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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저산업 성장 뒤로 버려지는 용품을 재활용하다

박정실 오버랩 대표 "버려지는 텐트·돛·패러글라이더 업사이클링…제품 오래 쓰게 하는 게 중요"

2021.08.17(Tue) 17:25:38

[비즈한국] 우리나라 레저스포츠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 발표한 ‘2020년 레저스포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레저스포츠 시장의 규모는 약 4조 4294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레저스포츠에 사용되는 제품들이 얼마나 폐기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대부분 뚜렷한 대책 없이 일반 쓰레기로 처리되는 실정이다. 

 

오버랩은 이렇게 사용 기간이 끝나 버려지는 레저스포츠 제품을 이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패션 브랜드다. 패러글라이딩에 사용되는 패러글라이더와 글램핑용 텐트, 요트의 돛을 재활용한다. 박정실 오버랩 대표는 “매년 폐기되는 레저스포츠 용품들의 소재를 전부 활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박정실 오버랩 대표는 ​디자이너 출신으로 패션업계 종사자로 느꼈던 환경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창업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버려지는 패러글라이더만 연간 1만 개…레저스포츠 용품 업사이클링에 도전한 계기

 

박정실 대표의 어릴 적 꿈은 디자이너였다. 흔들리지 않고 꿈을 좇아 마침내 기성복 브랜드의 패션 디자이너가 됐다. 그러나 경력이 쌓이면서 고민이 생겼다. 그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패션업계의 지향점이 많이 달라서다. 

 

“기존 브랜드들은 화려함과 새로움을 강조한다.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놔야 했다. 그로 인해 이월 상품이 넘쳐나고, 거기서도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상품은 버려진다. 이러한 과정이 모두 내 손에서 출발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묘한 죄책감이 생겼다. 이 길이 내게 맞는지,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런 의미에서 업사이클링은 나의 가치관에 부합하고, 내가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휴가 중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면서 레저스포츠 제품을 재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특성상 패러글라이딩보다는 패러글라이더 소재에 눈길이 더 갔다. 그 길로 패러글라이딩 업체 직원을 찾아가 패러글라이더에 관해 물었다. 

 

“패러글라이딩이 1년 내내 비수기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종목이라서 패러글라이더의 사용 기간이 2년으로 짧은 편에 속한다. 해마다 버려지는 패러글라이더가 파일럿 한 명당 4~5개 정도라고 하더라. 우리나라 항공 레저스포츠에 종사하는 파일럿이 2000~3000명에 달한다. 매년 평균 1만 개 정도의 패러글라이더가 버려지는 셈이다. 그들에게 내 생각을 공유했다. 다행히 패러글라이딩 체험 때 함께했던 파일럿이 패러글라이더를 기부했다. 이 소재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한 끝에 오버랩이 탄생했다.”

 

#일정하지 않은 레저스포츠 용품들의 폐기 주기…발품 팔아 마련한 공급망

 

오버랩은 패러글라이더 외에도 글램핑용 텐트와 요트의 돛을 이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있다. 박정실 대표는 “패러글라이더는 단순히 소재가 마음에 들어서 접근을 했다. 이후 다른 레저스포츠에도 관심을 두고 보니 기능성 소재가 정말 다양하더라”며 레저스포츠 용품에 집중한 배경을 밝혔다.

 

박정실 대표는 직원들과 폐기되는 제품의 수거·해체·세탁·원단화 작업을 함께한다. 원단이 불규칙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변수도 그가 경험해 가야 할 숙제다.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천천히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그는 이어 “똑같이 주기가 되게 짧고, 폐기 방법이나 비용 면에서 문제가 큰 소재들을 찾아 나섰다. 글램핑 텐트의 경우 3~5년 동안 사용을 한다. 그런데 이 텐트는 세척해서 재활용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오히려 새 제품을 구매하는 게 저렴할 정도라고 하더라. 요트의 돛 역시 5~10년 사용 후 폐기해야 한다. 두 제품 모두 방수, 발수가 되고 견고해 충분히 업사이클링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급망 구축이었다. 박 대표는 소재를 일정하게 공급받는 게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전국의 글램핑 펜션 리스트를 뽑아 일일이 전화해보는 게 최선이었다. 그는 “개인에게 문의하니 교체 및 폐기 시기가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러나 전화를 돌리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검색·전화·실패를 쳇바퀴처럼 반복하다가 우연히 글램핑 텐트 교체 업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은 1~2개월 일정이 대부분 정해져 있었다. 현재는 교체 의뢰가 들어온 글램핑장을 물어 텐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요트는 한강의 레저스포츠 업체들의 도움을 받는다. 박 대표는 “규모가 큰 업체에서 돛을 몇 개 받아와 제품을 생산했지만, 일정하게 수급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요트도 텐트와 동일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발품을 팔아 정보를 수집한 끝에 한강에 수상 레저스포츠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업체들이 매년 정기적으로 레저용품을 버리는 날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는 그날을 이용해 수거업체가 오기 전에 필요한 만큼의 소재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신제품 없애고, 무료 수선으로 오래 쓰기 독려…“모든 과정에서 환경 생각”

 

박정실 대표는 오버랩을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서 몇 가지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브랜드에서 가장 먼저 신제품을 없애려고 한다. 여기서 신제품은 자동차로 비유하면 풀체인지 모델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신상’이 환경오염에 일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상을 없애면 이월 상품이 없을 것이고 그에 따라 재고 처분할 가능성도 줄 것이다. 부족한 면을 보완해 재출시하는 일은 있겠지만, 한 모델에서 완전히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생각은 없다.”

 

오버랩의 브랜드 미션은 레저스포츠의 선순환이다. 박정실 대표는 “레저스포츠를 체험한 소비자가 오버랩의 제품을 구매하고, 그 제품을 들고 다시 레저스포츠를 재이용하는 모습을 꿈꾼다”고 말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박 대표는 “물론 소비자로부터 단조롭다거나 식상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매출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새로운 소재로 커버하려고 한다. 같은 제품이어도 소재에 따라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키 등 동계 레저스포츠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아직 겨울 상품이 없기에 소재 확보나 제품군 디자인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웃었다.

 

소비자들이 구매한 제품을 최대한 오래 쓰게 하는 것도 그의 꿈 중 하나다. 업사이클링 제품이라도 사용 기간이 짧으면 결국 버려질 시간만 늘린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에 수선을 의뢰한 한 소비자가 있었다. 가방을 받아 보니 곳곳에 사용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내심 뿌듯했다. 무료로 가방을 수선해드리고 감사하다는 편지를 써드렸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구매한 제품을 최대한 오래 쓸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무료 수선이라든지 낡은 가방 콘테스트 등 다양한 이벤트나 마케팅 요소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모든 과정에서 환경을 생각하며 움직일 생각이다. 패러글라이더가 1년에 우리나라에서만 수천 개씩 버려진다. 우리가 지금 활용하는 패러글라이더는 1년에 50개도 안 된다. 더 많은 패러글라이더를 업사이클링 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갈 길이 멀다”고 힘을 주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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