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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문화 점검②] 2030 네이버·카카오 직원이 말하는 '한국식 수평주의'

팀장 성향 따라 업무 분위기 천차만별…소통 막힌 조직문화가 '블라인드' 여론 형성

2021.06.17(Thu) 10:43:52

[비즈한국] 취준생들에게 꿈의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에서 비극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대표를 닮은 이모티콘이 만들어질 정도로 수평적 조직문화를 자랑하는 카카오는 상습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연이은 사건은 1세대 IT 기업이 구축한 이미지와 정면으로 충돌하지만 내부에선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업의 몸집이 커지며 수평적 조직문화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그럼에도 시스템이 가진 강점이 분명 있다’는 반론도 있다. 최근 발생한 사건들을 네이버 카카오 내·외부에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짚어보고 ‘한국식 수평적 조직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IT기업문화 점검①] 취준생이 꿈꾸는 네이버·카카오는 없다에서 계속됩니다.)

 

“결국엔 다 비슷한 회사겠죠. 소문도 있었고요. 문제는 보상과 기회 면에서 벌써 격차가 느껴지잖아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얻은 게 ‘0’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나중에 그들은 쭉쭉 성장했는데 저는 그대로면 어쩌죠? 그냥 자존심이 상해요.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이런 일이 터져서 충격적이고 의외이긴 했지만, ‘쳐다보지도 말아야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국내 최고 기업은 나머지 수많은 기업이 모방하기 마련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그 명성답게 수평적이고 유연한 문화가 분명 있지만 동시에 허점도 존재한다. 비즈한국은 지난 8~10일 네이버, 카카오, 라인 2030 직원 세 명을 만나 ‘알맹이’를 좀 더 들여다봤다.

 

#“좋은 리드만 있다면요”라는 복권 같은 조건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사진=임준선 기자


김동준(가명) 씨는 네이버 계열사에서 일한다. 네이버는 계열사라 하더라도 ‘같은 식구’라는 느낌이 있다. 대부분의 보상 등 본사 지침이 계열사에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회사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네이버에 가면 “책상에 발을 올리고 일할 줄 알았다”고 했다. 입사해보니 ‘회사는 회사’였지만. 그래도 자유로웠다. 대표마저 ‘님’으로 부르니 위아래 느낌이 없었고, 휴가를 전날 저녁에 쓴다고 해도 ‘오케이’였다. 축구 유니폼을 입거나 슬리퍼를 신고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그에게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다만 같은 회사에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과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세상을 등졌는데도 불구하고 거리감은 있었다. 김 씨는 “만약 사건이 우리 부서에서 일어났다면 공감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다른 부서원들도 우리 부서였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팀에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다. 유연한 팀장을 만났다. 그가 말하는 네이버는 모두가 ‘님’으로 불리며 자유롭게 의견 개진이 가능한 유연한 조직이지만, 상급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아예 다른 회사처럼 느껴질 수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적용된 재택근무체제나 유연근무제 등 좋은 룰은 있지만 팀에서 최고 직책인 ‘리드’의 특성이 크게 좌우하는 구조다.

 

네이버는 2014년에는 직급을, 2017년에는 임원제를 폐지했다. 대신 팀원들을 관리하는 ‘리드’가 있고, 리드와 대표급 사이 중간관리자급 직책인 ‘책임리드’가 ​지난해 신설됐다. 그만큼 리드와 책임리드의 입김이 세다. 견제구를 던질 팀원과 리드 사이 누군가 혹은 제도가 없다. 보완 장치가 없는 수평적 문화의 부작용이 짙은 지점이다. 김 씨는 인터뷰 도중 몇 번이고 “좋은 리드만 있다면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김 씨가 말하는 네이버는 자유롭다. 동시에 리드의 영향력이 강하다.

 

리드를 잘 만나야만 하는 게 네이버가 도입한 완벽하지 않은 수평적 문화의 맹점이라면, 네이버엔 기존 수직적 문화를 그대로 따온 지점도 있다. 조직이 방향을 정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톱다운 방식이 작동한다. 김 씨는 “부서 내에서 팀별 이동은 자유롭지만 타당한 이유를 리드와 인사팀에 얘기해야 한다. 그래서 진짜 사유는 숨기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인사팀은 6개월에 한 번씩 진행하는 인사평가 기록으로 이 사람을 파악한다. 왜 불합리하다고 느꼈는지를 증명하고 납득시켜야 하는 쪽은 팀원이다.

 

“만약 어렵게 팀을 옮겼는데 리드가 꽉 막힌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김 씨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나한테 문제가 있는지 생각할 것 같다”는 답을 내놨다. “굳이 네이버여서가 아니라 모든 회사도 마찬가지일 듯하다”며 그가 덧붙인 이야기는 네이버가 과연 정말 수평적인지 의문을 낳는다.

 

그가 인터뷰 중간 던진 “보상 문제는 사실 직원이 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라는 질문 역시 마찬가지다. 종종 설문을 통해 재택근무를 할지 같은 사안에 대해 직원들의 의견을 묻기는 하지만, 성과급 등 보상 문제와 팀 이동 등 무게감 있는 결정은 결국 윗사람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직원의 역량과 전문성을 평가해 5단계로 나누는 ‘레벨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 나오자 직원들이 반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수평적, 수직적일까. 혹은 ‘한국식 문화가 섞인 수평주의’일까

 

카카오에 다니는 이연서(가명) 씨는 여러 회사에서 ‘구르다’ 왔다. 회의가 퇴근 시간 넘어 이어지더라도 먼저 가는 건 꿈도 못 꾸는 회사도 다녀봤고, 업무량보다 보상이 턱없이 적은 곳에서도 일했다. 그런 면에서 이 씨는 지금 카카오가 만족스럽다. 회의하다 퇴근 시간이니 먼저 간다는 직원이 있고, 유연근무제라 근무 중간에 자리를 비우고 병원에 가기도 한다.​

 

이 씨가 말하는 카카오 역시 유연하다. 다만 네이버와 무언가 공통된 점이 있다. 사진=이 씨 제공

 

“충분히 수평적이고 유연하다고 생각해요. IT 회사는 회의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비교적 저연차인 제가 회의를 주최할 때도 있어요. 또 한국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피드백을 주는 게 어렵잖아요. 여기서는 저도 역으로 피드백을 주기도 해요. 영어 이름을 쓰니 ‘벽’이 덜 느껴지죠.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개발, 기획, 디자인 팀에서 크루들이 함께 업무를 배분해요.”

 

그러나 보완 장치 없는 수평적 문화의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네이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조직장과 경영진의 입맛에 따라 혹은 어떤 사안인지에 따라 수평적 문화는 자취를 감출 수 있다. “이번 사건을 보고 ‘팀바팀(팀마다 문화가 다르다)’ 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 팀원들이나 조직장은 알아서 ‘마이타임(카카오 근무시간 자체 기록 시스템)’을 보고 퇴근 시간에 연락해서 미안하다는 식으로 얘길 해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조직도 분명 있죠.”

 

카카오에서는 올 초 연봉을 소폭 인상해준다며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연락을 받은 몇 명이 있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돌았다. 그러나 그 기준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연락을 받거나 못 받은 직원 모두 이유를 모른다. 지난 5월에는 고성과 직원에게만 서울 시내 호텔 숙박권을 주기로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일부 직원 계정에서만 ‘휴양시설 예약’ 버튼이 보이게끔 했다가 들통이 났다. 카카오에서는 ‘아지트’라는 사내 시스템을 통한 직원들의 소통이 활발하지만, 동시에 정보의 비대칭적인 면이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월엔 카카오의 인사평가 중 동료평가 문항 중 ‘이 동료와 함께 일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 잔인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김범수 의장이 직원 간담회를 열었고, 뒤늦게 사내 인사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길’을 출범시켰다. 무언가 의사결정이 나고 불만이 나오면 해결책을 제시하는 구조는 수평적일까 수직적일까. 혹은 그 무엇도 아닌 ‘한국식 문화가 섞인 수평주의’일까.

 

한 씨가 말하는 라인 역시 깨어 있는 회사다. 그러나 중요한 정보가 불투명하다는 점, 불공정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쉽사리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은 기업문화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고민을 더한다. 사진=한 씨 제공


라인에 재직 중인 한지용(가명) 씨의 이야기는 고민을 더한다. “경력으로 온 직원이 ‘결혼은 했냐’고 물었는데 팀 분위기가 싸해졌던 적이 있어요. 나이 같은 개인정보를 묻지 않는 깨어 있는 조직이죠. 그런데 사실 의아한 지점도 있어요. 성과급은 인사평가와 연결되는데, 이 인사평가 기준과 등급을 어떻게 산정하는지 불투명해서 불만이 많아요. 친한 팀 동료들끼리도 얘기하지 않는 분위기라 알 길이 없죠. 상사가 한 리뷰는 팀을 이동할 때도 따라다니고, 옮기려는 팀의 상사가 그 리뷰를 확인할 수 있어요.”

 

네이버와 카카오, 라인은 분명 한국의 다른 기업보다 수평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호칭이 자유롭다고 해서, 출퇴근 시간을 직원이 정할 수 있다고 해서, 규칙이 느슨하다고 해서 수평적인 건 아니다. 보상이나 복지 등 회사가 나아가는 주요 방향에서 직원들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진정 수평적인 회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한 씨는 “서로서로 놀라는 눈치다. 그러나 재택근무 체제가 지난해 2월부터 쭉 이어지고 있어 팀원 상호 간 소통할 기회가 없다. 다들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확인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 씨도 “동료들과는 이번 일에 대해 얘기해본 적 없다”​고 했고, 김 씨도 그랬다. 그러나 ‘팀바팀이라 어쩔 수 없다’, ‘다른 회사보다는 낫다’고 넘기는 건 기업 문화의 하향 평준화만 불러올 뿐이다. 이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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