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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기회의 땅'…블록체인 거물들 '코리아 러시'의 비밀

투자유치 최적지, 규제 적용은 시간 걸릴 듯…외화 유출 창구화 우려

2018.04.10(Tue) 14:39:44

[비즈한국]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개념을 처음 제시한 암호학자 데이비드 차움, 국제은행 컨소시엄 R3의 아키텍처 설계자 이안 그릭, 비트코인캐시의 거물 로저 버, 이더리움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 라이트코인을 만든 크레이그 라이트….

 

블록체인 분야의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3~4일 양일간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회 분산경제포럼’에서다. 포럼 개최를 앞두고 스타트업·벤처캐피털·엔지니어 등 전 세계 블록체인 분야 종사자들이 한국에 몰려들었다. 이 행사에는 당초 예정 인원보다 300명 많은 11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인종은 물론 미국·일본·중국·인도·러시아 등 참여한 국가도 다양했다. 흡사 올림픽을 보는 듯했다.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큰 행사 규모도 규모지만, 참석자들은 근본적으로 한국이라는 개최지에 주목했다. 한국 정부는 암호화폐 상장(ICO) 규제 방침을 내렸고, 법무부 장관은 거래소 폐지까지 운운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어째서 한국을 찾은 걸까.

 

지난 4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분산경제포럼 2018’에서 패널들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종찬 분산경제포럼 공동조직자, 클락 톰슨 Consensys 솔루션 아키텍트, 이안 그릭 금융 암호학자, 안토니 루이스 R3 리서치 총괄, 스탠리 영 IBM 디지털화폐 총괄. 사진=연합뉴스


암호화폐 거물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 유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세계 경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암호화폐 투자 중 원화로 거래되는 규모는 9%에 달한다. 일본 엔(57%)과 미국 달러(26%)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해 말 투자 열기가 일었을 때는 원화 비중이 20%에 달한 바 있다. 한국이 ‘뜨거운’ 시장이라 투자금 유치가 용이하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밋업(meet up)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에 왔다는 한 미국계 스타트업 관계자는 “투자 유치를 위해 한국어까지 배웠다”며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 실리콘밸리나 유럽보다도 앞선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투자에 보수적인 미국이나 암호화폐 투자가 금지된 중국보다는 한국에서 자금을 유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계 각국이 ICO 등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에 나섰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뾰족한 규제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 한국 스타트업이 참여한 암호화폐 아이콘은 공모 때 개시 6시간 만에 7만 5000이더리움, 약 233억 원을 모금하는 등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된 뒤 가격이 더 올라 현재 시가총액은 1조 50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하이콘 등 신규 암호화폐의 ICO도 진행되고 있다.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어려운 중국·러시아 등지의 벤처캐피털들도 투자처를 찾아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암호화폐에 관심이 높고 지리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한국에서 투자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골렘이라는 이더리움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 개발사 관계자는 “한국은 정보기술(IT) 선진국이자 투자금이 몰리는 블록체인의 가장 뜨거운 나라”라고 평가했다. 해외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김치 프리미엄’이나 ‘가즈아~’ 같은 표현을 유행어처럼 사용할 정도로 한국은 암호화폐 시장에 관심이 높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도 블록체인과 핀테크, 암호화폐 등 생태계 조성을 위해 벤처캐피털 회사를 설립하는 등 투자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더리움의 공동 개발자이자 또 다른 암호화폐 에이다의 창립자인 찰스 호스킨슨는 지난 3월 강연에서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며 “한국의 규제도 점차 해소 국면이다. 앞으로 시장이 안정돼 기업형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정부가 세부적인 규제안을 마련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본다. 정부는 미국과 유럽에서 과세 방법 등 규제안이 나오면 이를 참고해 정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암호화폐의 성격 부여와 제도적 장치 마련, 입법 절차 등을 따지면 1년 이상은 소요될 전망이다. 

 

한국으로 세계 각지의 스타트업이 몰려오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외화유출 창구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한 채굴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외환관리법으로 암호화폐 투자금의 해외유출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ICO 등 벤처투자를 통해 여전히 투자차익을 해외로 빼돌릴 방법은 열려 있다”며 “아직 한국에서 탈출하지 못한 중국계 투자자금의 벤처 투자 수요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은 인천지검 등을 통해 암호화폐 투자 차익을 중국으로 넘기려는 세력을 봉쇄한다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해외 ICO에 참여하거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자금을 막을 방법은 전무한 실정이라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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