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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공화당 출신 대통령은 위험하다?

보수적 남부·호전적 애팔래치아의 '딕시연합' 지지 의식해 전쟁 발발 가능성 높아져

2018.01.02(Tue) 14:19:18

[비즈한국] 연휴 기간, 2017년에 읽었던 책을 정리해 보았다. 인생의 책도 한 권 건졌고,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남은 책은 콜린 우다드가 지은 ‘분열하는 제국’이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책은 미국이 단일한 이념 혹은 민족으로 만들어진 국가가 아닌 총 11개의 나라가 합쳐 만들어진 ‘연방국가’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다음의 세 나라다. 

 

미국 역사를 보면 ‘딕시연합’의 지지를 받은 정당이 집권할 때 전쟁 발발 위험이 높았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딕시연합의 지지를 받았다. 사진은 2017년 11월 7일 한국 방문 당시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첫째 나라는 미국 동북부를 지배하는 양키덤이다. 콜린 우다드에 따르면 “양키덤은 정부가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지닌” 사람으로 구성된 나라로, 이들은 “세속적 청교도주의자로서 도덕적,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우리가 흔히들 미국의 청교도 정신을 이야기할 때, 사실은 미국의 11개 나라 중 하나인 양키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던 셈이다. 

 

둘째 나라는 미국 남부를 지배하는 디프 사우스다. 이 나라는 노예농장주들이 세운 나라로, 콜린 우다드에 따르면 “디프 사우스는 백인 우월주의 및 귀족적 특권의 보루”와 같은 존재다. 특히 디프 사우스는 “인종 격리 정책과 전제주의를 남쪽으로 확산시키면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앨러배마, 미시시피,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테네시 서부, 노스캐롤라이나 동남부, 아칸소, 텍사스의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나라는 그레이터 애팔래치아다. 콜린 우다드는 “그레이터 애팔래치아는 북아일랜드와 북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저지대 접경의 거칠고 호전적인 사람들이 18세기 초 전쟁으로 파괴된 고향을 떠나 북미로 이주해오면서 형성되었다”고 설명한다. 잉글랜드의 용병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이주해 형성된 나라이니 대단히 배타적이며 전투적이다. 그리고 이들은 적어도 남북전쟁 때까지 “귀족사회를 싫어한 것은 물론이고 사회개혁론도 신뢰하지 않기에 북부의 양키선생과 남부의 노예농장주도 경멸”했지만, 이제는 디프 사우스의 가장 강력한 동맹세력으로 변신했다. 

 

왜 잉글랜드의 용병으로 살아가는 것에 지쳐 신대륙으로 이주한, 그리고 일체의 권위를 불신하던 그레이터 애팔래치아 사람들이 어쩌다 디프 사우스와 동맹을 맺게 되었을까? 콜린 우다드는 남북전쟁 이후의 변화한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애팔래치아 지역에서는 한 번도 엄격한 계급 사회가 존재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이곳에서 (남북전쟁 덕분에) 해방된 흑인 노예들은 다른 남부 지역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상대적으로 훨씬 더 역동적인 애팔래치아 사회의 특성은 그 지역에서 무서운 역효과를 일으켰다.

 

애팔래치아의 지독한 가난은 남북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혼란으로 더욱 악화됐고, (북부 잉글랜드 출신의) 백인들은 이제 해방된 자유 흑인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특히 이곳의 흑인들이 남부에 비해 덜 복종적이라는 것도 문제를 악화시켰다. 애팔래치아인들은 공공의 적을 처단하기 위해 KKK라는 비밀 결사체를 만들었다. -책 364쪽

 

쉽게 이야기해, (가난한) 백인들이 흑인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처지에 빠지면서 강렬한 인종차별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한 (영국의) 국경지대 사람들은 왜 찢어지게 가난했을까? 콜린 우다드는 일체의 권위를 부인하는 그들의 태도가 결과적으로 ‘빈곤의 악순환’을 유발했다고 지적한다. 

 

그레이터 애팔래치아는 시골사회였다. 국경지대 사람들은 공동체 단위가 아니라 개인별로, 혹은 작은 무리별로 개척했다. 이들은 숲과 빈터 사이에 뿔뿔이 흩어져 살다가 뒤늦게야 도시를 형성했고, 공공 투자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그레이터 애팔래치아 어디에서나 지방세는 매우 낮았고 학교와 도서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략) 1850년 켄터키 지역의 공립학교 입학률은 메인 주의 1/6에 수준이었고 도서관에 비치된 1인당 장서 수 역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략)

 

애팔래치아의 농업은 무계획적이었고 비생산적이었다. 기본적으로 유목민적인 성향을 지닌 국경지대 사람들은 삼림지대를 찾아서 나무를 불태우거나 껍질을 도려내 죽인 후 그루터기 사이에 옥수수를 심었다. 옥수수가 익으면 돼지와 소에게 먹이거나 빵과 위스키를 만들었다. 이들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책 263~265쪽

 

더 문제가 된 것은 그들의 전투 본능이었다. 

 

남부 고지대는 무법적이고 고립되어 있었으며 인디언과 전투, 강도, 유혈 보복전, 자경단의 횡포 등 폭력이 일상적으로 끊이지 않았다. 19세기 초,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국경지대 사람들의 폭력과 난행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남성들은 사소한 모욕이나 의견 충돌에도 난투극을 일으켜 상대방의 신체를 훼손했다. 

 

양키덤에서 폭력은 명예롭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그레이터 애팔래치아에서는 명예와 존경의 대상이었다. 이곳에서는 근면, 정의, 물질적 성취보다 터프함과 맹렬함이 남성을 판단할 때 더 중요한 척도였다. -책 274쪽 

 

2016년 미국 대선 결과를 콜린 우다드의 분류에 따라 지역별로 집계한 결과. 파란색이 힐러리 클린턴, 빨간색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지역이다. 출처=Portland Press herald

 

상황이 이러다 보니, 그레이터 애팔레치아와 디프 사우스의 연합, 이른바 ‘딕시연합’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맡아야 할 역할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딕시연합 사람들은 1830년대부터 꾸준히 상대방이 누구든,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무조건 전쟁을 지지해왔다. 그들은 미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세력은 무력을 사용해 힘으로 눌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략)

 

딕시연합 국민들은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전쟁 개입을 가장 열성적으로 지지했다. 이들은 반전주의 세력 탄압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애팔래치아 출신으로 남북전쟁 이후 최초의 남부인 대통령이었던 우드로 윌슨은 ‘신이 전쟁을 허락했으며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반역과 같다’는 여론을 퍼뜨렸다. (중략) 

 

세계2차대전 당시 딕시연합 소속의 국회의원들은 누구보다 매섭게 독일을 꾸짖고, 징병부터 해군 확대까지 전쟁에 필요한 모든 주요 법안을 지지했다. (중략) 진주만 공격이 있기 2달 전 실시된 전국 여론조사에서 남부 사람들은 88%가 독일 나치를 무찌르기 위해 전쟁은 정당하다고 답했다. -책 389~395쪽

 

마지막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지역별 지지율을 재확인해보자. 미국 북동부의 양키덤 지역은 힐러리 후보를 지지한 반면, 딕시연합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정치가들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뜻을 따르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호전적인 딕시연합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정당(1965년 이전에는 민주당, 이후는 공화당)이 집권했을 때마다 전쟁 발발 위험이 높아졌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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