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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글 직원 명상법'에 빠진 심리학자의 스타트업은?

'마보' 가입자 6만 돌파, 유정은 대표 "수익보다 사람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파"​

2018.08.02(Thu) 18:41:03

[비즈한국] 40℃를 웃도는 폭염.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삐질 나온다. 퇴근해 집에 도착할 때쯤이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기 일쑤다. 찝찝함에 샤워부터 한다. 좀 낫다. 마음이 찝찝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상사에게 꾸지람을 들었거나 누구와 다퉜을 때 우리는 마음을 씻진 않는다. 견디고 쌓아둔다. 술이나 여행으로 ‘한 방에 스트레스를 날렸다’고 스스로에게 거짓 선언한다.

 

“현재 우리 삶이 조선시대 왕족보다 풍요롭다고 하잖아요. 근데 우리는 항상 삶이 힘들다 그러죠. 왜 그럴까요?”​

 

유정은 마보 대표의 말이다. 마보는 ‘마음보기 연습’ 줄임말로 명상을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자기 전, 화가 났을 때, 우울할 때 등 상황별·유형별 176개 명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녹음된 목소리가 명상을 찬찬히 지도한다.

 

깨달음을 얻을 목적의 명상이 아닌 일상생활 스트레스를 줄여줄 명상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는 유정은 마보 대표. 2016년 8월 앱을 만들어 출시해 지금까지 누적가입자 수 6만 1120명을 기록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유 대표가 마보 앱을 내놓은 건 2016년 8월. 현재까지 누적가입자 수 6만 1120명을 기록했다. 콘텐츠 재생 횟수가 70만여 회에 달할 만큼 인기다. 사용자 충성도도 높다. 월 3300원 유료 구독 전환율이 10%를 웃돈다. 올 2분기 매출액은 3215만 원, 매 분기 평균 80% 성장률을 보인다.

 

창업하기 전 유 대표는 명상과 거리가 멀었다. 서울대 조직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인사제도 컨설턴트로 일했다. 좋은 시스템을 구축해 사람들 행복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다. 얼마 못 가 한계를 느꼈다. 구조가 개인의 삶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우연히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에 관해 기술한 책 ‘내면을 검색하라(Search-Inside Yourself)’를 만났다. 그때부터였다. 유 대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 번도 발들이지 않았던 길로 걷기 시작한 건.

 

“그 전까지는 명상이 종교와 관련 있고 ‘사이비스럽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소름이 돋았어요. 명상을 통한 치유는 심리학 이론 토대 위에서 이뤄지더라고요. 종교가 아니라 과학인 거죠.”

 

2013년 내면검색 프로그램(SIY)를 국내에 들여오는 것부터 시작했다. SIY는 구글 내에서 시작된 명상법이다. 이후 유 대표는 구글캠퍼스에서 매월 열리는 창업자 명상모임 ‘지-포즈(G-pause)’를 주최하며 확신을 가졌다. 명상이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느낀 그는 이를 대중과 나누고 싶었다.​

 

명상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는 유정은 대표. 그는 명상은 자신에 대한 빅데이터를 얻는 작업이라고 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유 대표는 마보를 출시하면서 ‘명상 대중화’에 주안점을 뒀다. 마음챙김 명상에 결부된 종교적 색채를 지우는 데 집중했다. 열반에 오르기 위한 것이 아닌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명상법을 고안했다. 마음챙김 명상은 붓다가 깨달음을 얻을 때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앱 UX·UI마저 직감적이고 친근하게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명상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마보가 추구하는 명상은 붓다처럼 특별한 정신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에요. 밖으로 향했던 관심을 잠시나마 안으로 돌리는 거죠. 일상 속에서 스친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다 보면 지혜를 얻을 수 있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언제 슬프고 화나는지 등 자신에 대한 빅데이터를 얻는 작업인 셈이죠.”

 

하루에도 몇 통씩 고마움을 담은 메일이 온다. 마보를 통해 쉽게 명상을 접한 사람들이 치유의 경험을 보내는 것이다. 잠을 잘 자게 되었다는 소방관, 우울증 약을 줄였다는 사람,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가게 되었다는 이 등 사연이 다양하다. 최근 유 대표 기억에 남는 메일은 평범한 회사원의 인사다. ​

 

하루에도 몇 통씩 감사 메일이 온다. ​마보를 통해 명상을 접하고 치유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유정은 대표는 “명상 효과는 분명하다. 경험의 영역이라 말만으론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대기업에 다닌다고 소개하더군요. 매일 주말만 기다리면서 회사에 다녔고요. 명상을 접하면서 월요일이 두렵지 않다고, 매일매일을 살고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명상을 한다고 사람이 완전해지진 않아요. 갑자기 바뀌지도 않아요. 하지만 운동을 하면 몸이 건강해지듯 명상을 하면 마음이 건강해져요. 효과가 분명​해요. 경험의 영역이라 말만으론 이해하기 어렵지만.”

 

미국에선 이미 명상 대중화가 몇 발짝 앞에서 이뤄지고 있다. 심리학계와 뇌과학계 연구가 명상의 정신건강 효과를 뒷받침한다. 미국 오프라인 명상 시장은 1조 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포브스’​에 따르면, 유명 영어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Headspace)’ 매출액은 약 500억 원, 기업 가치는 약 2500억 원이다. 2017년 1월 수치다.

 

유 대표는 한국 명상 시장도 필연적으로 커질 거라 생각한다. 이미 카카오, 한화생명, 유니스트 등 기업과 대학에서 제휴 신청도 들어오는 상황이다. 해외 진출 계획도 머릿속에 있다.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국가를 타진하고 있다. 

 

“힘들지 않으세요? 네, 그 이유 때문이죠. 이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돈이 전부가 아니라, 저는 사람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어요.”​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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