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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 폐지됐지만…민간인증서 시대의 '새로운 불편'

서비스별 사용 가능 인증서 달라 혼선…"업권별 공동 협의체 만들거나 정부가 조정해야"

2021.01.05(Tue) 16:16:41

[비즈한국] 공인인증서 폐지로 시작된 민간 기업들의 인증서 경쟁이 뜨겁다. 현재 민간 인증서를 출시한 기업은 알려진 것만 8곳. 민간 인증서는 복잡한 절차 없이도 1분 이내에 본인 인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후죽순 늘어난 인증서가 이용자들에게 또 다른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999년 탄생한 공인인증서가 2020년 12월 10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와 함께 민간 인증서 서비스를 운영 중인 기업들이 ‘​국민 인증서’​ 타이틀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인인증서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공인전자서명’ 개념을 삭제한다는 내용이 담긴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2018년 9월 발의됐다. 이 개정안은 약 1년 8개월 만인 2020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같은 해 12월 10일 시행됐다. 

 

공인인증서는 그 개념이 등장한 지 약 2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기존 공인인증서는 ‘공동인증서’로 명칭이 바뀌었고, 민간 기업들이 개발한 민간 인증서에도 법적 효력이 부여됐다. 이를 겨냥해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자산 규모를 막론하고 많은 기업이 인증서 경쟁에 뛰어들기었다.

 

현재까지 전자서명 인증서 서비스를 출시한 곳을 살펴보면 △카카오페이(2017년 6월) △​은행연합회(2018년 8월) △​비바리퍼블리카(2018년 11월) △​이동통신 3사(2019년 4월) △​네이버(2019년 6월) △​KB국민은행(2019년 7월) △​NHN페이코(2020년 9월) △​삼성전자(2020년 12월)가 있다.

 

업계에서는 ‘범용성’을 경쟁력 중 하나로 꼽는다. 이용자들이 여러 곳에서 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어야 시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사진=SK텔레콤 제공


가장 먼저 이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페이는 2018년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공인전자문서 중계자 지위를 획득했다. 현재 누적 인증서 발급 건수 2000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제휴된 기관만 200곳 이상이며 이용자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동통신 3사가 합작해 만든 본인인증 공동 브랜드 ‘PASS(패스)’는 현재 가장 많은 가입자 수(약 3100만 명)를 확보했다. 2019년에 출시한 PASS 인증서는 2020년 11월 기준 누적 발급 건수 2000만 건을 돌파했다. 

 

금융권에서는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인증서가 2020년 11월 말 기준 누적 2300만 건이 발급됐다. KB국민은행이 자체 개발한 ‘KB모바일 인증서’는 출시 18개월 만에 가입자 수 600만 명을 기록했다. 

 

후발 주자 중 눈에 띄는 곳은 네이버와 삼성전자다. 네이버는 약 9개월 만에 사용처 54곳과 제휴를 맺고, 발급 건수 200만 건을 기록했다.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국민연금공단,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공공기관이나 경희사이버대학교, 서울사이버대학교와 같은 교육시설과도 제휴를 맺었다. 

 

삼성전자는 2020년 12월 ‘삼성 패스’에 전자서명 인증서 발급 기능을 추가했다. 삼성 패스는 웹페이지나 앱에 로그인할 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일일이 입력하는 대신 이용자의 생체정보(지문)를 활용하는 생체인증 서비스다. 삼성 페이 도입으로 단숨에 간편결제 시장 1위로 발돋움한 이력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인증서 시장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9월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통해 총 5개 사업자를 선정했다.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시범사업을 마무리한 후 2차 시범사업 대상 웹사이트를 선정하여 추가 적용하고, 2021년 하반기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식 전자서명인증업무 운영기준 준수 사실 평가·인정을 받은 전자서명 인증사업자들을 추가로 수용하여 공공분야 전반으로 민간 인증서 이용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사진=행정안전부


민간 인증서 경쟁은 연말정산 서비스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1월부터 주요 공공웹사이트인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국세청) △정부24 연말정산용 주민등록등본 발급서비스(행안부) △국민신문고 민원·제안 신청서비스(국민권익위원회)에서 민간 전자서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카카오, 통신사 PASS(ATON, KT, LGU+, SKT), 한국정보인증(삼성 PASS), KB국민은행, NHN페이코를 최종 시범사업자로 선정했다. 

 

일각에서는 민간 인증서를 둘러싼 우려도 존재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민간 인증서를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것에 비해 인증서 시장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 민간 인증서가 ​우후죽순 늘어나 이용자들의 혼란이 오히려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용자들의 혼란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 서 아무개 씨(30)는 “최근 보험 자동이체 계좌를 바꾸려 했는데, 인증서가 필요했다. 공인인증서가 폐지됐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고, 인증서를 보관해둔 USB도 다른 곳에 두고 와 민간 인증서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와 네이버 등은 이 보험업체와 제휴되지 않아 인증 효력이 없었다. 결국 필요한 건 예전 공인인증서였다. 이것저것 내려받긴 했는데 해결된 게 없었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직장인 김 아무개 씨(30)도 “온라인 인증이 필요할 때는 PASS 인증서를 쓰고, 금융권에서는 기존에 받은 공동인증서를 쓰고 있다. 기업이나 정부에서 사용 방법을 알려줘서 그런 게 아니라 갑자기 늘어난 인증서들을 일일이 사용하면서 얻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은행원 이 아무개 씨(31)는 “갑작스레 공인인증서 개념만 쏙 빠지는 바람에 혼란을 겪는 고객의 문의가 늘고 있다. 한 고객은 ‘왜 마음대로 인증서 이름을 바꾸냐’며 내게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서지용 교수는 “공인인증서의 경우 불편한 점이 꽤 많았지만, 범용성이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용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 인증을 사용하는 이용자가 특정 기관에서 본인 인증을 하려 할 때 PASS를 이용해야 한다면 이것 또한 하나의 불편함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불편함은 보통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이 나타날 때쯤 해소되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따라서 민간 사업자들이 업권별로 공동 협의체를 만들어 인증서에 대한 표준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행안부 사례처럼 정부가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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