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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감기인데…" 신종 코로나 사태로 떠돌이 환자 늘었다

코로나 확인되면 병원 휴업 두려움에 접수 거부…"공공의료기관 확충 도외시한 결과"

2020.02.06(Thu) 17:12:31

[비즈한국] 지난 4일 A 씨는 20개월 딸아이에게 콧물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지만 접수 완료 후 대기 도중에 나와야만 했다. 지난주 3박 4일로 괌에 다녀온 것이 화근이었다. 간호사는 A 씨에게 “(의사가) 해외를 다녀온 사람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병원에서는 아이의 상태를 보지 않고 보건소나 선별진료소를 권했지만 이곳에서는 “일반 병원에서 진료 받아야 한다”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A 씨는 “발열이나 기침 증상이 있지도 않았고 여행 전부터 콧물이 났지만 멈추지 않아 병원을 갔는데도 진료를 받지 못했다. 병원의 난감한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괌은 아직 확진자가 한 명도 없는데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일반 감기 환자까지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확진자가 아직 없는 국가에서 입국한 사람이나 국내 체류자가 일반 병원에서 퇴짜를 맞는 것. 그러나 이들은 신종 코로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아 보건소나 병원에 있는 선별진료소에서도 진료를 받지 못한다. 중국이 아닌 제3국 입국자 중 16번째 확진자가 발생하며 질병관리본부(질본)은 신종 코로나 사례 대상을 늘린다고 6일 밝혔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병원 내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병원이 환자 접수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진료 문턱을 높인 병원이 생겨나면서 일부 환자들의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로비에서는 발열확인 데스크를 설치해 출입하는 모든 사람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선별진료소 없는 일반 병원 "일단 거부하고 보자?"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병원이 환자 접수를 거부했다가 보건소로부터 주의를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의협 한 관계자는 “환자가 보건소에 신고해 병원으로부터 문의가 많이 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소와 질본은 사례 대상이 아닌 환자는 일반 병원에서 진료해달라고 요구한다. 이제껏 질본 지침 상 오염지역인 중국 후베이성에서 입국한 환자 중 발열이나 기침 증상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만 병원이 환자의 진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었다. 실제로 대다수 병원은 중국에서 입국한 환자 중 14일 이내에 증상이 발생한 환자는 병원에 들어오지 말고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라는 안내문을 붙여두고 있다.

 

문제는 일부 병원들이 사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에 대해서도 진료 자체를 거부하면서 병원 여러 곳을 수차례 방문하는 ‘떠돌이 환자’들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A 씨의 아이처럼 감염증상이 없는데도 해외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혹은 국내 체류자 중에서도 열이나 기침 증상이 있어 진료를 못 받는 경우다. B 씨는 한 커뮤니티를 통해 “아내가 열이 38.5도라서 한 병원을 찾았지만 열만 재보고 의사를 만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문전박대당했다. 보건소에서는 진료를 안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질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감염 사례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는 의료기관에서 처치해야 한다.

 

이러한 병원 행위를 ‘진료 거부’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의료법 제15조 1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환자의 진료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다’고만 명시하기 때문. 이는 병원 내 감염을 우려해 환자를 받지 않는 걸 정당하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지난 30일 경기도 성남시가 관내 의료기관에 진료 거부 시 고발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낸 공문이 도마 위에 오른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성남시가 고발 근거로 의료기관이 아닌 감염병 관리기관을 대상으로 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시해 더욱 빈축을 샀다. 경기도의사회는 공문 철회를 요구했고 성남시는 한발 물러서며 재안내 공문을 보내겠다고 5일 밝혔다.

 

병원 내 감염을 우려해 환자를 받지 않는 걸 정당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를 싣고 온 차량 운용자가 방호복을 벗어 폐기 처분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질본이 7일부터 신종 코로나 사례 정의를 확대한다고 발표하며 환자들이 어느 곳에서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이전보다 나아질 수 있다. ​질본은 사례 정의를 중국을 방문한 후 14일 이내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으로 확대하고, 신종 코로나 발생 국가를 여행한 후 증상이 나타나는 자도 의사의 소견에 따라 의사환자로 변경한다고 6일 밝혔다. ​동남아시아에서 입국한 환자 중 확진자가 나온 데 따른 조치다.​ 이때까지는 중국 우베이성을 다녀온 후 14일 내에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거나, 확진자의 증상발생 기간 내 접촉자는 ‘의사환자’, 중국 방문 후 14일 이내에 폐렴이 나타난 사람은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사례 정의 확대해도 진료 불가 사태 막기 어려울 듯

 

이렇게 사례 정의가 확대되더라도 의사들은 소극적으로 임하는 현상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행여 확진자가 발생하면 임시 휴업을 해야 하고 병원 내 감염이 확산되면 폐업까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증상 감염 가능성도 제기되며 민간 병원 입장에서는 더욱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질본 관계자는 “현재도 중국 여행력이 없고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신종 코로나 검사를 원하는 분들이 많지만 모두 검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확대되는 사례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료기관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일 보건당국은 선별진료소를 532개로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18년 기준 국내 총 의료기관 수는 9만 3184개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김명선 기자


특히 선별진료소를 운영하지 않는 의료기관 내 의료진들 사이에서 이미 확진자가 다녀가거나 올까 봐 조마조마하다는 의견이 적잖다. 선별진료소가 없는 민간 의료기관에서는 손쓸 방법이 없다는 것. 지난 2일 보건당국은 외래 진입 전 병원이나 보건소 외부에 설치하는 진료 공간인 선별진료소를 전국 288개에서 532개로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한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총 의료기관 수는 9만 3184개다. 열이나 기침 증상과 크게 연관이 없는 요양병원·조산원·​한방병원·​한의원·​약국 등을 제외해도 3만 7014개에 달한다.

 

앞서의 의협 관계자는 “새로운 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사례 정의를 제때 바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는 병원 내 감염이 사태를 키운 메르스 이후에도 공공의료기관 체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 공약인 ‘감염병 전문병원’은 애당초 2021년부터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2023년이 되어서야 시행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은 “민간의료체계 아래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공공의료기관이 최소 20~30%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 기준 국내 공공의료기관 수는 224개에 그친다.

 

한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다. 6일 오전 9시 기준 국내에서는 총 2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 중 2번 확진자는 5일 퇴원했고 1번 확진자는 오늘(6일) 퇴원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총 2만 8018명이 확진돼 563명이 사망했다. 이외 국가에서는 홍콩 21명, 대만 11명, 일본 31명, 싱가포르 26명 등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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