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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강력한 '림 킴'과 쎄쎄종의 체리타르트

8년 전 '슈퍼스타K'의 김예림, '하고 싶은 이야기' 하는 황제로 돌아와

2019.06.04(Tue) 11:01:57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사진=‘림 킴(Lim kim)’ 공식 페이스북


‘림 킴(Lim Kim)’은 김예림의 새로운 활동명이다. 

 

8년 전 ‘​슈퍼스타K’​에는 잠재된 가능성이 반짝반짝 빛나는 원석들로 가득했다. 김예림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심사위원과 방청객, 시청자 들은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이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해했다. 

 

현대의 대중음악은 고도화된 산업이다. 어린 유망주는 프로듀서의 지휘 아래 콘셉트가 정해지고, 살을 빼고, 캐릭터, 음악, 메시지,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 안무, 발매 시점, 홍보 등 여러 측면에서 다듬어진다. 하나의 노래를 발표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투입된다. 

 

하지만 사람은 돌이 아니다. 원석과 달리 사람은 세공사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김예림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방식대로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판을 엎어야 하며 판을 엎으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바둑알은 허공에 뿌려진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음악가들은 한결같이 보험 하나씩은 손에 쥐고 있었다. 그런데 김예림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SAL-KI TEASER – Lim Kim

 

그저 돌아온 것이 반가운 팬들과 많이 놀란 팬, 황당해하는 사람들.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이게 림 킴이 하고 싶은 이야기니까. 

 

음악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왕국이 건설된다. 그곳엔 이 이야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음색이 독특했던 가수 김예림은 황제가 되어 돌아왔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SAL-KI – Lim Kim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음악을 들고 돌아왔다. 이게 자신에게 맞는 옷이라며. 이것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며.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김예림이 화염 속에서 제목을 보여주고, 시커멓고 축축한 뭔가를 배경 삼아 바닥을 짓뭉개는 비트와 ‘살기’를 격하게 외치며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토록 강력한 음악가의 등장은 짜릿하다. 충격은 다른 충격으로 상쇄해야 하는 법. 지난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내게 충격을 줬던 쎄쎄종(Cette Saison)으로 간다. 검붉은 체리가 올라간 체리 타르트를 고른다. 

 

쎄쎄종의 체리 타르트. 사진=이덕 제공

 

반으로 잘린 체리가 가지런히 놓였다. 씨앗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체리 콩피츄르가 콕콕 들어 있다. 끄트머리에 단 하나의 체리만이 꼭지까지 온전하게 남아 있다. 체리 한 알 건져 먹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포크를 들어 세로로 한 입 크기로 자른다. 입안에 넣고 깨물기 시작하면 하얀 크림에 숨어 있던 체리 술의 향이 순식간에 뿜어져 나온다.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고소한 타르트지는 거칠게 씹힌다. 붙임성이 조금 더 있었다면 파티셰를 붙잡고 30분은 족히 수다를 떨고 싶은 맛이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드셨나요. 

 

림 킴의 SAL-KI(살-기)를 들으면 같은 질문이 하고 싶어진다. 이런 놀라운 음악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가. 림 킴은 한국에서 살다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갔고, 역시 어린 나이에 한국에서 가수로서 활동을 했다. 그동안 림 킴은 어떻게 살았는가. 

 

LIM KIM 인터뷰 출처 – GENIE MUSIC 유튜브

 

림 킴은 SAL-KI에서 ‘스피크 아웃(Speak out)’이라고 외친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나서서 싸울 것이라고 말한다. 더 이상 참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림 킴은 껍질을 깨고 나왔으며,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과연 누구와 싸울 것이고 무엇을 부술 것인지는 가사 속에 힌트가 있다. 이것은 프로듀서가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림 킴의 이야기이고, 림 킴이 하고 싶은 말이다. 

 

SAL-KI에는 묵직한 비트와 효과를 잔뜩 넣어 일그러진 목소리만이 가득하다. 김예림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좋아하던 사람들에겐 허탈할 노릇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젠 림 킴이 모든 것을 컨트롤한다. 어떤 목소리를 들려줄지, 어떤 음악을 할지, 어떤 머리를 하고, 옷을 입고, 메이크업하고 어떤 영상을 보여줄지는 오로지 림 킴의 손에 달려 있다. 

 

림 킴이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팬들은 기다리던 음악가를 다시 찾았으며, 누군가는 새로운 동지를 얻었을 것이다. SAL-KI는 동지가 될 수 있는 노래이며 친구가 될 수 있는 노래이며 응원가다. 함께 스피크 아웃 할 수 있는. 더 이상 참지 말고. 같이 나아가 싸워 이기는.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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