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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내적 댄스 즐기고 싶을 땐 '위댄스'가 제일 좋아

기타 맡은 '위기', 보컬 담당 '위보'…음원도 스트리밍도 없지만 입소문 활발

2020.01.14(Tue) 11:14:07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하고 싶은 게 많고 너도 그래보여’ 공연 포스터. 사진=이덕 제공


누구나 몸속에 춤이 있다. 만 명의 사람 속에는 만 개의 서로 다른 춤이 있다. 그 춤을 자주 꺼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위댄스(Wedance)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춤을 꺼내 본 적 없는 사람의 내적 댄스마저도 겉으로 분출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릴 줄 안다. 신발이 가벼워지고, 먹고 싶은 걸 먹고 나면 이제 춤을 출 시간이다. 

 

위댄스 - 준비됐나

 

위댄스는 위기(Wegui)와 위보(Wevo)로 구성된 밴드다. 위기는 위댄스의 기타, 위보는 위댄스의 보컬이다. 안경과 모자가 수시로 날아다닐 정도로 격렬하게 움직이며 기타를 치는 위기와 언제나 새로운 춤과 연출을 보여주는 위보를 보고 있으면 어느덧 공연이 막바지를 향한다. 이제 몇 곡 남지 않았다는 말에 조마조마해진 사람들은 주섬주섬 일어나 뭐라도 어떤 춤이라도 추고 싶어진다.

 

이제 음원의 시대, 스트리밍의 시대가 되었건만 위댄스의 음악은 인터넷 공간에서 만나기가 어렵다. 그들은 손수 제작한 ‘Unfixed’라는 CD를 공연장에서 팔며, 그 CD에 담긴 노래를 그 공연에서 들려준다. Unfixed라는 말처럼 어떤 노래들은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Unfixed에 수록되곤 한다. 심지어 오늘 듣고 마음에 무척 들었던 그 노래가 아직 Unfixed에 실리지 않은 경우도 다반사다. 

 

위댄스의 ‘unfixed’. 사진=이덕 제공

 

Unfixed는 대략 19개 정도가 나왔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정확히 세는 것을 포기했다. 어떤 Unfixed는 카세트 테이프였고, 어떤 Unfixed는 키트로 제작되어 구매자가 직접 풀칠하고 CD를 구워 만들어야 했다. 

 

직접 만들어야 하는 ‘Unfixed’. 사진=이덕 제공

 

위댄스가 아닌 외부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한 결과물은 ‘Produce Unfixed’라고 하는데 Vol.3까지 나왔다. Vol.1에서는 피기비츠의 박열이 프로듀싱을 하고 김간지가 드럼을 쳤다. Vol.2에서는 이디오테입(IDIOTAPE)의 제제가 프로듀싱을, Vol.3은 ‘Deerhoof’의 ‘Greg Saunier’가 프로듀싱을 했다. 다행히도 Produce Unfixed는 몇몇 음반 가게에서 살 수 있다. ‘만선’이라는 곳에서 음원을 구매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위댄스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한다. 

 

위댄스 – 외로운 존재 디스코 좋아해

 

이 발아래 이 바람에 저 하얀 달 따라 움직이는데 매일같이 같게 느껴져서 춤을 추러 가는 장소는 채널1969다. 채널1969는 ‘외로운 존재 디스코 좋아해’가 수록된 앨범 ‘하고 싶은 게 많고 너도 그래 보여’의 발매공연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한국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보석 같은 디제이, 타이거디스코가 음악을 자주 트는 곳이다. 바로 그 채널1969 근처에 새로운 양과자점이 문을 열었다고 하여 잽싸게 찾아갔다. 

 

피에몬테의 필즈 오브 골드. 사진=이덕 제공

 

피에몬테(Piemonte)의 ‘필즈 오브 골드’는 보기 드물게 보리가 사용된 가토다. 큼지막하게 한 입 떠먹으면 그 빛깔에서 예상되듯이 구수한 보리 향이 입안을 채운다. 예상하지 못한 조합이 흥미롭다. 보리무스 안에는 보리와 밸런스를 잡기 위해 잔뜩 공을 들인 것이 분명한 아몬드 크림이 하얗게 숨어있다. 구수하고 고소해서 재미있다. 구수한 끝 맛을 남기는 무스는 드물고, 드문 존재는 항상 소중하다.

 

필즈 오브 골드의 단면. 사진=이덕 제공

 

Unfixed를 만드는 위댄스의 활동 형태나 무대 위의 퍼포먼스, 가사, 음악을 보고 듣고 있자면 이내 자유와 해방감이 듬뿍 느껴진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방식대로 하려고 타협을 하지 않고 낯설어도 직접 선택한 방향으로 향하는 해방감. 위댄스가 위댄스여서 보여줄 수 있는 음악과 퍼포먼스. 그렇게 위댄스를 처음 봤지만 30분의 공연을 본 뒤 위댄스의 팬이 된 사람들이 많다. 21세기에 어울리지 않게 음원도 스트리밍도 없이 입소문만으로 그들은 전국 각지는 물론 스페인·독일·​이탈리아·​호주·​일본·​대만 등 해외에서도 찾는 사람이 많다. 

 

위댄스 – 피어나는

 

위댄스는 별다른 예고 없이 공연하고 갑자기 음악 작업을 하기 위해 사라지기 때문에 위댄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모습을 쫓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과거보다 최근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에 그들의 활동 예고를 부지런히 해준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새로운 음악을 부지런히 만들고 있다니 손꼽아 기다리면 조만간 신곡과 함께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좀 더 재밌는 세상이 되겠지? 

 

위댄스 – 비트와 자장가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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