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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창과 방패' 공정거래법과 지식재산권법의 미묘한 공존

독점 보호하는 법과 규제하는 법의 충돌…대기업 '기술유용행위' 근절 어려워

2019.05.20(Mon) 10:51:45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앞으로 공정거래의 주요 사건은 대부분 지식재산권 영역에서 발생할 것이다.” 퇴직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가 사석에서 전한 말이다. 실제로 최근 공정위의 집행사례를 보면, 지식재산권과 공정거래법의 이론이 섞여 있는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기업의 기술유용·탈취 △​외국계 기업의 부당한 라이선스 조건 강요 △​표준필수특허권자의 특허권 남용 등은 지식재산권법과 공정거래법 모두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다.

 

우원식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17년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술유용 근절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두 법의 쟁점이 함께 들어간 사안을 다루는 건 쉽지 않다. 이론적으로 봤을 때 지식재산권법과 공정거래법(경쟁법)은 충돌하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법은 재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이를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공정거래법은 경쟁을 제한·저해하는 ‘독점’ 등의 행위를 규제하는 법이다. 물론 지식재산권이 보호하는 독점과 공정거래법이 규제하는 독점의 성격이 달라 실질적으로 두 법이 충돌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또 공정거래법은 저작권법 등 지식재산권법으로 보호받는 권리를 행사할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제59조), 현실적으로 두 법 간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실무에서 큰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한 경우 피해자인 중소기업은 주로 특허권과 부정경쟁방지법 등을 근거로 들어 민사로 대응한다. 이때 특허권 또는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따져보게 되는데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은 하도급 관계 속에서 원청인 대기업의 기술자료 협조 요청을 거부하기 힘들다. 이때 대기업이 ‘정당한 절차’​로 기술정보를 취득해 이를 활용했다고 주장한다면, 대기업이 특허권이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가령 중소기업 A 사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이를 사업화하기 위해 대기업 B 사와 협력하기로 했다. A 사는 B 사와의 미팅 자리에서 해당 기술을 요약한 자료를 건네며 설명한 뒤 투자를 요청했다. 대기업 B 사는 해당 기술이 유망하다고 판단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2017년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술유용 근절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이때 대기업 B 사는 중소기업 A 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로열티를 지급하기보다 중소기업 A 사에게 건네받은 자료를 토대로 유사한 기술을 개발한다. 대기업의 기술력과 자본이라면 회피설계 등을 통해 특허권 침해 시비를 빠져나가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사안에서 중소기업이 특허권이나 부정경쟁방지법의 보호를 받기란 쉽지 않다. 특허권이 등록되기 전에 임의로 기술의 개요를 공개한 것은 특허 무효 사유가 될 수 있고, 스스로 대기업에 기술의 개요를 공개한 이상 ‘비밀관리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법 등으로 권리를 보호 받을 수 있을까. 이도 쉽지 않다. 만약 대기업이 법 통일성을 고려했을 때 지적재산권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 이상 공정거래법 위반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말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공정위는 기술유용 근절대책 등에서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불이익 제공 금지조항과 하도급법상 기술유용 금지조항 등으로 기술유용 제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장기적인 하도급 거래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전속된 상황에서 기술 자료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제공된 경우라면,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을 위반하는 ‘부당한 기술유용행위’가 성립될 수도 있다. 대기업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 이른바 ‘갑을관계’를 활용해 협력업체에 사실상 강요행위를 했다고 할 수 있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는 지식재산권 침해와 별개로 판단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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