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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보수든 진보든 부동산 정책은 똑같다?

선거철엔 선심성 정책 넘치지만 실현 어려워…경제활동은 결국 개인의 몫

2018.06.11(Mon) 14:58:50

[비즈한국] 언제부터인지 보수와 진보라는 단어가 선과 악이라는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보수는 지킨다는 의미가 강하다. 진보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는 의미다. 두 단어는 반대가 아니다.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이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권마다 다른 정책을 추진했다고 해서 진보정부, 보수정부로 구분 짓지 않는 것이 좋다.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최초의 진보정부인 김대중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역대 어떤 보수정부보다 파격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반대로 보수정권으로 평가되는 박정희 정부는 완화책보다는 규제책이 많았다. 역시 보수 정권이라 할 수 있는 노태우 정부 때는 토지공개념이라는 사회주의에 가까운 경제 논리가 적용됐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 문제를 보수, 진보로 단순화하면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이해할 수 없다. 보수와 진보 프레임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정치 논리일 뿐이다. 

 

보수와 진보 프레임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정치 논리일 뿐, 부동산 정책은 그다지 차이가 없다. 선거철에 남발된 정책은 대부분 실현되지 않는다. 사진=고성준 기자

 

물론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은 부동산 정책을 다르게 취할 수 있다. 표를 주는 계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반대편을 완전히 무시하는 정책을 펼 수는 없다. 어떤 계층도 과반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양쪽의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어려운 위치에 놓이게 된다. 

 

역대 정부들은 보수, 진보 의견을 모두 반영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 법인세를 낮추거나 종부세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보수 세력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모습이다. 그로 인해 부족해지는 세금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세율을 늘리려고 한다. 공공주택을 끊임없이 공급하려고 하면서 민간 주택도 활성화하려고 한다.

 

정치인들에게는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과 각종 개발 계획이 필요한데, 그런 지원이 가능한 세력은 일반인이 아니다. 결국 대기업 등 특정 집단의 원조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정부가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기득권 세력에 반대하는 진보 집단이 있다. 이들은 서민층을 지지 기반으로 한다. 집을 가진 사람들보다 집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래서 이 계층에게 이익을 주고자 하는 정책을 많이 제안한다. 기초연금, 무상급식 등이 그런 예가 될 것이다.

 

진보의 한계는 부동산 정책에 있어 보수와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대 진보정권도 결국 보수정권과 같은 방법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진보진영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보다 보수진영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진보진영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을 하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 많다. 모든 신규 주택 공급을 공공주택으로 제공한다든지, 저렴한 전세를 제공하기 위한 임대보증금 인상을 억제한다든지 하는 식의 정책 말이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 정책들의 한계를 알 수 있다. 저렴한 전세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할까? 집주인의 사회복지 인식이 뛰어나 시세차익을 볼 수 없는 집을 잔뜩 사서 저렴하게 전세로 공급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인가? 아니면 개인 재산권을 제한해 강제로 그렇게 하려는 것인가? 대부분 실현이 불가능한 제안이다.

 

매매든, 전세든, 월세든 당장 살 집을 구해야 하는 일반 국민에게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양 진영의 대립은 부동산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 당시 추진했던 은평뉴타운의 공사 모습. 사진=SH공사 제공


정부는 투표로 선출된 정치인들의 집단이다. 직접 투표로 선출되었든 선출된 사람이 임명했든 정치인들이다. 그들의 목적은 정권을 차지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들은 투표로써 평가받아야 하므로 많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선거철엔 정책이 남발된다. 대부분 실현되지 않지만,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투표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뉴타운 정책이 그랬고, 공공임대주택, 행복주택 등의 공공주택 공약이 주요 공약을 차지했다. 선심성 정책은 추진이 잘 되지 않는다. 된다 하더라도 계획만큼 큰 규모로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부는 예산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부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국민이 바라는 것을 정부가 어떻게 해줄 것이라 기대하지 마라. 정부는 만능이 아니다. 경제생활은 우리 자신이 하는 것이다. 정부에 많은 제안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제안한 것이 이루어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하는 것이 낫다.

 

정부에 요구하려면 구체적인 요구를 하자. 실현 가능한 내용을 요구하자. 그래야 정부도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허황된 주장만 하면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 추진 가능성이 높더라도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정책에 반영될 수 없다.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마찬가지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부동산 팟캐스트 1위 ‘부동산 클라우드’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가 있다.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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