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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설상가상' 여행업계, 솟아날 구멍 안 보인다

하나·모두·노랑 무급휴가에 주 1~4일 근무로 인건비 절약, 중소여행사는 폐업 위기

2020.02.12(Wed) 18:22:50

[비즈한국] 일본여행 불매와 홍콩 시위에 이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중국 노선 부진에 따라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업계는 사실상 초토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여행사들의 적자행진이 예상된 가운데 그 여파가 짧아도 올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 내다본다. 

 

문제는 1분기 이후의 상황도 썩 좋지 않다는 것이다. 외부 상황의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으면서도 회복은 느리게 되는 여행 산업의 특성에 따라 3~4월 중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진다고 해도 그 영향력은 최소 2~3개월 후인 6월까지 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집계한 중국 관련 여행 업계의 피해액은 설 연휴부터 지난 10일까지 약 376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중국 아웃바운드의 피해만 310억 원 규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중국행 항공기 탑승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대형 패키지 여행사 관계자는 “출발날짜 기준 3월까지는 중국은 물론 동남아 예약이 대부분 취소됐다. 예약 취소인원만 12만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대형 패키지사의 예약 인원이 평소 월 13만~2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한 달분이 취소된 상황이다. 개별 마진은 거의 없지만 볼륨 인센티브(VI)로 상당한 수입을 얻었던 항공권 판매도 뚝 끊겼다.

 

#하나·모두 근무일 줄이고 급여도 줄여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같은 대형 패키지사들은 예약 취소율이나 금액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를 꺼려한다. 가뜩이나 떨어지고 있는 여행주들의 주가를 더 떨어뜨릴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7월에는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대형 여행주에 꾸준한 매수를 권하기도 한다.

 

하나투어는 지난 2월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IMM으로부터 1289억 원의 투자 금액이 확정됐음을 공시하며 자금 유입을 예고했다. 신주 상장 예정시기도 3월 23일에서 3월 13일로 앞당겼다. 또 신규 예약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인 만큼 당장의 인력 낭비를 막고자 안식년 기준을 완화하고 선택적 잡셰어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안식년은 근속연수에 상관없이 최대 1년까지 신청할 수 있고, 선택적 잡셰어링은 희망자에 한해 주 1~4일 근무를 선택하고 그만큼 급여가 감액되는 형태다. 

 

양대 대형 패키지사 중 하나인 모두투어는 현재 직급자에 한해서만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던 것을 확대해 전 직원 대상 주 3~4일 근무제 시행을 고려 중이다. 팀별로 돌아가면서 무급휴가를 진행한다는 말도 나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지난 12월부터 실적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여 2020년 상반기 수익 개선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누구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자유투어 ‘퇴사 권고’, 노랑풍선 100여 명 퇴사 

 

​중국과 동남아 노선 비중이 ​큰 여행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모두투어 자회사인 자유투어의 경우 중국과 동남아 상품 비중이 커 적자폭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자유투어는 현재 중국과 동남아 노선을 유럽 쪽으로 돌리고 있지만 현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자유투어 협력업체 관계자는 “자유투어는 홈쇼핑에서 중국과 동남아 상품을 대량 판매해 자금을 돌려왔는데, 동남아 홈쇼핑이 중단되면서 자금줄이 금세 막혔고 내부에서 심각한 상황이 들려온다”고 말했다.

 

자유투어 직원은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직원들의 퇴사를 권고했다”고 전했다. 자유투어 고위 임원이 급여 체납 가능성을 알리며 “배를 침몰시키느냐, 소수만 살아서 유지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는 것. 이 직원은 자유투어가 모두투어의 자회사이고 인사에도 관여하지만 그동안 완전히 분리 운영됐기 때문에 모두투어의 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원이 대폭 축소된 형태로 유지되거나 부도가 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모두투어 직원 역시 “모두투어 한 달 인건비만 50억 원에 이른다. 노조도 쎈 편이다. 모두투어도 어려운 상황에서 자회사라고 자유투어를 도와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아웃바운드 여행사 개수만 해도 만 개가 넘는다. 자유투어는 국내에서 최소 30위 안에 드는 여행사인데 그 정도 중기업이 망한다면 소기업들은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라며 “여기저기서 여행 공포를 유발하는 발언에도 자제가 필요하다. 여행 산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을 주저앉히는 일”이라고 걱정했다. 또 “아직 심각한 상황이 된 지 한 달도 안 됐다. 벌써 기업 부도 운운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업계 3위 여행사인 노랑풍선 역시 2019년 12월 이미 100여 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이번주부터 4월 말까지는 임직원 전원이 주 4일 근무제에 돌입하며 임금도 삭감된다. 호텔앤에어닷컴 부도 등 코로나 사태 전에도 비틀거리던 중소여행사의 도산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가라앉고 나면 외국 자본이 흘러들기 좋은 구조가 되어 토종 여행사들이 외국 OTA에 넘어가는 등 국내 여행업계가 재편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마스크를 쓴 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여행객들. 사진=임준선 기자


#글로벌 공룡 OTA가 여행사 인수하게 될 수도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서 매출 타격이 심해지면 대형 업체 먼저 넘어질 수도 있다. 혹은 중소 업체가 대부분 무너지고 대기업으로 고객이 편입될 수도 있을 것”이라 내다보며 “패키지 수요는 일정 부분 고정적이지만 파이가 줄고 전체 시장이 축소되면서 국내 여행 산업 자체가 본격적으로 공룡 외국계 OTA(Online Travel Agency)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는 거대 OTA가 하나투어 등 대형 패키지사를 인수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금융위기 때처럼 사태가 가라앉고 나면 외국 자본이 흘러들기 좋은 구조가 되어 ​토종 여행사들이 ​외국 OTA에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여행업협회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정부에 특별 융자금 지원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2015년 메르스 당시 정부는 협회에 특별 융자금 700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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