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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당일배송·새벽배송? 유럽은 지금 '10분 배송' 전쟁

선두주자 고릴라스, 무서운 도전자 플링크, 원조 겟티어 등…최근 딜리버리히어로도 뛰어들어

2021.10.05(Tue) 11:51:31

[비즈한국] 요즘 베를린 스타트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는 ‘빠른 식품 배송’이다. 식품 위주의 생필품을 ‘10분 안에 배송’한다는 모토를 가진 베를린의 배송 스타트업 고릴라스(Gorillas)가 이 업계의 선두주자다. 고릴라스는 서비스 개시 9개월 만에 2억 4500만 유로의 투자를 유치했고, 10억 유로 이상의 가치를 가진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를 받았다. 독일 스타트업 중 최단기간에 유니콘이 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경쟁사인 플링크(Flink)가 지난주에 이 기록을 단숨에 갈아 치웠다. 플링크는 미국 최대 배달 업체 도어대시(Doordash)와 독일 대형 슈퍼마켓 체인 레베(REWE) 등으로부터 6억 유로(약 8000억 원)의 투자를 받았고,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아 유니콘에 등극했다. 서비스 개시 이후 7개월 만이다. 

 

고릴라스와 플링크뿐만이 아니다. 터키에서 건너와 베를린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겟티어(Getir)의 성장세도 무섭다. 겟티어는 베를린, 런던을 비롯해 유럽 내 23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겟티어는 빠른 배송 서비스 스타트업 중 누적 투자금액이 가장 많으며, 기업가치는 약 64억 유로(약 8조 7000억 원)로 평가받는다. 

 

미국의 도어대시와 독일 슈퍼마켓 체인 레베로부터 6억 유로를 투자받은 10분 배송 스타트업 플링크(Flink)​. 사진=flink.com

 

#10분 배송 전쟁을 이끈 고릴라스

 

베를린에서 빠른 배송 전쟁에 맨 먼저 불을 댕긴 것은 고릴라스다. 고릴라스는 2020년 5월에 카안 수메시(Kağan Sümer)와 요르크 카트네르(Jörg Kattner)가 베를린에서 공동 창업했다. 2021년 10월 현재 함부르크, 쾰른 등 독일 대도시 22개,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네덜란드 10개, 프랑스 6개, 영국 6개, 이탈리아 4개, 스페인 7개 도시를 비롯하여 벨기에와 덴마크까지 진출해 유럽 총 58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에는 뉴욕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미국 시장까지 진출했다. 고릴라스 채용공고에 한국 지역 담당자를 선발한다는 내용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곧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고릴라스는 독일의 배달 기업 딜리버리 히어로(Delivery Hero)가 주도한 시리즈 C 라운드에서 약 8억 1000만 유로의 투자를 받고 회사 가치를 약 30억 달러로 평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 개시 1년 4개월 만에 무서운 성장세다. 

 

10분 배송 전쟁의 시작을 알린 괴물 스타트업 고릴라스. 사진=gorillas.io

 

#10분 배송의 작동 원리

 

빠른 배송 서비스 테스트 영상도 유튜브에서 인기다. ‘정말로 10분 안에 배송될까?’ 또는 ‘공원에서 시켜도 10분 안에 잘 배송될까?’ 등 퀵커머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10분 배송 서비스의 타깃 고객은 주로 ‘갑자기 식재료와 생필품이 필요한 사람들’, 그리고 가족 단위의 생활자보다는 싱글 생활자들이다. 즉, 슈퍼마켓 배송 서비스를 이용해 대량의 물건을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고객군과는 차이가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급히 필요한 식료품을 10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배송은 주로 전기 자전거로 이루어지고, 물건의 가격은 일반 소매점과 같으며 배송료만 1.80유로 추가된다. 지역의 유명 빵집, 정육점 등과도 제휴해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들을 신선한 상태에서 배송하면서 지역 소규모 업체들과의 상생을 도모한다. 

 

대부분 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주로 구 단위)을 중심으로 10분 배송 업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마이크로 창고’ 또는 ‘다크 스토어’가 있고, 그 창고에 약 1000가지 종류의 생필품을 보관한다. 주문과 동시에 숙련된 직원들이 포장하고 1~2분 내로 대기하고 있는 라이더들에게 전달된다. 라이더들은 스타트업에 직접 고용되어 있으며 대부분 그 지역 지리를 꿰고 있다. 그래서 라이더들이 물건을 받아 배달하기까지는 약 5~8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터키에서 건너온 원조 10분 배송 스타트업 겟티어. 사진=겟티어 독일 인스타그램

 

#무섭게 따라오는 후발주자들 

 

투자와 서비스 확장세로만 보자면 고릴라스가 개척자이고, 플링크와 겟티어는 후발주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터키 출신인 고릴라스 CEO인 수메시가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고릴라스는 터키의 겟티어를 롤모델로 했다. 겟티어는 유럽 10분 배송 모델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2015년 터키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고, 뒤늦게 베를린으로 진출했을 뿐이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 방식에서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고릴라스와 플링크, 겟티어는 유사하다. 결국 누가 빠른 시간에 투자를 많이 받아 서비스를 많이 확장하는가에 승패가 달려 있다. 

 

이러한 10분 배송 전쟁에 끼지 않고, 자기만의 차별점을 부각하는 배달 스타트업도 있다. 체코의 배송 서비스 스타트업 크누스퍼(Knuspr)는 뮌헨을 기반으로 유럽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질 좋은 식료품을 3시간 내 배송한다는 크누스퍼(Knuspr)​. 물류 자동화 시스템이 특징이다. 사진=knuspr.de


타 스타트업과의 차별점은 물류 센터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어 나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 슈퍼마켓 체인과 10분 배송 스타트업 사이에 또 다른 영역을 개발한다고 평가받는다. 이들은 유기농과 신선한 고품질 위주의 식료품을 3시간 이내로 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제공하는 물건의 95% 이상을 중간 도매업자가 아닌 원산지 및 제조업체로부터, 나머지 30%는 지역 업체로부터 공급받는다. 10분 배송 스타트업이 주로 마이크로 창고와 배달 인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동환경과 관련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과는 대조적인 방향이다. 

 

핀란드의 배달 서비스 볼트(Wolt)는 기존에 음식을 주로 배달하는 데에 집중했지만, Wolt  Market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15~25분 안에 식료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전 세계 23개국 220개 도시에 진출해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새로운 앱을 다운받을 필요 없이 기존 볼트 앱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독일의 음식 배달 서비스 기업인 딜리버리 히어로도 푸드판다(Foodpanda)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음식, 식료품뿐만 아니라 약국, 휴대폰 충전 케이블 등 고객이 필요한 모든 것을 약 30분 안에 배달하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내로라하는 배송 스타트업과 기업이 모두 뛰어든 퀵 배송 전쟁에 과연 누가 승자가 될까.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는 유럽의 배송 시장에서 곧 그 결과가 판가름 날 것이다.

 

필자 이은서는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향수병에 못 이겨 다시 베를린에 와 살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며, 독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독일 기업을 안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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