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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빗장 풀린 부동산신탁, 금융업계 '출사표' 러시

자본 탄탄한 대형 금융사는 인수 가닥, 중소형 금융사는 컨소시엄으로 노려

2018.11.01(Thu) 17:05:38

[비즈한국] 정부가 10년 만에 부동산신탁회사 신규 설립 ‘빗장’을 풀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최근 금융권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부동산신탁업은 지난 5년간 이익이 3배 이상 급증하고 기존 부동산신탁사들이 전부 흑자를 기록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는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 소유자에게서 권리를 위탁받아 부동산을 관리, 개발, 처분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열기가 식지 않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업종이라 성장세가 가파르다.

 

금융위가 지난 10월 27일 공개한 ‘부동산신탁업 경쟁도 평가 보고서’를 보면, 부동산신탁사 매출 규모는 지난해 1조 원을 넘어섰고, 2013년부터 연평균 21%씩 성장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2017년도 기준 각각 6705억 원, 5047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35%씩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65.1%다. 국내 모든 부동산신탁사가 호황을 누리고 있을 정도로 ‘알짜’ 사업이다.

 

정부가 10년 만에 부동산신탁회사 신규 설립 인가 방침을 밝히면서 최근 금융권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 알짜 사업 두고 벌어지는 금융권 춘추전국 시대


금융위는 최근 정례회의를 열고 부동산신탁회사를 최대 3곳 더 늘리기로 했다. 시장이 ‘경쟁이 둔화된 독과점 구도’라, 신탁사들에 집중된 이익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이다. 부동산신탁사를 새로 설립하려면 정부 인가가 필요한데, 국내 부동산신탁 시장은 지난 2009년 무궁화신탁과 코리아신탁 인가 이후 신규 진입과 퇴출 없이 11개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10년 만에 ‘큰 시장’이 열리면서 업계 반응은 뜨겁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0월 30일 개최한 ‘부동산신탁회사 인가심사 설명회’에 참석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참석자가 많았다. 참석자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컨설팅 업계까지 가세할 정도였다”며 “사실상 업계 정보전은 이날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보면 된다. 당분간 물밑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대형 금융지주사들이다. 자본력과 계열사 간 협업을 앞세워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단순 신탁업을 넘어 종합 부동산 금융 서비스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대형 금융지주들의 목표다. 신탁 서비스를 그룹 내 은행이 판매하는 대출과 연계하거나, 투자·매각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은행들의 비이자 수익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금융지주사 중에서도 농협금융지주가 신규 인가에 가장 적극적이다. 일찌감치 내부 TF를 꾸리고 외부 자문사를 선정해 신규 인가에 대비하고 있다. 농협은 앞서 지난 7월 100% 출자 자회사인 NH농협리츠운용을 출범시켜 부동산 투자 신탁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번 신규 인가를 통해 부동산 개발 신탁으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KB금융과 하나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가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데다 10년 만에 새 인가를 내는 만큼 기존과 다른 새로운 유형의 부동산 신탁업을 강조하고 있다. 농협금융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지역 기반을 앞세워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기조에 맞는 사업계획서를 내면 신규 인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신한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은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기존 업체를 인수해 곧바로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이다. 그동안 부동산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던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31일 기존 부동산신탁사업자인 아시아신탁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고 지분인수를 확정했다. 지분 60%를 1934억 원에 샀다. 2022년 이후에는 나머지 40%도 인수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신한금융의 이번 인수를 두고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한다. 아시아신탁은 2006년 출범한 부동산 신탁사로, 후발주자지만 업계 5위에 올라서 있다. 신한금융은 아시아신탁 인수로 단숨에 업계 중위권으로 뛰어올랐다. 

 

또한 정부는 이번 부동산신탁사를 새롭게 인가하면서, 신규 인가를 받은 회사는 2년간 차입형 신탁을 제한하기로 했다. 차입형 신탁은 토지수탁 이후 공시비 등 사업비를 신탁사가 직접 조달하는 방식이다. 위험도가 높지만 그만큼 수익성도 크다. 기존 11개 부동산신탁사 가운데 자본력을 동원할 수 있는 대형 신탁사 두세 곳의 독무대였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번 인수로 곧바로 차입형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우리은행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그룹과 같이 기존 부동산신탁사를 인수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다만 우리은행은 올해 안에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만큼 신탁사 인수는 그다음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으로 비은행 계열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 사전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기존 대형 신탁사 인수 가능성은 낮고, 하나금융그룹과 KB금융이 운영 중인 하나부동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을 제외하면 선택지는 더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른 대형 금융사들도 신탁사 인수 방식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우리은행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 중소형 금융사들은 컨소시엄 구성 등으로 참전

 

증권사는 이번 신규 인가 경쟁에서 다크호스로 꼽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신탁업에 진출했던 은행·보험사들은 보수적 성향이 강해 업계 1, 2위(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와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며 “증권사는 자금력과 부동산 투자 경험을 토대로 기존 부동산신탁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신규 인가에 도전을 검토 중인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대신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 자산운용사, 건설사들은 업체들끼리 힘을 모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2~3개 회사들이 모여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인가 신청하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은 11월 26~27일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한다. 금융당국은 접수 업체를 대상으로 외부평가위원회 심사, 예비인가를 거쳐 본인가를 낼 방침이다. 외부평가위원회는 리스크 관리와 정보기술(IT), 법률, 회계 등 분야별 전문가 7명이 참여한다. 

 

이에 따라 신규 인가를 준비하는 업체 간 물밑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부동산신탁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 신탁업 전망에도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면서도 “부동산신탁업은 부동산을 ‘소유’에서 ‘이용’의 개념으로 전환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오히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결이 비슷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업체 경쟁은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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