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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러브콜 보내는 까닭

금융위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제휴에 적극 나서…"스타트업 이해 부족" 지적도

2019.09.11(Wed) 14:27:51

[비즈한국]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키튼플래닛’은 교보생명과 함께 새로운 서비스 구상에 한창이다. 지난해 한화생명과 협력해 ‘스마트 지표를 이용한 건강 증진형 어린이 치아 보험’을 출시한 이후 두 번째다. 키튼플래닛은 자체 개발한 스마트칫솔과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앱을 통해 어린이가 스스로 재미있게 양치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종호 키튼플래닛 대표는 “교보생명과 함께 사업성을 검토한 이후 내년 중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국 2만 개 요양 시설을 한데 모은 노인요양시설 정보 플랫폼을 운영 중인 스타트업 ‘케어닥’ 역시 최근 국내 한 보험사로부터 협력 제의를 받았다. 아직 논의 단계라 새로운 서비스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았지만 기대가 크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다른 스타트업의) 소개를 통해 연락이 왔다. 이용자의 혜택도 늘어날 것 같다. 보험사들의 고객층이 케어닥 고객이 되는 사이클을 형성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는 건강관리 서비스업을 보험사의 부수 업무로 승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보험사가 갖고 있는 질병정보 활용범위는 보험업으로만 제한돼 별도 사업을 추진하는 데 다소 제약이 있었다. 금융위의 정책 변화에 맞춰 보험사들은 주요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스타트업 역시 대형 보험사들과 협업을 통해 부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만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손을 내밀고 있다.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키튼플래닛은 교보생명과 함께 새로운 상품을 구상 중이다. 서울 광화문의 교보생명 본사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접촉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기본적으로는 케어닥 사례처럼 수소문을 통해 본인들과 잘 맞을 듯한 스타트업에 개별적으로 접촉해 협업을 논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옥석을 가리는 모양새다. 지난 7월 교보생명은 오픈 이노베이션 팀을 꾸려 헬스케어 스타트업 열 곳과 새로운 상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스타트업과의 제휴에 관심이 커진 보험사가 아예 ‘오디션’을 보기 시작한 셈이다.

 

보험사가 유독 헬스케어 스타트업과의 제휴에 적극적인 이유는 사업다각화 및 수익성 강화를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가령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협력한 보험사가 참신한 서비스를 기획하면,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 아울러 스타트업이 가진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보험 상품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사에는 매력적인 요소다. 현실성이 낮은 얘기이기는 하지만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하면 질병이 생길 가능성을 다소 낮춰 보험료 지급률을 낮출 수도 있다.

 

스타트업 업계는 이러한 보험사의 움직임이 반갑다. 직접적인 수익이 창출되는 것은 물론, 돈을 들여 조직의 규모를 크게 키우지는 않아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최종호 키튼플래닛 대표는 “스마트칫솔을 (보험사에) 납품하는 데서 돈이 나오고, 앱 이용자가 늘어나면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운영 수입이 추가로 발생한다”며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과 제휴해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설계하는데, 사용자들을 공유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건강관리 서비스업을 보험사의 부수 업무로 승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도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손을 내미는 보험사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를 방문한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금융위는 내달 ‘사용자의 건강을 커버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보험을 출시할 필요가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손을 내미는 보험사는 점점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대외적으로 잘나가는 스타트업만 이러한 흐름에 동참할 수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보험사는 대체로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느 정도 시장에 자리 잡은 스타트업만 선호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특정 스타트업에만 보험사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보통 보험사는 이 스타트업의 상품이 출시에 지장이 없는지, 쌓아놓은 데이터는 얼마나 되는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하며 계약을 맺는다”며 “아이템이 신통치 않다거나 아이템이 좋은데도 규제 탓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은 아예 기회가 없을 수 있다. 특히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비슷한 상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대형 보험사와 협업할 기회가 더 적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가 속속 건강관리 서비스업에 뛰어드는 모양새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도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최종호 대표는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혁신팀까지 꾸리는 등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지만, 아무래도 보험사가 보수적인 집단이다 보니 제휴문화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의견을 표했다. 박재병 대표도 “스타트업끼리 아이템 논의를 할 때는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보험사와의 회의는 그렇지 않다. 이해 자체를 못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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