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알쓸비법] 본사가 대리점의 온라인 판매를 통제하는 치사한 방법

홍보물 사용 금지 등 우회적 방법으로 통제…법 테두리 빠져나가는 '지능적 횡포'

2020.01.17(Fri) 10:21:29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상품이나 용역을 거래하면서 상대방의 지역 또는 상대방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하는 행위는 ‘구속조건부 거래’​로 간주돼 금지된다(공정거래법 시행령 별표 1의2 7. 나.). 공정위 고시에 따르면 구속조건부 거래는 거래상대방의 판매지역을 구속하는 행위와 거래상대방의 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로 구분된다([Ⅴ. 7. (나. (1)]. 대리점별로 판매지역을 할당하고 이를 어기면 제재하는 경우, 가정용 대리점과 업소용 대리점으로 구분해 서로 상대의 영역을 넘지 못하는 경우 등이 구속조건부 거래에 해당한다.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 이미지 하락, 가격 붕괴 등을 우려해 대리점의 온라인이나 할인 판매를 반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본사가 대리점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위법할까. 공정위는 ‘그렇다’고 판단한다. 공정위는 P사가 2011년 인터넷 오픈마켓 판매금지정책을 수립했던 사안에서 그러한 정책 수립 및 이행은 구속조건부 거래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봤다(2012. 8. 27. 의결 제2012-179호). 

 

일반적으로 대리점 수익은 상품 판매를 통한 마진과 본사로부터 받는 실적 수수료로 구성된다. 어떤 대리점은 판매마진을 포기하는 대신 대량 판매를 통한 실적 수수료에 주력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할인된 가격의 상품을 대량 판매해 수수료 수입을 거두려는 계산이다.

 

본사는 브랜드 이미지 하락, 가격 붕괴 등을 우려해 온라인이나 할인 판매를 반기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에는 본사가 유통질서 문란, 유통채널 간섭 등을 이유로 온라인 판매를 하는 대리점에 대해 노골적으로 공급 중단, 갱신 거절 등의 제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상품의 포장에 비표와 마킹을 해 온라인에서 상품을 유통하는 대리점이 어느 대리점인지 추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판매 규제로 인한 공정거래법 위반이 이슈가 되자, 위와 같이 드러내놓고 대리점의 판매 채널, 판매 가격에 간섭하는 사례는 많이 줄었다. 대신 암묵적이고 간접적인 수단을 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는 업계에서 이미 상식처럼 굳은 사례를 살펴본다.

 

대리점은 상품을 판매하면서 본사의 홍보물(그래픽 이미지)을 사용한다. 대리점의 홍보물 사용은 판매 증가에 기여해 본사에도 유리하므로, 본사가 대리점의 홍보물 사용을 불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홍보물의 저작권자는 어디까지나 본사이므로 법률적으로 본사는 대리점의 사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 따라서 어느 대리점이 온라인에서 많은 양의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해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저작권자인 본사는 대리점의 홍보물 사용을 금지할 수 있다.

 

상품이나 용역을 거래하면서 거래상대방의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는 구속조건부 거래로서 금지된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간혹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정품을 판매하는 것 같은데 흔히 볼 수 있는 홍보 이미지가 전혀 없어 상품을 구매하기가 꺼려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아마도 본사가 대리점의 홍보물 사용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본사의 유통채널 통제 의도가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정부 규제를 이용해 본사가 유통채널을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화장품을 판매할 때는 주요 성분 등을 소비자에게 고지하여야 한다. 이러한 규제 환경에서는 제조업체가 상품 포장에 주요 표시 사항을 인쇄함으로써, 대리점이 본사의 추적을 피하고자 마킹이 인쇄된 포장을 제거하고 상품 본체만 판매하는 행위를 통제할 수 있다. 대리점이 포장을 제거하고 본체만 판매하는 경우 본체에 주요 성분 표시가 누락되어 법령 위반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필요는 법을 모른다고 했다. 비록 공정거래법령이 대리점에 대한 간섭의 상당수를 금지하고 있더라도, 본사의 통제 의사가 확고한 이상 이를 회피하는 방법은 지속해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앞서 본 몇 가지 사례는 필자가 12년 전 변호사 업무를 시작할 때 이미 업계에서 공유되고 있었던 내용이다. 아마도 현재는 더욱 더 세련된 방법이 개발되었을 것이다. 인터스텔라의 대사와 같이 사업자들은 규제를 회피하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알쓸비법] "향후 소송하지 않겠다"는 합의서, 무조건 통하지 않는 이유
· [알쓸비법] 서체 파일 침해 경고장 받았다면 어떻게 대처할까
· [알쓸비법] 소비자를 광고로 속이면 처벌받는 이유가 뭘까
· [알쓸비법] '자칫하면 갑질' 하도급법 위반, 수습 대책은?
· [알쓸비법] 정리해고 쟁점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대한 판례의 변천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