급을 받았던 가전제품들의 판매가 큰 폭으로 늘면서 가전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건조기,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다. 이들을 둘러싸고 국내 양대 가전회사인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경쟁도 뜨겁다. 일찌감치 시장 선점에 주력해온 LG전자의 뒤를 삼성전자가 쫓고 있는 모양새다.

 

# 건조기에 한발 앞선 LG, 따라가는 삼성…


건조기는 ​해외와 달리 ​자연 건조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던 가전제품이다. 하지만 자연 건조 시 세탁물에 미세먼지가 달라붙어 호흡기 질환이나 아토피를 일으킨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건조기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졌다.

 

그간 건조기가 인기 없는 이유는 또 있다. 가스 건조기는 유지비는 저렴한 반면 옷감 손상이 크고 연통을 외부로 빼야 하기 때문에 설치에 제약이 따른다. 전기 건조기는 유지비가 비싸면서도 옷이 뽀송뽀송하게 마르지 않았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로 인해 일부 소비자만 사용하는 마이너 가전제품 취급을 받아왔다.

 

건조기 시장은 2010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10년 첫선을 보인 ‘히트펌프식 전기 건조기’의 등장 때문이다. 뜨겁지 않은 건조한 공기를 세탁물 사이사이에 불어넣어 마치 제습기처럼 세탁물을 효과적으로 말려준다. 온도가 낮아 옷감이 상하지 않으면서,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설치 제약이 없다. 무엇보다 히트펌프식은 전기 소모가 적어 유지비 걱정을 덜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2010년 LG전자, 밀레 등이 선보인 히트펌프식 전기 건조기는 건조기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사진=LG전자 제공

 

관련업계는 올해 국내 건조기 시장을 1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건조기는 요즘 신혼부부들에게 냉장고, 세탁기 등과 같이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필수 가전제품 반열에 올랐다. ‘써보니 신세계’라는 호평이 입소문을 타면서 급격한 성장세다.

 

LG전자는 모터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인버터 기술을 적용한 ‘인버터 히트펌프식 건조기’를 일찌감치 내놓고 시장 선장을 주도하고 있다. 세탁기와 동일한 ‘트롬’ 브랜드를 사용하며 세탁기에서 가진 브랜드 충성도를 건조기에도 그대로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도 LG전자와 같은 인버터 기술이 적용된 히트펌프식 건조기 ‘그랑데’를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삼성의 주력 세탁기 브랜드인 ‘플렉스워시’가 건조기와는 안 어울린다는 점에서 새로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아직 인지도는 낮은 편. 한발 앞선 LG전자는 인버터 실린더를 두 개 탑재한 듀얼 인버터로 응수하며 선점 효과를 이어갈 방침이다.

 

# ‘공기청정기’ 삼성은 적중, LG는 글쎄…

 

공기청정기는 정수기와 원리가 매우 유사하다. 단지 필터를 통과하는 물질이 물이냐 공기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성능의 대부분을 필터가 차지하다 보니 제조사에 따른 기술적 우열이 별로 없다. 나머지는 부가 기능과 디자인 그리고 감성의 영역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점을 잘 파고들었다. 올해 초 출시한 모듈형 공기청정기 ‘큐브’가 그 결과물이다. 큐브 이전까지만 해도 삼성 공기청정기는 다른 회사들과 이렇다 할 차별화 요소가 없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원격제어 기능이나 유려한 디자인을 갖고 있었지만, 결정적 구매 동기로 보기는 어렵다.

 

큐브는 정육면체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다. 따라서 두 개의 제품을 연결해서 정화 면적을 늘리거나, 혹은 다른 가전기기와 공간 맞춤형 배치가 편리하다. 기존 공기청정기가 생각보다 크기가 커서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반영한 디자인이다.

 

삼성전자는 공기청정기가 실내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정확히 파악하고, 분리가 가능한 구조의 제품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무풍 에어컨의 인기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공기 정화가 어느 정도 이어지면 작동 속도를 낮춰 소음과 공기의 흐름을 줄이는 ‘무풍 청정’ 기술이 그것이다. 이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로 공기청정기는 에어컨처럼 공기의 흐름이 급격히 발생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제품이 저속 모드에서는 조용하다. 하지만 무풍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공기청정기에 덧붙임으로써 호감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LG전자 역시 차별화를 위해 전 방향에서 흡기와 배기가 이뤄지는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를 내세우고 있다. 대부분 공기청정기는 제품 뒷면이나 옆면에서 흡기가 이뤄지기에 벽에 밀착시키기 어려운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하지만 아직 LG전자는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업계 1위 삼성전자만큼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위닉스에 이은 3위의 자리에서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올해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25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 ‘의류관리기’ LG 독주 속 삼성 출사표 예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봄철뿐만 아니라 사계절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를 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미세먼지는 야외 활동 시 의류에 달라붙어 실내로도 유입된다. 그렇다고 해서 잠깐 입을 옷을 매번 세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요즘 현대인은 옷이 눈에 띄게 더러워지지 않아도 매일 옷을 갈아입는 것이 습관이자 매너다. 그만큼 세탁물이 많아지고 옷감 손상도 빨라진다.

 

미세먼지나 체취와 같은 가벼운 오염을 세탁하지 않고 제거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제품이 바로 의류관리기다. 현재 시중에 팔리는 의류관리기를 개발한 기업이 바로 ‘트롬 스타일러’로 유명한 LG전자다. 이후 저마다 독자적인 방식을 채택한 의류관리기가 시중에 나왔지만, 여전히 LG전자가 독주하고 있다.

 

LG전자는 트롬 스타일러를 통해 의류관리기라는 새로운 가전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LG전자 제공

 

트롬 스타일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오염을 제거한다. 빠르게 진동하는 옷걸이를 통해 옷의 묻은 미세먼지 등 오염물을 물리적으로 털어내고, 스팀을 통해 살균, 소취를 비롯해 옷감의 주름을 완화한다. 특히 LG전자는 2세대 제품을 출시하며 ‘미세먼지 제거 코스’ 버튼을 더욱 누르기 편리하도록 전면에 배치했다.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른 결정이다.

 

아직까지 트롬 스타일러와 유사한 제품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트롬 스타일러와 비슷한 수준의 의류관리기를 만들 수 있는 여력을 가진 회사는 사실상 삼성전자밖에 없다. 이미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의류관리기 출시를 시간문제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미 LG전자의 특허를 피해나갈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CES에 첫선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LG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가운 소식. 경쟁을 해야 파이가 커지는 업계 특성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양사가 경쟁에 돌입할 경우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의류관리기를 구입할 수 있어 이득이다.​ 의류관리기 시장 규모는 아직 10만 대 규모에 머물고 있다. 트롬 스타일러 판매량과 같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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