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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2020년에 불황이 온다고?

미국 경제학자 59% 전망…2008년 금융위기도 예측 못해, 그냥 '참고'만 해야

2018.05.16(Wed) 10:46:37

[비즈한국] 최근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학자들은 2020년에 불황이 찾아온다고 생각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필자도 경제학자의 한 사람으로, 경제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서둘러 읽어보았다. 

 

“다음 불황은 2020년?” 월스트리트저널이 2018년 5월 4일~8일까지 미국 주요 민간기관의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020년에 불황이 올 거라는 응답이 59%에 가까웠다. 자료=월스트리트저널


기사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아래 그래프와 같은데, 미국을 대표하는 주요 민간기관의 경제학자 가운데 약 59%가 2020년 경기호황이 끝날 것이라고 답했다는 내용이었다. 참고로 2021년에 불황이 닥칠 것이라고 예측한 경제학자들은 그다음으로 많은 22%였다. 

 

그럼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왜 빠르면 2020년, 늦어도 2021년에 불황이 찾아온다고 믿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약 62%의 경제학자들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정책’을 꼽았다. 즉, 연준이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하다 보면 결국 경기가 불황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전망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경기를 예측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07년 말 발생했던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의 경기국면을 판별하는 일을 하는 전미경제분석국(NBER)의 경제학자들은 거의 1년이 지나서야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NBER만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경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최종책임자인 연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는 매년 연말 미 연준 멤버들이 “장기적인 정책금리로 얼마가 적당하냐(target level for the federal funds rate in longer run)”는 질문에 답한 설문 조사 결과다. 그래프에 표시된 ‘점’은 연준 멤버 1명의 의견을 표시한다. 예를 들어 점이 2개 찍혀 있으면, 2명의 의견이라고 보면 된다. 

 

2017년 10월 1일 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미팅. 왼쪽에서 두 번째가 당시 의장인 재닛 옐런, 세 번째가 현 의장인 제롬 파월이다. 금융시장과 경제 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준 멤버들도 경기전망이 틀리기는 매한가지다.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제 본격적으로 연준 멤버들의 장기 정책금리 예상을 살펴보자. 2012년 말에 장기적인 정책금리로 4.50%가 적당하다고 답했던 사람이 3명, 그리고 4.25%라고 답했던 사람이 6명이었다. 그러나 이 전망은 매우 극적으로 바뀐다. 불과 2년이 지난 2014년에는 장기적인 정책금리의 레벨을 4% 이상으로 제시한 사람은 5명으로 줄어들며, 2015년에는 1명이 된다(참고로 2016년에는 0명이 되었다). 대신, 장기 정책금리가 2%대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2017년에는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연준은 금융시장 및 경제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이들은 경제 및 금융지표를 보면서 연구하는 게 주된 업무다. 그런데도 2012년에는 미국의 정책금리가 장기적으로 4% 이상이어야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14명으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던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2012년의 연준 멤버들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 국면, 즉 물가와 경제성장률이 오랜 기간 낮은 상태에서 머무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 못했던 셈이다. 결국, 제아무리 뛰어난 경제학자라 하더라도 ‘장기적인 전망’은 그렇게 신뢰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미 연준 멤버들의 장기 정책금리 전망 변화. 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

 

더 나아가서 ‘월스트리트저널’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민간 경제학자들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다음 번 경기 침체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는데, 이 또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왜냐하면 위 그래프에서 보듯, 미국 연준 멤버의 상당수는 장기적으로 볼 때 정책금리가 2%에 머물러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불황을 초래하려면 연준의 정책금리가 ‘상당한’ 수준으로 인상되어야 할 텐데, 현재 1.75%인 정책금리가 2%대로 인상되는 게 그렇게 큰 충격을 줄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경제학자의 설문조사’ 결과는 일종의 참고사항으로 보는 게 적당하다. 특히, 올해 하반기 경기 전망처럼 단기적인 전망이 아닌 먼 훗날의 경제상황에 대한 예측은 더 그러할 것이다. 또 먼 훗날 심각한 불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해도, 이는 금융시장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베테랑 투자자들은 ‘장기예측’이 얼마나 부정확한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WSJ(2018.5.10), “Economists Think the Next U.S. Recession Could Begin in 2020”.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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