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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로 유입 세탁 정치권 로비 의혹” ​이영복의 ‘​수상한 1조 원’ 추적

2008년 대출 상환한 자금의 출처 의문…당시 국세청 조사 받기도

2017.01.20(Fri) 17:12:39

정·관계 로비로 부산 해운대 엘시티를 건설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받은 1조 원을 자금 세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엘시티(LCT) 사업 비리 의혹의 핵심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서울 금천구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부지(18만 1665㎡, 약 5만 5000평)를 매입한 직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1조 원을 ‘세탁’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비즈한국’은 청안건설의 최대주주이자 이 회장이 실소유주로 있는 제이피홀딩스의 여신현황보고서를 입수해 자금 세탁 의혹을 추적했다. 여신현황보고서는 신용평가사가 기업의 리스크를 판단하기 위해 참고용으로 작성한다. 

 

한국신용평가정보(현 NICE평가정보)가 지난 2008년 7월에 작성한 제이피홀딩스의 여신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제이피홀딩스는 2008년 6월 23일 제1금융권으로부터 252억 5400만 원(2.4%), 2금융권으로부터 1조 367억 3160만 원(97.6%)을 대출받았다. 이전까지 제이피홀딩스의 여신 잔액은 960억 원(1금융권 52.1%, 2금융권 47.9%)이었다. 나흘 후인 6월 27일에는 여신 잔액이 200억 원 줄어 1조 1380억 원으로 기록됐다. 중도에 대출금 200억 원을 상환했던 것으로 보인다. 

 

거액의 대출금 탓에 당시 제이피홀딩스의 여신위험등급(기업 신용등급)은 최하위인 E등급(과다여신/여신급증)으로 매겨졌다. 6월 27일 기준 여신 전액은 매출액 대비 4595.8%, 자산 대비 2만 274.4%, 차입금 대비 5만 4190.5%로 산출됐다. 당시 여신위험등급은 A, B, C, D, E의 다섯 단계로 구분됐으며, 한국신용평가정보와 한국신용정보가 분할·합병돼 NICE평가정보가 설립된 이후에는 AAA부터 R까지 10단계로 구분된다. 

 

그로부터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8월 6일 작성된 제이피홀딩스의 여신현황보고서를 보면 자금 세탁 의혹의 단서가 발견된다. 여신 변동 모니터링 자료의 ‘최근일의 실제 여신’에는 2007년 12월까지의 여신 잔액인 960억 원만 표기돼 있다. 제이피홀딩스가 두 달 이내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1조 620억 원을 모두 상환한 것이다. 여신위험등급은 E에서 A로 승급됐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제이피홀딩스의 여신현황보고서(2008.7.10.).

 

한 회계사는 “두 달 만에 1조 원을 상환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이 2금융권 대출금이었던 점을 감안해 연 이자율을 9%라고 가정해 봐도 한 달 이자만 무려 75억 원에 달한다”면서 “제이피홀딩스가 독산동 부지를 매입한 직후였고, 삼양사를 거쳐 국방부에 거래가액 잔금을 치르는 와중이었기 때문에 지출이 상당했을 것이다. 이 와중에 1조 원을 갚았다면 자금 세탁을 의심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0년 8월 제이피홀딩스의 자금 세탁 의혹이 한 번 제기된 적이 있다. 송 아무개 씨가 도하부대 이전 부지의 우선매수권자인 삼양사와 그 부지에 건설될 롯데캐슬골드파크의 시공자인 롯데건설에 보낸 진정서에서다. 송 씨의 진정서에는 ‘최근 경남은행은 이영복이 내세운 시행사인 제이피홀딩스의 PF자금에 대하여 불법 대출보증을 선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제이피홀딩스는 1조 원의 자금을 불법 세탁한 혐의로 금감원(금융감독원)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데…’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송 아무개 씨가 삼양사와 롯데건설에 보낸 진정서에는 이영복 회장의 자금 세탁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제이피홀딩스 측은 변호인을 통해 송 씨를 명예훼손 및 신용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자금 세탁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이피홀딩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세청으로부터 조사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므로 허위 사실로 볼 수 없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월간조선’​(2010년 11월호)에서도 제이피홀딩스(‘J 사’로 표기)의 자금 세탁 의혹에 대해 조명한 적이 있다. ‘​월간조선’​ 보도는 송 씨의 재판 증거물로도 채택됐다. 

 

‘​월간조선’에 따르면 제보자 이 아무개 씨는 “사채업자 김 아무개 씨가 J 사(제이피홀딩스)를 통해 7000억~8000억 원의 불법자금을 세탁한다”고 말했고, 당시 제이피홀딩스 박 아무개 대표는 1조 원의 출처에 대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월간조선’​​은 부산지방국세청의 조사가 2010년 1월부터 시작된 점을 확인하기도 했다. 

 

‘비즈한국’은 금감원이 2008년 5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실시한 회계감사 때 제이피홀딩스의 자금 세탁 의혹을 조사한 적이 있음을 추가로 확인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 공개 요청에 대해 금감원 회계심사국 관계자는 “3년이 지난 자료는 공개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밝혔다.

 

이영복 회장과 함께 독산동 부지 매입에 관여했던 이 아무개 씨(‘​월간조선’​ 제보자와 동일인물)의 측근인 A 씨도 제이피홀딩스의 자금 세탁 의혹에 대해 말을 보탰다. A 씨는 “1조 620억 원 가운데 상당액이 일본 자금”이라면서 “엔화를 원화로 자금 세탁한 후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돈이 두 명의 국회의원에게 흘러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자본금 6억 원에 불과한 작은 회사가 갑자기 부동산 사업을 등기부에 추가한 후 대출금으로 1조 원을 받았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자금 세탁 의혹에 대한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A 씨의 주장에 대해 한 금융전문가는 “1조 원 정도가 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금인 점을 미뤄 일본자금이 투자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다”면서도 “엘시티가 16개 금융기관으로부터 1조 7800억 원의 PF자금을 대출받았기 때문에 제이피홀딩스도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탈 등의 국내 2금융권에서 대출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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