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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라마] 싸이월드 시절 모두가 꿈꾸던 낭만연애 '소울메이트'

세 남자와 세 여자의 얽히고설킨 멜로…매회 귀에 감기는 OST도 화제

2019.06.28(Fri) 14:11:01

[비즈한국]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외치는 말이 있다. 이 사람이야말로 내 운명이야! 결혼을 앞둔 사람들도 자주 되뇌곤 한다. 이 사람이 정말 내 운명일까? 대관절 운명의 상대가 무엇이길래, 우리는 언제나 사랑을 하면서도 운명임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걸까. 2006년 방영한 ‘소울메이트’의 주인공들도 그랬다. 운명을 믿지 않았던 남자와 운명을 믿는 여자, 자신의 사랑을 운명으로 만들고자 했던 여자와 순간의 유혹에 운명을 느낀 남자 등 여러모로 순수하고 순진했던 사람들.

 

외모와 매너, 집안 등 어느 곳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 동욱(신동욱)은 맞선으로 만난 귀여운 내숭형 요조숙녀 유진(사강, 당시 본명 홍유진으로 출연)과 연애를 시작한다. 신문사 교열기자로 일하는 유진의 회사 선배 수경(이수경)은 남자친구 필립(최필립)과 5년간 연애하고 청혼을 받은 상태지만, 필립이 유진의 친구인 영어강사 민애(장미인애)의 유혹에 흔들리면서 헤어지게 된다. 민애는 일본에서 온 패션모델 료헤이(오타니 료헤이)를 유혹해 가까운 사이가 되지만 동시에 순진한 필립을 유혹하고 불특정 다수의 남자들과 가벼운 만남을 즐긴다.

 

매주 월요일 밤 11시에 방영되던 시트콤 드라마 ‘소울메이트’​는 ‘​두근두근 체인지’​ ‘​안녕, 프란체스카’​로 독특한 색채의 시트콤을 만든 노도철 PD의 작품이다. 신인급 배우들을 데리고 세 커플 여섯 남녀의 사랑을 때로는 배꼽 잡고 웃기게, 때로는 절절하게 그려내며 시트콤과 멜로드라마 사이를 오갔다. 사진=MBC 홈페이지

 

세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가 이리저리 얽힌 가운데, 누군가는 사랑을 잃고 누군가는 사랑을 느끼며 누군가는 사랑 앞에 주저한다. 이런 설정과 플롯은 로맨스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소울메이트’는 거기에 두 가지 매력 포인트를 더한다. 하나는 동욱이 소울메이트인 수경의 마음 속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판타지한 설정, 나머지 하나는 드라마 이상으로 매력적이어서 종영 후에도 추가 음반이 나올 정도로 인기였던 음악이다.

 

사랑에 빠진 상태가 아님에도 이미 소울메이트로 정해져 있기에 상대의 마음 속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사랑의 판타지를 극대화한다. 동욱은 극 중반이 되도록 수경과 직접 대면한 적이 없지만 만나기 전부터 꿈속에서 그녀를 봤고, 마주치고 나선 그녀가 마음 속으로 하는 생각을 생생히 듣는다.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처럼 낭만적인 설정이 또 없다. 만나기면 한다면, 그 사람이 내 운명이라 확신할 수 있는 증표가 되는 것이므로.

 

캐릭터 대부분에 배우 본인의 본명을 붙여 신인급 배우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남녀 주연을 맡은 신동욱과 이수경은 이 작품으로 널리 얼굴을 알린 케이스. 사진=MBC 홈페이지

 

그렇다고 ‘소울메이트’가 ‘그리하여 두 사람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로 끝난 건 아니다. 그랬다면 소울메이트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나 진짜 사랑이 가능하다는 판타지로 그쳤을 것이다. 극중 동욱은 수경이 자신의 소울메이트임을 확신하고 수경 역시 동욱에게 흔들리지만, 그들 사이에 있는 유진 때문에 괴로워한다.

 

속물적인 부분도 있지만 유진은 미워할 수 없는 귀엽고 밝은 여자이며, 동욱을 향한 사랑에도 매사 열심이다. 연인과 헤어지고 힘들어하던 수경과 온갖 고민을 나눈 사랑스러운 후배이기도 하다. 그래서 결국 수경은 함께 미국으로 가자는 동욱을 따라나서지 않는다. 중년인 지금의 눈으로 보면 상대에게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란 이유만으로 운명의 사람을 두고 돌아서겠냐 싶지만, 그 상황에 처한 당사자에게는 그만의 사정이란 게 있는 법이니까(드라마는 같은 시기에 두 사람이 일본 도쿄에 있음을 암시하며 열린 결말로 끝났다).

 

주연인 동욱과 수경의 비중이 컸지만 그 외 인물들 역시 소홀하게 다루지 않는다. 속물 푼수 같지만 사랑스러운 유진, 센스 없는 순정남 같지만 유혹에 금방 휘둘린 필립, 인생을 즐겁게 살되 특별한 여자 민애에겐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곁을 즐기는 사랑을 보여준 료헤이, 세상 남자 모두에게 자신 있는 작업걸이지만 어느덧 료헤이의 사랑에 빠져든 민애.  말 많고 입은 싸지만 투닥투닥 어울리는  정환과 미진 커플은 웃음을 담당했는데, 유진과 더불어 미진의 독특한 말투가 나름 화제였다. 사진=MBC 홈페이지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였던 음악도 낭만적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주인공 동욱의 직업이 음악 코디네이터로 설정됐던 만큼 귀를 홀리는 좋은 음악들이 매회 등장했는데, 특히 라센 린드(Lasse Lindh)의 ‘C'mon Through’나 ‘The Stuff’는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도 한 번은 들어봤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웨덴 출신 싱어송라이터 라세 린드는 이 작품을 계기로 이후 ‘로맨스가 필요해’ ‘도깨비’ 등의 OST에 참여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라세 린드의 음악 외에도 누벨 바그의 ‘This is not a Love Song’, 제펫의 ‘Don't Turn Away’ 등 주옥 같은 곡들이 ‘소울메이트’를 장식했는데, 이는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발군의 음악 선곡력을 선보인 바 있는 조진국 작가의 역량 덕분. 여기에 ‘두근두근 체인지’ ‘안녕, 프란체스카’에 이어 ‘소울메이트’까지, 빵 터지는 개그 속에 진한 감정을 부여하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노도철 PD의 역량이 더해지며 ‘소울메이트’는 시즌2 제작 요구가 강렬했던 팬심 강한 작품으로 남았다.

 

연인 필립과 헤어지고 울고 있는 수경을 보고 그녀를 위로하고자 듣고 있던 이어폰을 살포시 끼워주는 동욱. 이 장면은 ‘​소울메이트’의 하이라이트로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동욱은 이미 꿈속에서 그녀를 만났고, 그녀의 마음도 들을 수 있지만 수경에겐 그저 처음 보는 낯설고 이상한 남자라는 것. 사진=MBC 홈페이지

 

‘소울메이트’가 방영되던 2006년은 이른바 ‘싸이월드 감성’이 도처에 넘실거리던 때였다. 그 당시 뜨겁게 연애하던 청춘이었다면 연애와 사랑을 지상과제처럼 여기던 ‘소울메이트’의 세상에 흠뻑 빠졌을 게 분명하다. ‘연애란 게임에서는 항상 덜 사랑하는 쪽이 유리하다’ ‘사랑은 확인하는 게 아니라 확신하는 것이다’ ‘연애는 입술을 떨리게 하지만 사랑은 가슴을 떨리게 한다’ 등등 매회 등장하는 사랑에 대한 경구들은 낭만적 사랑을 꿈꾸면서도 쿨하고 싶은 21세기 청춘들에게 회자되며 싸이월드 미니홈피 한구석을 장식하곤 했다.

 

13년이 지난 2019년에도 ‘소울메이트’가 여전히 볼 만한 작품이냐고? 글쎄, 여느 흘러간 작품이 그렇듯 시간이 흐른 만큼 시대 정서와 부합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거고, 젊은 층의 심장을 저격했던 만큼 나이 들어서 보면 유치찬란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거다. 결혼은 물론 연애도 사치라고 느낀다는 요즘 20대는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겠고.

 

연애를 하고 사랑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저도 모르게 사랑에 대한 경구를 하나씩 신조처럼 아로새기게 된다. 여러 남녀의 사랑이 등장하는 만큼 ‘​소울메이트’​에도 여러 경구가 소개되었는데, 그중엔 지금껏 회자되는 경구도 있다. 사진=MBC 홈페이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이 존재하므로 ‘소울메이트’가 지닌 정서는 유효할 것이다. 요즘 진짜 사랑이 어디 있느냐고? 동욱처럼 상대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사람이 내 운명인지 어찌 아느냐고? 극중에서도 말하지 않았나. 그냥 무조건 사랑하라고.

 

‘이 사람보다 더 사랑할 사람이 없겠구나’ 하고 사랑하면 그게 운명이고 ‘이 사람밖에 없다’ 하고 사랑하면 그게 또 운명이 되는 거라고. 그러니 오늘도 우리는 풀밭 속 네잎 클로버를 찾는 정성으로 풀 반지를 만들듯 사랑을 찾고 가꾼다. 그러다 보면 내게도 낭만적 사랑이, 운명이 오겠지 하는 희망을 안고. 

 

필자 정수진은? 

영화와 여행이 좋아 ‘무비위크’ ‘KTX매거진’ 등을 거쳤지만 변함없는 애정의 대상은 드라마였다. 드라마 홈페이지에서 인물 소개 읽는 것이 취미이며, 마감 때마다 옛날 드라마에 꽂히는 바람에 망하는 마감 인생을 12년간 보냈다. 최근에는 신대륙을 탐험하는 모험가처럼 유튜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중.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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