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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100일, 신규 가상계좌 받은 거래소는 세 곳뿐

거래소 100여 곳으로 늘어난 한편 문닫는 곳도…업계 "신임 금감원장에 기대감"

2018.05.09(Wed) 14:53:54

[비즈한국] 실명 확인 가상계좌를 받은 사람에게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하는 이른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시행된 지 오늘(9일)로 100일째를 맞이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아직 몇 군데 대형 거래소를 제외하고, 여전히 가상계좌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쪽에선 신규 오픈이 이어지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소리 없이 문을 닫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9일 오전 8시 30분 기준 전일 동시간 대비 0.8% 떨어진 1030만 원 수준을 유지했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1.4% 떨어진 9240달러를 기록했다.

 

한 시민이  암호화폐 시세를 주시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4월 말 상승세 이후 현재 암호화폐 가격은 소강상태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정부 규제와 실명거래 전환 등으로 2월 초 600만 원대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격은 4월 24일 1000만 원대를 돌파했고, 25일엔 1067만 원까지 올랐다. 매일 새로운 암호화폐가 상장(ICO)하고, 록펠러, 조지 소로스 등 세계적 부호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나섰다. 이 같은 훈풍에 암호화폐의 시가총액도 지난 4월 중순 3200억 달러에서 현재 5300억 달러로 늘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봇물 터지듯 신규 ICO가 한창이다. 120종이 넘는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업비트는 3월 23일 스톰을 시작으로 4월 5일 트론, 13일 골렘, 19일 모나코를 상장했다. 5월 들어 신규 상장된 암호화폐도 세 건이다. 빗썸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3월부터 최근까지 아이코인을 시작으로 오미세고, 모나코, 골렘 등 10종의 신규 가상화폐가 상장됐다.

 

자연스레 신규 거래소도 늘고 있다. 올 초 금융당국이 파악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60여 곳. 업계에서는 현재 거래소들이 100여 곳까지 늘어난 것으로 본다. 눈에 보이는 숫자만 보면 호황이다. 미국 폴로닉스, 중국 오케이코인, 후비오 등 해외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가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코인제트스, 코인빗, 비트소닉, 비트레이드 등 신규 거래소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소리 소문 없이 문을 닫은 거래소도 있다. 1월 30일 실명확인 가상계좌 전환 이후 은행과 가상계좌 발급 계약을 맺지 못해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행에서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대형 거래소인 빗썸, 코인원, 업비트, 코빗, 네 곳뿐이다. 이 가운데 은행에서 신규로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곳은 빗썸, 코인원, 코빗이다. 업비트는 기업은행에서 석 달 넘게 신규계좌 발급을 받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나머지 신규 거래소 및 중소 거래소는 금융당국이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법인계좌 형태의 입출금계좌를 열 수밖에 없다. 현재 코인네스트, 고팍스 등 중소 거래소는 법인계좌가 아니면 입금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법상 통신판매업으로 간주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간단한 등록 절차만 거치면 개설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에도 계속 거래소가 신설되는 이유다. 최근 오픈한 일부 거래소도 모두 시중은행과 계약을 맺지 못해 법인계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 명의의 법인계좌를 개설한 뒤 이 계좌를 통해 회원들이 각각 입출금을 하는 방식은 동일 계좌를 이용하는 만큼 해킹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거래소들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최근 오픈한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에서 계좌를 열어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법인계좌를 선택하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선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올 1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가능성 등 강성 발언과 실명거래 전환을 통해 지난해 말 뜨겁게 달아올랐던 암호화폐 시장은 일단 식었지만, 금융당국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측은 “법인계좌를 쓰는 게 법적으로 문제는 아니지만 불투명성 우려 등의 이유로 자금세탁 방지에 관한 관리·감독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더 시급한 문제는 암호화폐의 성격 규정이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연산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대가로 제공되는 토큰이다. 이것으로 암호화폐를 발행한 기업의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법무부는 이 토큰을 법정 화폐로 볼 수 있는가 없는가를 두고 판단을 보류했다. 성격조차 정해지지 않아 규제의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등장에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 있다. 암호화폐를 ‘도박’에 비유하며 부정적 입장을 보인 최흥식 전 원장과 달리 윤 원장은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대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이쪽 산업을 잘 이해하는 분인 것 같아 기대는 된다. 가이드라인을 빨리 정해주면 업체들도 불확실성을 털고 시장 활성화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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