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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 아파트 청약 '때 아닌 인기몰이' 알고보니…

'뭐라도 사두자' 경쟁 덜한 곳으로 몰려…"기반시설 없지만 시간 지나면 입지 가치 올라"

2021.06.16(Wed) 16:37:42

[비즈한국] 집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청약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입지, 가격 등을 꼼꼼히 따지며 인기 아파트를 찾던 이전과 달리 최근 청약자들 사이에서는 비인기 아파트를 찾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조금이라도 경쟁률을 낮춰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다. 

 

경기도 화성시의 ‘봉담자이 프라이드시티’가 공급되는 현장. 현재 주변에는 기반 시설이 전혀 없다. 사진=네이버지도


#‘허허벌판에 들어서는 아파트라도 좋다’ 예비청약자 관심 높아

 

경기도 화성시의 ‘봉담자이 프라이드시티’는 17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분양에 나선다. 프라이드시티는 7월 중 분양 예정인 힐스테이트와 합쳐 총 4034가구를 선보이는 대단지 공급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지 내 초등학교, 어린이집, 학원 등의 시설이 들어오고 공원 5개와 수영장, 사우나, 게스트하우스 등의 편의시설도 설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입지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봉담자이 프라이드시티가 들어서는 현장은 가까운 지하철역인 어천역까지 대중교통으로 20분 이상 소요된다. 걸어서는 1시간 이상 걸린다.

 

현장 주변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이다. 마트 등이 있는 가까운 시내까지 버스로 30분 이상 소요된다. 초등학교는 단지 내 개교 예정이지만 가장 가까운 중학교까지 가려면 버스로 40분 이동해야 한다. 

 

봉담자이 프라이드시티의 청약상담 담당자도 “현재 현장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을회관 빼고는 모두 철거한 상태”라며 “대단지가 들어올 예정인 만큼 대중교통 등을 확대해주지 않겠나 하고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봉담자이 프라이드시티’는 입지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지하철역인 어천역까지 대중교통으로 20분 이상 소요된다. 사진=봉담 프라이드시티 홈페이지


입지가 아쉬운데도 분양가가 높다는 지적도 있다. 봉담자이 프라이드시티에 관심을 두고 청약상담을 신청한 A 씨는 “입지가 정말 안 좋아서 가격이라도 쌀까 기대했다”며 “전용면적 84㎡가 발코니 확장비, 옵션 등을 포함하면 5억 원이 넘는다. 생각보다 비싸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추후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것도 아니고 작은 동네 마트만 들어온다더라.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고 기반 시설이 갖춰지려면 10년은 걸릴 것 같다”면서 “입지가 안 좋으니 경쟁이 좀 덜하지 않을까 싶어 청약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미래 호재 있다…입지·구조 안 좋아도 내 집 마련이 우선

 

최근 GS건설이 공급한 경기 광주시 오포읍 고산지구의 ‘오포 자이 디 오브’는 가장 가까운 지하철인 경강선의 경기 광주역까지 버스로 30분 소요된다. 2022년 개교 예정으로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까지도 걸어서 17분 걸릴 정도로 외진 곳이다. 가장 가까운 중학교까지는 걸어서 40분, 버스로 30분 소요된다. 

 

입지 여건이 안 좋은 탓에 흥행 저조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평균 15.1 대 1로 1순위 청약이 마감됐다. 12가구를 모집한 92㎡ 타입의 경우 582건이 접수되며 48.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 광주시 오포읍 고산지구의 ‘오포 자이 디 오브’는 입지 여건이 안 좋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평균 15.1 대 1로 1순위 청약이 마감됐다. 사진=오포자이 디 오브 홈페이지


입지 여건이 떨어져도 수요자가 몰리는 것은 미래 가치 때문이다. 지금은 입지 여건이 좋지 않지만 입주 후 기반시설이 들어와 부동산 가격 상승 여력이 크다. 경기도 의왕시의 백운지식문화밸리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의왕시 백운호수 뒤편 95만 4979㎡(약 29만 평)의 부지에 4080세대 규모로 조성된 백운지식문화밸리는 2016년 분양 당시만 해도 기반시설이 전혀 없는 황무지였다. 분양가는 3.3㎡(1평)당 1350만 대로 원대에 책정됐다. 하지만 입주 후 조금씩 기반 시설이 생기면서 현재 시세는 당시 분양가의 약 2.5배다. 

 

구축보다 신축의 가격 상승폭이 크다 보니 청약 가점이 낮은 30대 예비청약자들은 입지나 구조가 좋지 않아도 이를 감안하며 청약 신청을 하는 추세다. 고점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낮은 곳을 찾으면 조금이라도 경쟁이 덜할까 하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한 예비청약자는 “서울, 수도권 입지를 가리지 않고 청약 신청을 하고 있다”며 “공급 타입을 볼 때는 어떤 타입이 구조가 가장 안 좋은지를 본다. 구조가 안 좋으면 인기가 낮아 그나마 경쟁이 덜할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이전에는 부동산 시장에서 입지가 가장 중요했다면 요즘은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입지 좋은 구축을 선호하던 것에서 흐름이 바뀌었다. 이제는 입지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신축 아파트를 찾는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3기 신도시도 마찬가지고 이런 곳은 기반 시설이 들어올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미래 호재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로또 청약’ 열기로 젊은 세대가 경쟁률이 적은 지역을 찾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며 “내 집 마련이 워낙 힘들지 않나. 입지 등의 여건이 좋지 않아도 당첨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면 불편함을 감안하고 분양을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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