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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국의 천지인] 한국 교육과 일본의 노벨상 수상

생리의학상 수상자 혼조 다스쿠 '6C' 강조…지금 우리 교육은?

2018.10.04(Thu) 13:57:27

[비즈한국] 최근 교육부총리 임명을 두고 정치권이 떠들썩했다. 실제로 교육은 인간을 여타 동물과 구분 짓는 기본적인 이유이자, 문명을 만들어낸 주역이다. 그러나 교육만큼 논쟁거리도 없을 것이다. 까마득한 옛날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에도 그저 놀고 싶어하는 아이를 둔 아버지의 한탄이 나온다. 공자도 낮잠을 자는 제자를 보고 ‘썩은 흙’의 비유를 들며 한탄했으니, 어른 교육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교육 논쟁이 쉽사리 결론을 낼 수 없는 이유는 교육의 결과가 수십 년 후에나 나오기 때문이다. 그나마 오늘날, 이렇게 빨리 변하고 변수가 많은 세상에서 어떤 결과에 교육이 기여한 바를 어떻게 추출해낼 수 있는가? 그리고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때, 일반인은 부동산을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중적인 태도를 지닌 것 같다. ‘한국의 아이들은 성적 경쟁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그러나 나의 아이는 성적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아이의 호기심을 꺾지 말고 어른이 모범을 보인 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교육’ 아닐까. 지난 9월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광주 서구 서광아동지역센터를 방문해 아이들과 뜨개질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론적으로 1000명이 하나의 자리를 위해 경쟁한다면 999명은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이상적인 것은 1000명의 일등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기성세대가 1000개의 분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지는 의문이다. 공무원이 ‘꿈’이라서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돌파하기 위해 오늘도 헤아릴 수 없는 사회 초년생들이 고시원에서 쪽방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책임을 다 그들에게 떠넘기기에는 당사자들이 겪는 현실이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

 

이런 마당에 재미있는 통계들이 우리의 시선을 교란한다. 교육 현실을 개탄할 때 우리는 흔히 노벨상(평화상을 제외하고)을 거론한다. 물론 우리는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구 여러 나라가 압도적인 수상자를 배출하고, 태평양을 건너 일본이 명함을 내밀고 있다. 근대 학문의 뿌리가 서구이고, 그들이 지구의 부와 권력을 장악하고 있으니 이 상이 불편부당의 기준에 따라 수여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꺼림칙한 것은 수십 년 동안 서구와 일본을 모방하기 위해 달려온 그 상의 가치를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 이 땅은 어째서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지능지수를 측정하면 한국의 평균은 언제나 세계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데 왜 그럴까?

 

올해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가 된 혼조 다스쿠 교수는 자신의 연구 철학으로 ‘호기심(Curiosity), 용기(Courage), 도전(Challenge), 확신(Confidence), 집중(Concentration), 연속(Continuation)’을 제시했다. 각 단어의 영어 이니셜을 따서 그는 이것을 ‘6C’라 명명했다. 아전인수격 해석인지 몰라도 이 여섯 단어는 그 자체로 자연스런 문장을 이룬다. 무엇보다 주어는 흥미(호기심)다. 흥미가 있어야 연구를 시작한다. 흥미가 커야만 시작할 용기가 생기고, 이어지는 도전과 확신은 용기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나머지 ‘집중’과 ‘연속’은 결과를 내기 위해 개발하고 훈련해야 할 분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교육은 ‘집중’과 ‘연속(끈기)’ 두 분야에만 집중하는 듯하다. 교육부총리 임명 과정에서 화제가 된 방과후 영어 교육을 이행하는 데 무슨 호기심과 용기와 도전과 확신이 필요한가? 그냥 집중하고 끈질기게 외우면 될 뿐이다.

 

핵심은 호기심이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20대 남녀의 최대 관심사는 이성이다. 이성은 호기심과 탐구의 대상인 동시에 행복의 원천이기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고 탐구한다. 어린아이가 사물과 현상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집중’과 ‘연속’이라는 교육적인 덕목을 배웠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행복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호기심 추구는 미래를 위해 유보되지 않은 현재의 행복을 최고 수준으로 누리는 것이다. 

 

당나라 시인 유종원은 곽탁타라는 나무 심기 달인의 말을 빌려 교육의 원리를 이렇게 설파했다. “나무를 심는 원리는 뿌리를 곧게 펴서 구덩이에 넣고 평평하게 흙을 잘 다져주는 것으로 끝난다. 그런 후에 자라는 것은 나무 자신의 일이다. 하지만 나무를 죽이는 이들은 뿌리를 꼬인 채로 두고(根拳) 나무를 심고는 흙은 너무 적거나 많게 넣어 대충 다진다. 그러고는 아침 저녁으로 와서 잘 살고 있는지 쓰다듬고, 흙은 잘 다져졌는지 나무를 흔들어보고, 심지어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손톱으로 껍질을 벗겨본다. 처음부터 뿌리가 꼬인 나무는 시달림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죽거나 거목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천 년이 넘었지만 이 비유는 나무를 흔들고 껍질을 벗겨대며 괴롭히는 것을 교육이라 윤색하는 우리네 교육현실을 풍자하는 듯해 섬찟하다. 

 

뿌리가 꼬이지 않고 다짐이 적당하면(不過不及), 뿌리는 땅으로 파고들고 줄기는 하늘로 오른다. 마치 호기심과 용기가 서로를 북돋우면서 자라는 것처럼. 당장 행복하도록 아이의 호기심 본성을 꺾지 말고(뿌리를 곧게 펴고), 아이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 모범을 보인(평평하게 흙을 단단하게 다진) 후에는,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교육일 것이다. 

 

십수 년이 지나면 이 나무는 이렇게 저 나무는 저렇게 저마다 독특한 ‘일등 나무’로 자라고, 그 중 몇몇 나무의 이름은 분명 ‘노벨상 나무’일 것이다.

 

필자 공원국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중국지역학을 전공했으며, 중국 푸단대학교에서 인류학을 공부하고 있다. 생활·탐구·독서의 조화를 목표로 십 수년간 중국 오지를 여행하고 이제 유라시아 전역으로 탐구 범위를 넓혀, 현재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현지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춘추전국이야기 1~11’, ‘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 ‘유라시아 신화기행’, ‘여행하는 인문학자’ 등 다수가 있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 

공원국 작가·‘춘추전국이야기’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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