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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2017년 상반기에 이미 경기 정점 지났다?

통계청 경기동행지수 하락이 주 근거…경제성장률·GDP Gap 나쁘지 않아

2018.11.26(Mon) 09:46:01

[비즈한국] 한국 경제가 지난 2017년 상반기에 ‘경기순환’의 정점을 경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에서 작성·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동반 하락하다 보니, 경기 정점 경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2017년 상반기에 이미 경기 정점이 경과했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통계청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동반 하락하면서 한국 경제가 지난 2017년 상반기에 ‘경기순환’ 정점을 지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을 방문해 지역 상품권으로 과메기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본격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경기 정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논쟁이 잘 진행되지 않는 경우, 서로 다른 ‘정의(定義)’를 가지고 있을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경기의 후퇴를 가장 간명하게 정의한 것은 미국으로, 경기 국면을 판별하는 전미경제분석국(NBER)은 2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시기를 ‘경기 침체 국면’으로 간주한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경기순환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국면에 머무르는 시기를 ‘경기 수축 국면’으로 판단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경기순환. 음영으로 표시된 부분이 경기 수축 국면. 경제성장률은 연율 기준(Annual Rate)인데, 해당 분기의 성장률(QoQ)이 4분기 동안 지속될 때의 성장률로 볼 수 있다. 자료=미국 세인트루이스 연준

 

이 정의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여전히 ‘불황’과 거리가 멀다. 아래의 그래프에 잘 나타나는 것처럼, 한국 경제는 꾸준히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QoQ)의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2017년 말 -0.2%를 기록했지만 이내 회복해서 2018년 1분기는 +1.0%, 그리고 2분기와 3분기 모두 +0.6%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정의에도 한계가 있다. NBER은 2001년 상반기에 경기 침체가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지만, 2001년의 분기별 성장률을 찾아보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적이 없다(1분기 -1.1% 2분기 +2.4%, 3분기 -1.7%, 4분기 +1.1%). 물론 2001년 정보통신 거품이 붕괴되고 또 대규모 테러 공격으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었기에 2001년이 불황이었다는 데에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공감하지만,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간명한 정의로는 2001년을 ‘불황’으로 판별할 수 없다. 

 

2000년 이후 한국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 QoQ). 자료=한국은행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경기의 정점을 판별하는 또 다른 방법은 GDP Gap을 이용하는 것이다. GDP Gap이란 실제 GDP에서 잠재 GDP을 차감한 뒤, 이를 다시 잠재 GDP로 나누어 계산한 값이다. 한국 경제가 과도한 인플레이션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수준(잠재 GDP)과 비교해 어느 정도 과열 또는 침체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양의 값이면 그만큼 경기가 과열돼 인플레가 발생하고, 음의 값이면 불황으로 디플레 압력이 강해진다. 

 

경기순환에서 경기 정점은 GDP Gap의 플러스 폭이 가장 큰 점을, 경기 저점은 마이너스 폭이 가장 큰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기 저점에서 정점까지 구간, 즉 ‘경기 상승기’에는 실제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GDP Gap의 마이너스 폭이 줄어들거나 플러스 폭이 확대된다. 반면 경기 정점에서 저점까지인 ‘경기 수축기’에는 실제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면서 GDP Gap의 플러스 폭이 축소되거나 마이너스 폭이 확대된다. 이를 그래프로 나타나면 아래와 같다. 

 

GDP Gap의 변화와 경기순환의 관계. 자료=한국은행 경제 칼럼을 참고하여 필자가 작성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제기된다. 한국의 GDP Gap은 지금 어떤 수준일까? 

 

한국은행에서 간혹 GDP Gap을 제시하지만, 최근 발간된 ‘경제전망 보고서(2018.10)’에서는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정치가 가장 최신 정보라고 할 수 있다. 

 

IMF의 2018년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Gap은 2년 연속 상승 중이다. 2016년의 GDP Gap은 -1.05%였지만, 2017년에는 -0.78% 그리고 2018년에는 -0.70%를 기록했다. 이 숫자만 보면, 한국 경제는 2015~2016년을 전후해 GDP Gap이 바닥을 치고 다시 상승하는 국면, 다시 말해 경기 확장 국면에 놓여 있다. 

 

GDP Gap의 변화와 경제성장률의 관계. 2018년은 IMF의 예상치다. 자료=IMF(2018.10), “World Economic Outlook”


결국 최근 한국이 이미 경기 정점을 경과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경기지표의 급격한 악화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통계청은 경제 흐름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 경기동행지수를 매월 작성하며, 특히 경제의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작성한다. 그런데 최근 이 지표가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한국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 음영으로 표시된 부분은 경기 수축 국면이다. 자료=통계청(2018.10.31), “2018년 9월 산업활동동향”

 

이 지표만 본다면 경기 정점을 이미 경과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기동행지수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경기 여건, 다시 말해 경제성장률의 흐름을 판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조지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두 지표의 관계를 살펴보면, 뚜렷한 연관을 발견하기 어렵다. 2017년 하반기부터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급락했지만, 성장률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동행지수가 경제성장률에 ‘선행’했다면 별 문제는 없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의 성장률 흐름을 살펴보면, 경제성장률이 경기동행지수에 오히려 선행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경제성장률의 관계. 자료=한국은행·통계청

 

이 대목에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첨언한다. 필자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아무 의미 없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최근처럼 미·중 무역분쟁 우려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주식가격이 급락할 때일수록 경기지표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더 나아가 정부가 내년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다. 수출만 호조세를 보일 뿐, 내수 지표가 최근 부진한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확대 정책의 시행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2017년 상반기 경기 정점을 경과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물론 경기의 정점을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연속 하락으로 간주한다면, 그 판단을 존중한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2%대 후반)을 꾸준히 유지하고 더 나아가 GDP Gap도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니 ‘경기 정점’에 대한 판단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2019년 경제가 회복되어 ‘경기 정점’ 논쟁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겨레신문(2018.11.12), ‘통계청장 “작년 2분기쯤 경기 정점…내년 상반기 최종 판단”’

**조선비즈(2017.1.31.), ‘한은, “GDP갭률, -1% 육박”’

***한국은행 경제칼럼(2013.11.13.), ‘경제성장률과 GDP갭의 관계’

****한국은행(2018.10.18), ‘경제전망 보고서(2018.10)’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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