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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신규 허가 둘러싸고 '심판' 국토부가 편파 오해 받는 까닭

불분명한 기준에 불신만 증폭…국토부 "무조건 막겠다는 뜻 아냐"

2018.06.27(Wed) 17:16:03

[비즈한국] “항공사가 몇 개가 적정한지는 정부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사업자가 판단하면 된다.”(홍석진 노스텍사스대 교수)

 

“국토교통부는 과당경쟁을 이야기하지만 매년 기존 항공사의 신규 항공기 증편은 허가해준다. 진입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소수의 기존 업체만 편하게 관리하겠다는 행정편의주의적 조치가 아닌지 의심된다.”(정세은 충남대 교수)

 

“국토부는 항공산업을 어항에 비유해서 과당경쟁을 이야기하지만, 최근 수년간 신규사업자 진입이 가로막히면서 외항사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 우리보다 정부 통제가 강한 중국조차 항공사 설립 조건은 더 자유롭다.”(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항공산업 활성화를 위한 진입규제 개선방안 국회토론회’는 한마디로 국토부를 성토하는 청문회장을 방불케 했다. 아무리 규제 개혁을 주제로 한 토론회라고는 하지만 국토부 사무관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참석자가 저비용 항공사(LCC)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순히 국토부가 검토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수준의 비판이 아니라, 기존 항공사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신규 사업자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의심 어린 발언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이러한 성토가 쏟아지는 가운데 당초 예정된 박명주 국토부 항공산업과장을 대신해 참석한 홍승희 사무관은 “국토부가 기존 항공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홍 사무관은 “국토부도 신규 LCC가 진입하면 각종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무조건 진입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안전을 지키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검증과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항공산업 활성화를 위한 진입규제 개선방안 토론회. 사진=봉성창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국토부가 밝힌 신규 LCC 허가 문제에 대한 입장을 종합하면 △안전 △​인프라 및 인력 부족 △​소비자 피해 차단 등으로 요약된다. 즉 현재 우리나라 항공산업이 과당경쟁 체제인 만큼 항공사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안전을 소홀히 할 우려가 있고, 사업자 도산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건실한 재무능력 및 연착에 대비해 대체항공편 투입이 가능할 정도의 충분한 항공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항공 운항과 정비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업자만 늘어나면 ‘인력 빼가기’가 횡행하고 전반적인 인력의 수준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성 확보를 위해 다소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내비쳤다.

 

반면 신규 LCC 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발한다. 심지어 국토부가 기존 항공사업자 편에서 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보낸다.

 

여기에는 국토부에 대한 해묵은 불신이 깔려 있다. 최근 갑질 의혹으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박정희 정권 시절 이재철 교통부 차관의 딸이라는 점을 비롯해, 전문성을 이유로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운항자격심사관 대부분을 대한항공 출신이 맡아왔다는 점, 항공정책실 공무원 중 약 4분의 1이 한국항공대를 비롯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맡은 대학 출신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워낙 항공 시장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과점하고 있었던 만큼 한편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두고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항공 사업자와 국토부 공무원이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동민 ‘충북일보’​ 편집국장은 이시종 충청북도 도지사로부터 청주공항을 모항으로 하는 신규 LCC 면허가 안 날 경우 차라리 청주공항 폐쇄를 요구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사진=청주공항 홈페이지

 

심지어 최근에는 ‘전주 라인’​이 항공업계를 좌우한다는 말까지 나돈다. 신규 항공허가와 관련한 실무 부서이자 항공정책실을 책임지고 있는 구본환 항공정책실장과 박명주 항공산업과장 등이 전주고 동문이기 때문. 여기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역시 전주여고 출신이다.

 

특히 신규 LCC 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항공산업과장의 경우 지난해 5월과 7월, 올해 3월 등 불과 2년 만에 무려 세 차례나 잦은 인사가 이뤄졌다. 인사 배경은 차치하고서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 정책을 담당해야 할 공무원이 자주 바뀌는 것도 이러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숨은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신규 LCC 허가를 신청한 에어로K와 플라이양양(현 플라이강원)을 반려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근거를 대지 못한 점도 오해와 불신을 증폭시켰다. 양사 모두 당초 신청 요건으로 자본금 150억 원, 항공기 3대라는 조건을 충족시켰음에도 과당 경쟁이라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 신규 LCC와 지자체의 반발이 들끓자 국토부는 자격 요건을 자본금 300억 원, 항공기 5대로 오히려 강화하고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서 홍승희 사무관은 “비단 항공산업뿐만 아니라 허가 제도에서는 일정 정도의 정성평가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과당경쟁은 국토부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국회가 2015년 개정한 항공사업법에 의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국토부에 대한 불신과 오해는 LCC 사업을 준비하는 신규 항공사와 해당 지자체의 극심한 반발과 함께 더욱 눈덩이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홍 사무관은 “새로운 항공사업자 진입을 무조건 막겠다는 것이 국토부 입장이 아님에도 많이 오해하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항공정책실 공무원이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기존 항공사업자 말만 듣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국토부가 반대하는 명분은 대부분 오랜 과점 체제에 따른 폐해들인데 신규 진입을 막을수록 더욱 이러한 폐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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